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유제완

충북문협회장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는 삶의 지침서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무소유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우물쭈물하고 대답을 못합니다. 어렴풋이 그림은 떠오르는데 단정 지어서 대답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산도 가족도 뒤로 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나의 재산을 자꾸만 덜어내어 단출해지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또 아무런 소유물 없이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다니는 나그네 같은 삶을 그릴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에 따라 다양해집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물질적으로 점점 가난해지는 삶이 아닐까요. 다시 말해 '현대인에게 부담스런 삶'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소유'를 동경하면서도 '나하고는 상관없는 삶'이라며 등을 돌리고 맙니다. 그리곤 항변합니다. '삶은 경쟁이잖아. 이 경쟁시대의 소유욕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욕망이 없다면 결국 어떤 성취도 이룰 수 없지 않겠어' '무소유는 도인이나 성자의 일이지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과연 그럴까요. 요즘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자면 많이 가진 사람은 자칫 큰 코 다치기 쉽습니다.

나는 절대 투기하지 않았고 노력해서 벌었다고 항변하지만 양파껍질처럼 벗겨보면 썩은 속살이 보입니다. 정직하지 못했다는 결론입니다. 부(富)를 일군 실체를 궁색하게 변명하다가 더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낙마합니다. 이때마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런 흠집을 가진 사람들이 감투만 준다면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왜 요행에 매 달리는가 입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 애매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착한 부자도 있고 악한 부자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심지어는 평생 모은 수백억 원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부자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한 부자는 과연 어떤 부자일까요. 무소유(無所有)를 풀이해보면 없음이 있음 속에 있다가 됩니다. 이걸 다시 거꾸로 읽어보면 유소무(有所無) 있음이 없음 속에 있다가 됩니다. 다시말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으로 풀이됩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긴장을 풀고 힘을 빼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축구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골프도 그렇습니다. 힘이 들어가면 헛발질만 하고 헛스윙만 합니다. 운동뿐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꼭 붙들고 있으면 긴장을 하게 마련이지요. 동시에 우리의 하루하루가 경직되고 삶도 뻣뻣해지게 됩니다. 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자연스런 통로를 막기 때문이지요. 대상은 물질적 재산뿐만이 아닙니다. 과거의 상처, 현재의 욕망, 미래의 불안 등 내 마음속에 뭔가를 꽉 틀어쥐고 있던 마음의 손아귀를 푸는 겁니다. 물론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걱정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힘을 빼면 목표도 없고, 도전도 없고, 성취도 없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난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일상은 눈앞에 주어진 현실입니다. 그건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긍정의 대상입니다. 그 속에서 힘을 뺀 슈팅, 자연스런 스윙, 걸림돌 없는 점프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소유의 에너지' 보다 '무소유의 에너지'가 더 크고 힘이 있게 마련입니다. 내 안에서 분출되는 무한에너지를 '집착'이란 이름으로 막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수님도 소유의 삶을 사는 집착의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건 어렵다고 한 겁니다. '소유의 삶'에 가까울수록 바늘구멍은 좁아지고 '무소유의 삶'에 가까울수록 바늘구멍은 넓어집니다.

'무소유'는 마음을 내지 말라는 게 결코 아닙니다. 일상을 포기하라는 건 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집착을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한껏 부풀리는 겁니다. 그게 바로 '무소유의 힘' '무소유의 에너지'입니다.

평범하지만 비범한 무소유의 길은 헌신, 나눔, 사랑의 진리를 깨우쳐 줍니다. 누구나 가고 싶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길, 그러나 쉽지 않은 길, 하지만 그 길에 들어서면 행복하고 영혼이 편안해집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