최근기사

이 기사는 9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결혼시즌이 다가왔다. 요즈음 주말마다 몇 차례씩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참석하는 결혼식장마다 예외 없이 주례의 혼인서약과 성혼선언을 듣는다. 주례가 읽고 신랑신부가 대답한다. 첫째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할 것, 둘째 어른을 공경할 것, 셋째 진실한 남편과 아내로써의 도리를 다할 것, 참으로 지키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신랑 신부는 예외 없이 '예'하고 대답한다. 사려 깊게 대답하는 게 아니고 빨리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서인지 주례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이 약속을 온전히 지킨다면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풍경은 배반의 장미 향기로 가득하다. 이쯤해서 서약문을 현실에 맞도록 바꿔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문제가 되는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공경할, 진실한 등이다. 약속을 이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꾸는 건 어떨까·

신랑 신부는 대체로 사랑하고 존중할 것인가, 어른을 심하게 무시하지는 않을 것인가, 법에 저촉될 행동을 삼가고 남편과 아내로써의 도리를 다할 것인가.

얼마 전 난 이상한 청첩장을 받았다. 그 친구가 남매를 두었고 딸을 시집보냈는데 또 다시 딸을 시집보낸다는 청첩장을 보내 왔다. 의아한 나는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그 친구 숨겨놓은 딸이 또 있었나· 친구는 나보고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이혼하고 재혼하게 되어 청첩을 보낸 것이다. 축의금 봉투를 들고 참석하긴 했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종전 같으면 재혼을 하게 되면 부끄러워 성당이나 절, 식당 같은데서 가족들만 모여 조용히 치루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세태가 너무 달라졌다. 내가 변하는 세상에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게 한다.

요즘 우리나라 부부 이혼율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기혼 남성과 여성 1000명당 이혼자가 남녀 모두 약 10명에 이른다. 특히 24세 미만에 결혼한 부부의 이혼율이 전체 이혼율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세 이상 황혼이혼을 포함해 하루 평균 342쌍이 파탄을 맞고 있다. 몇 번의 위기를 넘겼지만 40여년을 아내와 같이 할 수 있었다니 나 자신이 새삼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젠 검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는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고 부부 해체로 인한 가족 해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위를 살펴봐도 이혼 가정을 흔히 볼 수 있다.

부부치료 전문가인 최성애 박사는 부부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한다. 부부가 불화를 겪는 것은 '라이프 통장'이 고갈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라이프 통장이란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물, 공기, 영양분 등의 핵심자원이 필요하듯 부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재정, 건강, 정서, 도우미 등 네 가지 요소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 요소들이 고갈되면 불화가 생기고 위기를 맞게 된다.

이중 우리나라 부부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정서 즉 대화 부족으로 인한 이해 부족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될수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여가 시간에는 취미 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부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은 30분~1시간이 33%로 가장 많다고 한다. 화성인과 금성인으로 비유될 정도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일 마주하고 부딪치는 일상에서 의례적인 대화만 나누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습적 성차별과 사회생활의 차이가 상호작용해 대화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헝가리 시인이자 소설가인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한 침대에서 밤에 같이 잠이 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코고는 소리, 이불을 내젖는 습성, 이가는 소리, 단내나는 입 등을 이해하는 것 이외도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것이 부부라고 정의했다.

부부란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사이를 말한다. 그래서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도 한다.

탈무드에서 보면 부부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한다면 칼날 폭 만큼의 침대에서도 잘 잘 수 있지만 서로 반목하기 시작하면 십 미터나 넓은 침대로도 너무 좁아진다고 적고 있다.

반목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소한 갈등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말 그대로 어려움이 닥쳐와도 함께 헤쳐 나가려는 의지가 없다면 가정은 유지되기 어렵다.

사랑 받는 것을 기대하다 결국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결혼생활임을 일찍 깨닫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의 해법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