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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03 18:13:11
  • 최종수정2018.07.03 18:13:11

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어느 날 생쥐는 천장 구멍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따라가 본다. 그 빛은 소녀가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켜 놓은 전등이었다. 그렇게 해서 겁 많은 소녀와 집 밖에 처음 나온 생쥐는 만나게 되고, 둘의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녀는 귀여운 생쥐를 소름 끼치게 징그러운 동물로 보고, 생쥐는 겁쟁이 소녀를 동화 속에서만 본 아름다운 요정으로 보았다. 그때부터 둘의 오해와 착각이 뒤엉키는 엉뚱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생쥐를 피하려고 요리조리 폴짝폴짝 뛰는 소녀를 보고, 생쥐는 요정이 기뻐서 춤을 춘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요정과 함께 빙글빙글 춤을 춘다. 소녀는 생쥐가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얼른 향수병을 집어서 생쥐의 주둥이에 뿌린다. 하지만 생쥐는 향긋한 향수가 행운을 주는 마법의 물이라고 착각한다. 향수 때문에 눈이 따가워서 눈물을 흘리는 생쥐를 보고 소녀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때도 생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요정이 자기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장면마다 하나는 소녀의 시선으로, 또 하나는 생쥐의 시선으로 표현되었다. 일상적인 소재에 동화적인 판타지가 인상적이다. 소녀에게는 무서운 기억이지만, 생쥐에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겠지. 책장을 덮으며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생쥐를 닮은 내 모습이 보여서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 아버지는 아홉 자식 중에 셋째 딸인 나를 가장 사랑하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고 자부했기에 당당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구순 잔치 날 아버지께서는 절을 올리는 우리 9남매의 손을 일일이 잡으시며 덕담을 주셨다. 구십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오신 일대일의 사랑의 메시지를 공개하신 것이다. 큰언니는, 첫 열매의 의미였고 언제나 기대되고 의지가 되는 든든한 맏자식이었다고 하셨다. 둘째 언니는, 따뜻한 마음으로 감동을 주고 기쁨을 주는 자식이고….

우리는 모두 아버지에게는 아주 특별한 자식이었다. 그때 비로써 알았다.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 방법에 내가 심한 착각을 일으켰다는 것을,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낸 착각이었을까. 우리는 이렇듯 어이없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착각 속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지난 추석날 저녁, 북적대던 친척들이 돌아가고 작은 아들네만 남았다. 아들은 거실에다 요 두 개를 나란히 펴면서 '우리 식구'는 시원하게 여기서 자겠다고 한다. 교통 체증을 피해 내일 첫새벽에 출발하기로 했으니 번잡하게 문을 여닫지 않고 조용히 준비하려는 의도였다. 다 좋은데 무심결에 나온 '우리 식구'라는 말이 거슬린다. 아들의 '우리 식구'에는 당연히 내가 포함되는 줄 알았는데 잘린 느낌이다.

녀석은 결혼과 동시에 독립된 일가를 이룬지 십 수 년이 지났다. 이제 손자의 키가 제 아비보다 우뚝하니 크다. 이쯤이면 집착의 끈이 느슨해질 만도하건만, 아직 내 품에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나 보다. 아마도 뇌는 행복해지기 위해 마음을 속이나 보다.

'착각은 자유'라고 했다. 그러나 착각이라는 말에는 언젠가는 반드시 원상을 찾게 된다는 전제가 깔렸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했다. 착각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건 억울한 일이다. 또한, 그 영향이 자신의 범주를 넘어 남에게까지 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네 삶에 착각마저 없다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영원한 삶을 약속받은 것 같은 착각 속에 행복한 내일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동화 속에서 마냥 행복했던 생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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