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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협회장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앞으로 보름만 지나면 기해년(己亥年) 새해다.

 매년 이 무렵 거리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으니 이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망설이다 '식사나 한 번 하시죠' 청해보지만 서로가 바쁜 때라 고맙다는 미소만 나눌 뿐 많은 사람 중에 한두 사람과 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올 연말 나는 꼭 만나고 싶었던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김거사(金居士). 그는 시골 낡은 농가주택을 개조한 조그만 집에 살면서 농사를 조금 지어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남을 도우면서 사는 사람이다.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규학교 공부도 제대로 못한 그는 서당을 다녀 서예와 한학을 익혔다. 그 때 배운 서예실력을 발휘해 사군자 한시 가훈을 족자로 만들어 팔러 다닌다. 그는 그 돈 몽땅을 불우한 사람을 돕는데 쓴다.

 홀몸노인을 돕기도 하고 소년소녀가장을 돕기도 하고 불우시설에 작은 정성을 보태기도 한다. 심지어 얼마 되지 않는 전답에서 거둬들인 곡식과 자식들이 보내준 용돈도 어려운 사람과 나눈다. 그의 별명 김거사는 내가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말한다. "난 행복한 사람이야. 자식들이 잘 성장해서 가정 꾸려 잘 살고 내 몸 건강해 작지만 이웃을 도울 수 있으니 이 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어."

 소박하지만 구김살 없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있는 사람. 세상 사람들이 쫓고 있는 부귀영화에 욕심 부리지 않는 사람. 그는 진정한 거사다.

 그에 비해 높은 학력과 부와 명예를 지니고도 더 많은 것을 탐닉하고 행복해할 줄도 만족할 줄도 모르는 우리가 화려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지만 어쩌면 초라한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소욕지족(所欲知足)은 많은 것을 획득했다고 가져지는 마음이 아니다. 현재 자신이 소유한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자세에서 온다. 흔히 인생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말들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실천한 경우는 드물다.

 중국 당나라 시대에 방거사라고 불리는 재산가가 있었다. 당시 남부럽지 않은 부호였던 그가 어느 날 자신의 전 재산을 처분해 그 돈을 수레에 싣고 가서 근처 호수에 던져버렸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호수에 던지기 전에 누군가에 보시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자신에게 원수 같았던 재산을 남에게 안겨 불행을 초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호수에 버리기로 결심했다. 전 재산을 버리고 빈 털털이가 된 그는 딸과 함께 오막살이에서 대나무조리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면서 여생을 보냈다.

 어떤 결정적 계기로 어려운 결심을 하게 해 그가 재산을 버릴 수 있도록 하게 됐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여생을 대조리를 만들면서 산 그의 발자취에서 미뤄본다면 그는 분명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부를 축적하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되찾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가 방거사일 수는 없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린다고 이 세상이 밝은 세상이 될 수도 없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고 행복을 나눠갈 때 아름다운 세상은 서서히 열린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땀방울로 이뤄진 작은 성취에 만족하는 마음속에 진정 행복한 삶이 있다.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빈 것에서 충만을 느끼는 마음이 욕망의 천적인 것이다.

 날씨는 바꿀 수 없지만 자기를 바꿀 수는 있다고 이미 우리 앞을 걸어간 많은 이들이 말했다. 우리 모두 욕망을 버리려고 노력하기보다 만족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자. 풍요로운 마음이 희망찬 새해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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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