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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가을이 깊어 어둠이 빨리 내려앉는다. 퇴근길 도시의 아스팔트위에서 스산한 바람에 낙엽이 뒹군다. 도시의 낙엽이 그려놓는 풍경은 참으로 황량하고 쓸쓸하다.

단풍이 축제의 폭죽과 같다면 낙엽은 그 축제 뒤에 밀려드는 쓸쓸함에 가깝다. 때론 잘 드는 칼처럼 가슴을 스윽 베고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속리산 숲길에서 만나는 낙엽은 다르다. 시가지 낙엽과는 달리 지저분하지도 건조하지도 않다. 곱게 물들어 아름답고 촉촉하다. 아릿아릿한 감미로움이 한 스푼쯤 더해진 맛이라고나 할까. 떨어진 낙엽들이 카펫처럼 길을 덮고 있는 숲에 아침햇살이 퍼지면 다갈색과 진홍색 낙엽의 향연에 눈이 부시다.

나이가 들면서 차츰 아름다움에 무감각해져 가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에는 흠뻑 빠져버린다. 낙엽줄에 들어서 동병상련을 느껴서 일까.

난 가을을 많이 타는 탓에 가을 문턱부터 겁을 내곤한다. 쓸쓸함, 외로움, 허전함, 귀찮음 같은 것들이 가을이면 나를 찾아온다. 일을 해도 즐겁지가 않고 하려는 의욕도 점점 줄어든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사라진지 오래다. 마음이 노쇠해지면 몸도 늙게 된다는데 걱정이다.

이대로 가선 안되겠다고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얼마전 부터다.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다시 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게 내가 꿈꿔온 삶이었다. 그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하면 만족하고 행복할까'에 집착하게 된다. 가끔은 이 상념(想念)에 사로잡혀 꿈속을 헤맨다.

지난달 백제문화제를 구경하러 고향에 갔다가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학창시절 공부하면 1등을 놓치지 않던 그 친구는 한국 최고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했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더니 50을 갓 넘을 나이에 중역으로 퇴직했다.

그 뒤 자영업을 하던 그 친구는 운이 그만이었던 지 빈손이 됐다. 시골 부모님이 살던 집으로 이사와 고추장, 된장을 만들어 팔아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허름한 시골집 마루에 마주 앉은 그는 내게 말했다.

'부모님이 사시던 이집에 다시와 살게 되니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하네, 도시에서 쫓기듯 살면서 늘 고민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네. 그런데 그건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찾는지도 몰라, 장애물을 크게 보는 순간 그 장애물들은 우리를 압도한다지 않는가. 하지만 그걸 넘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면 그 사람 인생은 마감되는 거지. 어떤 삶도 그 속에서 만족하면 되는 게 아닐까'

그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무척이나 정겹다. 내가 어린시절 코스모스 핀 시골길을 걸으며 키웠던 꿈은 소박한 것이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장관, 판사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아니고 행복한 가정을 이뤄 남을 도울 만큼 경제력을 갖는 소박한 꿈이었다.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서로 돕고 사는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다. 그 꿈은 지금까지 내안에 자리 잡아 변하지 않는다. 어려운 이들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따뜻함과 배려가 정체성으로 남을 도울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꿈이요, 가고 싶은 길이다.

그 소박한 꿈을 망각하고 살아온 지난세월이 안타깝다. 난 늘 내 자신에게 되묻는다. 그리고 소박한 꿈을 가졌던 때부터 오늘까지 삶을 반추해 본다. 미래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서다.

삶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내가 돌아온 길을 정확하게 되돌아 볼 수 있을때 올바른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이나 서 있는 장소가 아니라 나아갈 수 있는 지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속에서 나를 지키고 있는 나를 계속 나아가게하는 그 힘, 그것이 진정한 나에 꿈이요 희망이다.

사람들에게 행복은 남보다 앞서고 많이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 권력, 지위, 명예, 인기 등은 정말 달콤하다.

그것들은 크면 클수록 더 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진한다. 그러나 우리네 삶의 진정한 목표는 과연 그것들을 성취하는데 있을까· 오히려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지나친 성취욕구에 빠져들면 과욕들이 충돌하게 되고 삶은 전쟁터로 변해 피폐해지게 마련이다. 더디고 불편하더라도 그 속에 진리를 찾고 나 보다 못한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게 진정한 행복이다. 내가 나를 늙었다고 보는 이유는 삶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는데서 온다.

이제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변해야 산다는 신념으로 마음을 다잡고 번뇌를 잠재우려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이다.

흔히 '나의 진정한 경쟁상대는 나 자신'이라고 한다.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꿈을 이룰 수 없다. 웅크리고만 있으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살지 말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 지금의 외로움과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 그 꿈을 믿어요… 이 노랫말은 순탄치 않았을 가수 인순이의 삶과 오버랩되면서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 귓가에 속삭이듯 와 앉는다. 당신도 꿈을 꿀 수 있다고…

올 가을은 순탄치 않게 다가왔다. 폭염과 장마로 지치게 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동장군이 찾아왔다.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떠나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가을이다.

가을엔 외부로 발산해버린 기운을 다시 내면으로 끌어들여 내면을 따뜻하게 채워야 한다. 그래야 다가오는 겨울 추위도 견디고 내면의 충분한 영양이 행복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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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