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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협회장

 가을이 깊어져 겨울의 문턱에 바짝 다가섰다. 도시의 아스팔트길에는 스산한 낙엽들이 구르며 황량한 풍경을 연출한다.

 올해는 더위가 오래가고 가뭄이 심했던 탓인지 단풍이 곱지 않다. 시가지엔 단풍이 들지 않은 채 입이 말라가기도 한다. 지난밤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춥고 바람이 거셌다.

 지인들과 어울려 정리되지 않은 삶을 얘기하다 돌아오는 길에 가로수길 허공에서 낙엽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길 위에선 차가 지날 때마다 미친 듯이 굴러다니는 낙엽이 젖은 도로위에서 마지막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추니 차위에 옆에 낙엽이 휩싸인다.

 어릴적 땔감이 부족해 산에서 긁어온 낙엽은 아궁이에 지필 때 연기를 토해내 눈물을 흘리게 했다. 궁한김에 긁어온 덜 마른 낙엽이 화풀이를 했던 것이다. 그래도 낙엽은 냄새 연기 눈물로 가을 추억을 남기게 했다.

 세월이 낙엽의 풍경을 변하게 했어도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누군가에게 가슴속에 이야기를 털어 놓고 싶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정이 인색해진 현대 생활에서는 어쩌면 더욱 절실해 졌는지도 모른다.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느라 잊어버렸거나 빼앗긴 것들이 생각나 걷잡을 수 없이 서글프고 허전해진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이 초라하게 매달려 있다. 매년 이맘때면 살아온 일년을 뒤 돌아 보고 매번 후회하게 된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상실하고 일상이 고달프다는 핑계로 의미 없는 나날을 보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인생에 연륜이 쌓이고 삶의 무게가 느껴질수록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살아가느라 잊어버렸거나 빼앗긴 것들이 생각나 게 된다. 두툼한 달력 첫장을 넘길 때 여러 다짐을 하게 되지만 비바람 홍수에 쓸려 보내고 그래도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고 하지만 얼마남지 않은 아직도 실천하지 못했다. 나보다 부족한 이웃을 돕는 일, 그래서 함께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정성을 보태는 일,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 가슴에 담은 채 실천하지 못하는 뜨거운 사랑보다 생색내기라도 실천하는 사랑이 더욱 값진 것이란 말이 있다.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묘약이다. 실천할 수 있는 그 사랑을 찾자. 그리고 실천하자. 우리 이웃에는 그런 사람들이 넘쳐난다. 홀몸노인들을 찾아 김장을 담가주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자원봉사자들, 추워지는 겨울 어려운 이웃 시설을 찾아 봉사하고 도움주는 봉사단체와 학생들, 돼지 저금통을 불우 이웃에 써달라고 맡기는 고사리 손들,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남에게 배려하는 이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훈훈한 겨울을 보낼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다. 나를 돌아본다. 얼마나 용기 없고 실천력이 없었던 나였던가. 등산을 좋아해 매주 등산을 하면서도 쓰레기는 몇 번이나 주웠나. 등산로 밑에서 몇 만원 어치도 안 되는 푸성귀를 깔아 놓고 그것만 팔리면 힘든 허리를 풀고 집으로 갈수 있었던 백발의 할머니를 외면하지는 않았나.

 그 수많이 주저앉았던 용기에 대해 기억하면 할수록 괴로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한다. 되돌릴 수 없어 후회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눈치보고 할 수 없었던 크고 작은 사랑의 봉사를 실천해 보고 싶은 나 같은 이들은 이제 머무를 시간이 없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용기를 가지고 누군가를 사랑해 보자. 가슴이 따뜻해야 긴 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지 않겠는가.

 맹자는 인간에게 인의(仁義)를 강조했다. 인간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감각 기관의 욕구가 따르겠지만 큰 몸 기르기를 부단히 실천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는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올 바른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인간 안에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과 자발적인 도덕에의 욕구에 주목하면서 인애(仁愛) 실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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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