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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절간 마당을 가득 채운 연등행렬은 마을길까지 이어진다. 밤길을 아름답게 수놓은 연등은 위대한 성인탄생을 경축하는 정성들이 모인 것이다. 이 계절 하늘엔 별이 빛나고 숲길엔 등불이 환하게 비치고 아름다운 향기가 온누리에 퍼져나가게 된다.

다행히 우암산 기슭에 거처를 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자연이 연출하는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고 자연 속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난 내가 살아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번뇌를 주체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마음에 아름다운 꽃을 심고 가꿔 나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앞으로 몇 번이나 이렇게 곱고 맑은 마음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삶 속에서 사는 것에 얽매여 갇혀 버린다면 마음속에 고운 꽃을 피워낼 수 없다. 마음에 집착을 버리고 여유를 얻은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한 중생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려면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조주선사는 답했다. 그대는 '하루 24시간 부림을 받지만 나는 부리고 있다네' 그대는 어떤 시간을 말하는가? 집착하면 시간의 부림을 받지만 집착을 버리면 시간을 부리고 살 수 있다네. 쫓기며 사는 사람은 마음에 흐린 구름만 더 얹을 뿐이다. 구름 가득한 마음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집착에 사로잡히면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음이란 실로 변화무쌍하고 요사스러워 나 같은 중생이 이를 억제하고 다스리기란 쉽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만이 마음을 다스려 바르게 할 수 있다. 부처님 말씀이다. '수시로 구름 끼고 천둥치는 마음에서 어떻게 맑고 고운 마음을 만날 수 있겠는가. 집착하며 사는 것은 기와를 갈아 거울을 만들려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나는 길을 걸을 때 목적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걷고 있는 한 걸음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먼 목적지가 주는 압박감을 떨쳐버릴 수가 있다. 이렇듯 과정이 전부가 되는 삶은 우리를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부처님은 우리 생명의 본래 모습을 구현하려고 했다. 그와 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건 집착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부처님은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만 본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심고 가꿔 아름답게 피워내야 할 마음의 꽃까지 본 것이다.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분노하고 억울해한 것 같지만 실상은 나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분노를 표현해 왔음을 알게 된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고 편안하게 인정하며 사는 것, 그게 진정 잘 사는 법이란 걸 요즘에야 어렴풋이 터득해 나간다. 돌아보건대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탓한 일이 없었다.

이제 나는 나 자신과도 불화하지 않는다. 불화할 현실적 근거를 모두 잊고 마음속에서 샘솟는 긍정과 자아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마음에서 우러난 맑은 영감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니 매사가 보람이고 기쁨이다. 망상을 허무니 욕망에 시달릴 일이 없고 마음이 편안하니 초조하고 불안할 일이 없다. 하루하루 매순간 사는 일이 창조이고 창작이니 만나는 사람과 대화도 금쪽같다.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앞세우니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이 새로운 봄 나는 너의 풍경이고 너는 나의 풍경이다. 새롭게 여는 일상 속에서 가치 있는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나간다. 꽃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 거치는 과정이니까 한 가지 한 가지 주어진 일들은 꿈의 실현을 위한 디딤돌이다. 이 얼마나 가치 있고 행복한 나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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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