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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협회장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는 삶의 지침서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무소유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우물쭈물하고 대답을 못합니다. 어렴풋이 그림은 떠오르는데 단정 지어서 대답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산도 가족도 뒤로 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나의 재산을 자꾸만 덜어내어 단출해지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또 아무런 소유물 없이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다니는 나그네 같은 삶을 그릴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에 따라 다양해집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물질적으로 점점 가난해지는 삶이 아닐까요. 다시 말해 '현대인에게 부담스런 삶'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소유'를 동경하면서도 '나하고는 상관없는 삶'이라며 등을 돌리고 맙니다. 그리곤 항변합니다. '삶은 경쟁이잖아. 이 경쟁시대의 소유욕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욕망이 없다면 결국 어떤 성취도 이룰 수 없지 않겠어' '무소유는 도인이나 성자의 일이지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과연 그럴까요. 요즘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자면 많이 가진 사람은 자칫 큰 코 다치기 쉽습니다.

나는 절대 투기하지 않았고 노력해서 벌었다고 항변하지만 양파껍질처럼 벗겨보면 썩은 속살이 보입니다. 정직하지 못했다는 결론입니다. 부(富)를 일군 실체를 궁색하게 변명하다가 더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낙마합니다. 이때마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런 흠집을 가진 사람들이 감투만 준다면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왜 요행에 매 달리는가 입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 애매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착한 부자도 있고 악한 부자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심지어는 평생 모은 수백억 원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부자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한 부자는 과연 어떤 부자일까요. 무소유(無所有)를 풀이해보면 없음이 있음 속에 있다가 됩니다. 이걸 다시 거꾸로 읽어보면 유소무(有所無) 있음이 없음 속에 있다가 됩니다. 다시말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으로 풀이됩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긴장을 풀고 힘을 빼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축구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골프도 그렇습니다. 힘이 들어가면 헛발질만 하고 헛스윙만 합니다. 운동뿐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꼭 붙들고 있으면 긴장을 하게 마련이지요. 동시에 우리의 하루하루가 경직되고 삶도 뻣뻣해지게 됩니다. 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자연스런 통로를 막기 때문이지요. 대상은 물질적 재산뿐만이 아닙니다. 과거의 상처, 현재의 욕망, 미래의 불안 등 내 마음속에 뭔가를 꽉 틀어쥐고 있던 마음의 손아귀를 푸는 겁니다. 물론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걱정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힘을 빼면 목표도 없고, 도전도 없고, 성취도 없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난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일상은 눈앞에 주어진 현실입니다. 그건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긍정의 대상입니다. 그 속에서 힘을 뺀 슈팅, 자연스런 스윙, 걸림돌 없는 점프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소유의 에너지' 보다 '무소유의 에너지'가 더 크고 힘이 있게 마련입니다. 내 안에서 분출되는 무한에너지를 '집착'이란 이름으로 막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수님도 소유의 삶을 사는 집착의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건 어렵다고 한 겁니다. '소유의 삶'에 가까울수록 바늘구멍은 좁아지고 '무소유의 삶'에 가까울수록 바늘구멍은 넓어집니다.

'무소유'는 마음을 내지 말라는 게 결코 아닙니다. 일상을 포기하라는 건 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집착을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한껏 부풀리는 겁니다. 그게 바로 '무소유의 힘' '무소유의 에너지'입니다.

평범하지만 비범한 무소유의 길은 헌신, 나눔, 사랑의 진리를 깨우쳐 줍니다. 누구나 가고 싶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길, 그러나 쉽지 않은 길, 하지만 그 길에 들어서면 행복하고 영혼이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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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