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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도서관, 피어라 꿈' - 파주 헤이리 어린이도서관

책 → 공간 변모시킨 곳이자 골목길 품은 거대 도서관
기증된 20여 만권으로 채워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북 카페선 기획부터 제본까지 만들어지는 과정 볼 수 있어

  • 웹출고시간2015.08.31 17:11:47
  • 최종수정2015.08.31 19:42:05

지혜의 숲 외관

ⓒ 윤기윤 기자
[충북일보] 영국과 프랑스의 어린이도서관을 둘러보며 각인된 생각은 외형적 환경보다 분명한 교육철학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복지의 중요성이었다. 기본적 삶이 보장된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그렇지 못한 삶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모두에게 기초생활의 일상이 보장되어 있다면, 자신의 적성대로 행복한 삶을 꾸려가지 않을까.

방과후,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을 가보면 우리의 교육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이들은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모두 학원으로 가버리고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어린이도서관을 채우고 있는 것은 부모 손을 잡고 온 미취학 아동들뿐이다.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고 학교수업만으로 충분한 교육환경이면 좋겠다. 아이들이 하교 후 편안하게 도서관과 주변 자연환경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으련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가. 남들은 다 학원을 보내는데 나만 자유롭게 아이를 놔두면 경쟁세상에서 뒤처지는 느낌이라 어쩔 수 없다. 그러다보니 최소한 2~3군데의 학원을 보내야 마음이 놓인다."

내년이면 1학년 취학을 앞 둔 한 어머니의 말이다. 독서의 가치는 충분히 알면서도 경쟁사회의 세태에 동참해야 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영국과 프랑스 어린이도서관을 순례하고 난 뒤, 파주 헤이리 마을을 찾았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교육현실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들의 미래 어린이도서관의 모습을 그곳, 출판도시 파주 헤이리에서는 만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진 발걸음이었다.

◇ 정(靜)적인 책의 동(動)적인 흥취를 뿜어내는 곳, 파주

파주 헤이리 지혜의 숲 도서관 모습

ⓒ 윤기윤 기자
주말, 파주 헤이리 도시는 붐볐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색다른 도시 풍경에 한 폭의 그림처럼 녹아든다. 이곳은 도시(都市)지만, 거대한 도서관이며 지혜가 만들어지는'책 공장'이기도 하다. 출판사 건물에서 굴뚝연기처럼 품어져 나오는 책의 향기는 과거 근대화로 가는 공장도시의 역동적 풍경과 다르지 않다.

획일적 교육을 중화시켜주는 것으로 자유로운 책읽기만한 것이 없다. 책과 글자의 물성은 정(靜)이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내용은 세상을 뒤흔들 동(動)적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 에너지 가동의 현장을 보여주는 도시가 바로 파주다.

청주에서 파주까지 약 3시간이면 충분하다. 파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다. 가로수 늘어선 거리와 출판사들이 어깨를 겯고 있는 골목길들을 품은 거대한 도서관이다. 이곳은 책을 곧 하나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파주에 들어선 것은 곧 거대한 하나의 책을 펼쳐드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파주의 거리와 골목길들을 걷는 것은 책의 행간 사이를 거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 멈추어 서서 귀에 익숙한 출판사들의 건물 외벽이나 조형물에 새겨진 글만 읽어도 한나절이 모자란다.

지혜의 숲 카페에서 책 읽는 사람들

ⓒ 윤기윤 기자
파주 책 마을은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의 건축양식이 곳곳에 선보이듯, 무채색 콘크리트 외벽이 단정한 책표지의 민낯처럼 사람을 맞는다. 약 1만 여 명의 종사자들이 250 여 개 출판관련업체에서 일하는 책 마을은 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활자로 인쇄하고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과정이 모두 한곳에서 이뤄진다.

출판사 건물은 그대로 홍보부스가 된다. 소비자가 직접 금방 출시된 뜨끈뜨끈한 책을 일반서점보다 빨리 만날 수 있다. 유통과정이 생략된 책들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책의 모든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파주는 정적 물성을 가진 책의, 동적인 흥취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 인간이 만든 '창조의 숲'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도서관을 찾으려 애쓰지 마라. 파주란 도시 그 자체가 하나의 도서관이니까.'

책에 풍덩 빠진 아이들

ⓒ 윤기윤 기자
누군가 말한 것처럼 이제 우리는 파주라는 크고 멋진 도서관을 갖게 되었다. 유럽의 도서관 중 무엇보다 프랑스 플로럴 공원의 숲 속 어린이도서관에 감탄했지만, 도시 하나를 통째 들어 책선물로 포장한 듯한 파주는 정말 감격스런 곳이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신개념 도서관으로 이른바'지혜의 숲'또는'책 놀이터'라고 부른다. 모든 서가에는 기증받은 책 20 여만 권으로 채워져 있다. 이곳'지혜의 숲'에서 오가는 독자들에게 책을 안내하고 권유하는 이를'권독사'라 부른다. 365일 하루 24시간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는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으로서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작품이다.

책들이 나무처럼 생명을 갖고 벽을 타 오르고 사방 천지에 책으로 가득하니 정녕'지혜의 숲'이다. 아이들을 그 숲 아무 곳에서나 기대거나 누워 책을 보고 잠들게 하는 게스트하우스'지지향',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 인포테크, 그 숲 속의 부모와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

사계절 출판사가 만든 북 카페에서 진행하는'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를 통해서는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기획과 편집 그리고 디자인과 출력, 인쇄, 제본까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파주출판도시를 관통하는 도로 양 옆으로 출판사, 미술관, 북 카페, 박물관, 책방 등 책과 관련된 모든 매체가 즐비하다. 파주는 문화복합단지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파주는 아이들에게 책이라는 매력적 거인의 면모를 온몸으로 체득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리하여 집으로 돌아가 책을 펼쳐들면 손에 쥔 작은 책이 마치 거인의 속살을 만지는 듯한, 내밀한 기쁨의 여운을 길게 남기는 곳이다.

'자연의 숲'은 신(神)이 만들었다면, 이곳'지혜의 숲'은 인간이 만든 창조의 숲이었다.

/ 윤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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