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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1.20 17:29:40
  • 최종수정2018.11.20 17:29:40

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노란 은행잎이 비처럼 내리는 시월의 마지막 날 시집 한 권이 배달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짝꿍을 하던 친구의 글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의아해하며 책을 펼쳤는데 나도 모르게 활자 속으로 빨려들었다. 담백한 시어와 시구들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작가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친구는 일기를 안 써와서 벌을 받기 일쑤였고 글짓기 시간에는 아예 잠을 자기도 했다. 어느 날은 작문 제목이 '꿈'이었는데 '나는 꿈을 찾는 게 꿈이다.'라고 한 줄 작문을 써서 선생님들 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한 줄이 감춰진 그녀의 감성이었을 줄이야.

 중학교 1학년 때, 꽃미남인 수학 선생님이 우리 담임이어서 수학도 덩달아 좋아졌던 것 같다. 중간고사 첫째 날 첫 시간이 수학시험이었는데 그날 아침까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일찍 등교해 교무실을 기웃거리다가 선생님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 한데 그 문제가 시험에 나올 줄이야. 선생님께서는 나의 학습 태도를 크게 칭찬하셨다. 분위기에 끌려 더 열심을 내다보니 수학을 제법 잘하게 됐다. 한동안 내 꿈은 수학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늦은 나이에 수필공부를 시작해서 지금은 수필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수학 시간에도 책상 속에 숨겨둔 소설책에 틈틈이 눈길을 주던 모습이 오늘을 대변해 줄 수 있을까.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원에서 시장놀이를 했다. 여자아이랑 짝을 해 아이스크림을 팔았는데 물건과 돈이 교환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경험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 나는 이담에 커서 아이스크림 장사가 되고 싶어요." 한다.

 나는 웃으면서 "그래? 그러렴." 했다.

 한동안 아이의 장래희망은 아이스크림 장사였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엄마이자 교사인 나지만 내 아이, 내가 맡은 아이들만큼은 방임형도 억압형도 아닌 민주형으로 키워보겠다고 딴에는 꽤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아이가 먼저 밝히기 전에 "이담에 커서 뭐가 될래?" "이담에 커서 뭐가 돼라." 이러면 아이가 민주적으로 크는데 부담이 되지 싶어 장래의 희망 같은 것은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 웃으면서 "그러렴." 했지만, 장래 희망이 아이스크림 장사로 굳어질까 봐 살짝 조바심이 났던 건 사실이다.

 몇 년이 지나자 아이의 장래희망이 바꼈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단다. 외삼촌 결혼식에서 결혼행진곡을 연주하고 난 다음이었다. 일가친척이 꼬마 피아니스트라며 칭찬했는데 그게 좋았던 모양이다. 난 진도에 맞춰 철저하게 예습 복습을 시켰다. 잘 따라주는 것 같았는데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그렇게 재미있어하던 피아노가 스트레스가 될 줄은 몰랐다. 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예쁜 담임선생님이 미술부 담당이어서 그런 줄 알았다. 허나 피아노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깜찍하게 돌려서 한 것이었다.

 중학교에 가자 책 읽기에 빠져들더니 교내 독후감 발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주제로 삼은 책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그런 작가가 되고 싶은 눈치다. 섣불리 드러내지 않았을 뿐 속내가 다 보였다.

 장래 희망이, 아이스크림 장사에서 피아니스트로 그러다가 작가로 바꼈다. 그렇게 바뀌는 과정을 몇 번 더 거치면서 자신의 상을 만들어 갔을 것이다. 그 아이가 지금은 목사가 돼 영등포의 아담한 교회에서 목회를 한다.

 일기가 쓰기 싫어 벌을 받던 아이가 시인이 됐다.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아이가 수필가가 됐다. 아이스크림 장사가 꿈이라던 아이가 목사가 됐다.

 어떤 경우에도 속단할 일이 아니다. 세상사 정령 두고 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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