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유제완

충북문협회장

서울 김모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력가다. 건설업과 관련된 7개 업체를 계열사로 소유하고 서울 노란자 위에 큰 빌딩도 두 채나 갖고 있다.

젊은 시설 막노동, 노점상 등 갖은 고생 끝에 부(富)를 일군 그는 재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요즘도 돈이 될만한 것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75세가 된 그를 가르켜 어떤 이는 악덕기업주라고 욕하고 어떤 이는 전형적인 한국형 기업가라고 추켜세운다. 그가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딸만 둘을 둔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재산이 자신과 성이 같은 후손들에 의해 대대손손 지켜지길 바랬는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학문이 깊은 학자를 찾아가 자문을 했다. 어떻게 해야 어렵게 모은 내 재산을 후손들이 잘 유지시킬 수 있겠습니까·

학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재산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원심력을 지녀서 그 소유의 둘레를 빙빙 돌면서 자꾸만 소유자로부터 떨어져 나가려는 관성을 지녔습니다. 재산의 주인이 그 원심력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땐 괜찮지만 주인이 그를 지탱할 힘을 상실하거나 약해지면 가차 없이 그로부터 떨어져 나갑니다. 여기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떨어져 나가는 힘이 강해 주인마저 넘어뜨리기까지 합니다. 재산의 관성법칙이 이러니 자식들에게 물려주어도 유지시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 자식이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잘 가늠하고 감당할 만큼만 물려줘야만 가능하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재산을 유지하기는커녕 재산에 의해 쓰러지게 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고민하던 김 사장은 공익재단을 만들어 전 재산을 출원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공익사업에 쓰여 지도록 했다. 사람에게 있어 영원한 소유는 없다. 내가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둘레를 도는 원심력의 추처럼 모든 것들이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려고 한다.

인생은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인생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무엇인가 축척하고 얻어 가는 과정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착각이다.

인생은 근본적으로 상실과 잃음의 과정이고 연속이다. 말 그대로 공수래공수거다. 태어나면서 편안한 어머니의 자궁을 잃고 학교 다니면서 집을 잃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을 잃고, 결혼해서는 여러 선택과 가능성을 잃는다. 나이가 들면서 싱싱한 외모를 차츰 잃어버리고 나름대로 괜찮았던 명성이나 평판을 잃어간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내 마음대로 오갈수도 없고 의지력과 자신감 그리고 육체의 독립성까지 잃는다.

마지막 죽음에 당도해서는 마침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잃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이기심 때문에 우정을 잃고, 방탕으로 순진함을 잃으며 포기와 버림 그리고 곁눈질로 신뢰와 사랑을 잃는다. 전쟁으로는 집과 생명을 잃으며 쓸모없는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으로 국민과 조국을 잃고 질병과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다. 지진, 홍수, 테러, 화재, 전염병으로 생명을 잃는다.

삶은 잃음과 잃음의 연속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얻어야 하며 쌓아가야 하는 것일까. 결론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겠지만 그래도 의지하고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믿음이다.

믿음은 세상의 거짓과 가면을 벗길 수 있고 유혹을 넘어설 수 있으며 허황된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것은 파워와 영향력 권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소박한 사람들의 미소와 낮은 자리에서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들리지 않는 호흡에 의해 이 세상 생명들이 유지되어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내 가정과 내 일터에서 우리가 애초에는 하나였고 너는 모두 나처럼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너와 내가 이 시간 이 공간 그리고 이 인연으로 함께 살도록 하늘에서 허락하셨고 때문에 너와 내가 이렇게 특별한 시기와 공간 안에 선택됐다는 사실을 서로 함께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이 불변의 자연 진리 속에 거대한 생명의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맞물려 가면서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 안에 티끌 한 점인 나, 그 동안의 자만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그간의 욕심 때문에 남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나.

사람이 사는 것은 누구나 똑같지만 삶의 내용은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다. 자기의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가치와 의미가 달라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