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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가도 가도 끝없는 수평선 너머 그리움을 찾아간다. 모래 위에 써놓고 온 내 이름 세 글자는 아직 남아있을까. 바닷물 속에서 춤추던 물풀도 여전히 자라고 있겠지. 파도에 자글자글 밀려다니던 조약돌의 안부도 궁금하다.

걸음마 배우기도 전에 엄마 등에 업혀서 떠나온 고향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향수에 젖어 고향을 추억하는 이들을 보면 부럽다 못해 열등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유년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서해안의 작은 섬마을을 고향이라 임의로 설정해 버렸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면 되는 것을 그렇게 오랜 세월 그리워만 했단 말인가. 고향이라고 하면서도 찾아갈 엄두를 못 내고 흘려보낸 세월이 반백 년을 훌쩍 넘겼다. 많이 늦었지만, 우리 세 자매는 지금 인천시 옹진군 대청면을 찾아간다. 열 살에 떠나온 섬마을, 꿈에 그리던 대청도에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나 고향에 가요.' 아무나 붙들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은 배보다 앞서서 바다 위를 달린다.

누가 바다를 일컬어 유리 바다라 하였든가. 정말로 유리처럼 반드러운 바다가 햇볕을 받아 반짝인다. 에메랄드빛, 남빛, 감청 빛, 조금씩 다른 푸름 들이 잇대어 커다란 푸름을 만들고 있다. 3시간이 넘도록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더니 내 눈에서도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드디어 섬이 보인다. 등대가 보이는 포구 여기저기에 어선들이 줄에 묶여 흔들거리고 있다. 비릿하면서도 달곰한 섬의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푸른 바다에서 튀어나온 파도가 하얗게 온몸을 부수며 나를 맞아준다.

대청도 선진포항에 내렸다. 짙푸른 바다, 하얀 백사장, 울창한 녹색의 숲, 그 위를 떠도는 흰 구름, 정령 자연이 채색한 환상의 섬이다. 10살 아이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가슴이 울렁거린다.

대청도의 관문으로 알던 배진포항이 보이지 않는다. 해변에서 제일 먼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마중하리라 기대했던 빨간 해당화도 자취를 감췄다. 답동 대청초등학교는 어디로 갔으며 학교 뒤에 높다랗게 쌓였던 모래 산은 또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나의 눈은 온통 추억을 더듬는다.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때 친구들이 보고 싶다. 10살에 두고 간 섬마을에 백발이 성성하여 찾아와서는 소꿉친구를 만나는 행운을 바라다니….

대청도 하면, 모래와 소나무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니 바닷가에도 산에도 모래가 지천이다. 손에 쥐면 손가락 사이로 쪼르르 다 빠져나가는 희고 고운 모래, 한반도의 깨끗한 모래의 속살은 다 이리로 모인 느낌이다. 관광의 시작도 옥죽동 모래사막에서부터였다. 이곳은 모래가 바람에 날려 이동하면서 이루어진 사구(沙丘)인데 길이가 약 1.6km, 폭 600m로 해발 40m의 모래언덕이다. 널따란 모래언덕에는 낙타 가족도 살고 있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밭에 바람이 그려놓은 무늬가 신비하다. 살며시 밟아 보았다. 모래 위에 찍힌 내 발자국, 보드라운 모래의 따뜻한 감촉,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대청도는 해변의 백화점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여러 해변을 품고 있다. 농여해변, 미아동해변, 지두리해변, 사탄동해변 등. 해안마다 깎아지른 절벽 바위와 광활한 모래 해변이 어우러져 있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곶'은 빼어난 전망대요, 기암괴석 즐비한 모래해변은 고즈넉한 해안 산책로다.

매바위 전망대, 서풍받이, 광난두정자각, 기름아가리 등의 웅장한 아름다움에 만취하여 비틀거렸다. 그러나 하늘도 바다도 빗살무늬 바위까지도 온통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 전망대의 일몰의 풍광 앞에서는 작아 보였다.

나도 한 순간, 몽환적인 붉음에 동화되어 수채화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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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