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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도서관, 피어라 꿈' - 어린이 도서관의 모태 '순천 기적의 도서관'

오밀조밀 꿈의 공간
도심 속 책다락방

  • 웹출고시간2015.06.29 15:53:32
  • 최종수정2015.07.12 15:06:08

햇살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 부모와 아이들

[충북일보] ◇공간도 책의 한 페이지다

도서관 문을 연 순간, 오히려 바깥보다 환해졌다.

도서관 로비를 지나자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의 생기어린 빛이 도서관 실내 구석구석을 밝혀주고 있었다.

빛을 머금은 책들은 살아있는 생령처럼 반짝였다.

'공간도 책의 페이지들이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처음 설계한 故 정기용 선생의 말이 그대로 실감나는 순간이다.

입구부터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마치 푸른 대숲을 외투처럼 두르고, 형상에서는 알 품은 암탉의 포근함이 묻어났다.

도서관에 드나드는 아이들의 얼굴은 해맑았다. 건축이 주는 편안함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2층에서 바라본 순천 기적의 도서관 풍경

ⓒ 윤기윤 기자
입구에서는 예외 없이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그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고 아무데서나 편안하게 뒹굴며 책을 보라는 의미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풍경은 키 작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꽂이다.

어린이와 함께 온 어른들은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한 거인처럼 책꽂이가 허리춤에 닿으니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된다.

분명 여기는 오로지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의 전용도서관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른들 또한 유년의 기억과 접목되어 잠시 고즈넉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순천 어린이 도서관에 발을 딛는 순간 절로 뒤뜰에 감나무가 있었던 어린시절 시골집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요즘의 아파트처럼 평면구조가 아닌, 뜨락과 댓돌 마당의 아기자기한 입체감, 헛간과 뒤안 다락방 등 아늑한 공간감을 즐길 수 있었던 그곳……

다락방에 올라 작은 쪽창으로 불어오는 내밀한 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책을 돌려 읽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들과 가보지 않은 미지의 공간에 대한 꿈으로 우리들은 가슴이 부풀어오르곤 했다.

그 공간에서 키운 공상과 공유의 따뜻한 정서는 내내 삶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처럼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도심 속 다락방 같은 공간들이 오밀조밀 존재한다.

옥상 '비밀정원'에서 아이들이 그림책에 등장한 주인공이 그려진 골목사이를 누비고 있다.

우주선 모양의'별나라 여행'을 지나면서 광활한 우주의 세상을 상상하게 되고, 이곳을 통과하면 옥상에 마련된'비밀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상상의 토끼, 곰 그리고 눈사람 아저씨와 도깨비를 만날 수 있다.

하늘로 난 골목길을 오르다보면 아이들이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툭툭'튀어 나온다.

◇협치(協治)의 건축, 순천 기적의 도서관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공간구조와 연출, 비밀로 가득한 작은 방들, 맘대로 뒹굴 수 있는 따스한 바닥,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요철공간들의 배치…

아이들을 매혹할 이런 요소들을 이 건물이 갖고 있다.

열람실에는 아이들과 함께 대나무가 자라고, 지붕이 뚫린 채광창으로는 언제나 하늘과 구름과 별이 보인다. 해님도 도서관 안을 들여다본다.'

전 경희대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도정일 선생이 쓴'오 쓸쓸함이여, 스승이여'라는 칼럼을 보면 순천 기적의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느낌이 오롯이 살아난다.

해님이 도서관 안을 들여다보며"애들아 뭐하니·"하고 묻는다는 대목에서는 슬몃 미소가 절로 감돈다.

순천 기적의 어린이 도서관은 2003년 11월 10일 설립됐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비영리 민간단체인'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 MBC 교양프로그램'느낌표'와 함께 2002년 시작했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지어주는 프로젝트다.

어린이가 책을 읽으면 삶이 기적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담아 작명됐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제천·진해·서귀포·청주·금산·정읍 등지에 세워졌고, 지난 5월22일 서울 도봉구에 12번째 기적의 도서관이 건립되었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순천시가 도서관 건립 부지를 제공하고, 도서관 건축비용과 인테리어 비용, 도서수급 및 기타 소프트웨어 등을 시민단체와 MBC에서 제공하는 형식으로 지었으며, 운영은 순천시에서 맡고 있다.

부지면적 4천204㎡, 건축총면적 1천304㎡의 지상 2층 규모이다.

◇민관협력 최초의 모델, 그 정신 이어가

정봉남

순천 기적의 도서관 관장

순천 기적의 도서관 정봉남(48)관장은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순천이 직영하지만 관장은 민간이 맡아 운영한다.

최초의 민·관 협력도서관으로 의미가 있다.

애초에는 '책읽기 운동'을 하는 시민 단체가 주도했다.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라며 "올해 서울시 도봉구에 12번째 기적의 도서관이 생겼다.

하지만 운영형태는 다를 수 있다.

민관협력의 방법도 하나의 모델이듯 다양한 형태의 운영형태로 향후 어린이도서관은 진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는 것이다.

어린이의 꿈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도서관 건물의 설계에서부터 책걸상, 책꽂이, 화장실 변기 등 모든 가구와 시설이 어린이의 체격과 행동양태에 맞게 디자인됐다.

아동문학에서부터 역사·자연·과학·환경·지리·그림책·만화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의 지적, 감성적 성장에 필요한 각종 자료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2013년 10월 보유 장서는 도서 7만5천236권이다.

엄마와 함께 책을 보는 아이들

도서실 각 공간의 이름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지어졌다.

1층에는 사람들이 약속하며 만날 수 있는 '도란도란', 소지품과 신발을 보관하는 '괴나리봇짐', 미취학아동들이 엄마와 함께 책을 보는 공간인 '아그들 방', 영유아를 재울 수 있는 '코~하는 방', 부모가 아이에게 동화를 제공하는 '아빠랑 엄마랑' 등 친근하게 꾸며놓았다.

2층은 별나라(도서 열람실로 우주공간처럼 원형으로 꾸며진 공간), 지혜의 다락방(고학년 어린이들의 도서 열람실), 그림방(독서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글 쓰는 방(작가와 관련된 자료를 열람하고 어린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비밀의 정원(옥상정원)과 디지털자료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관시간은 월요일 오후 1시∼오후 6시, 화∼일요일(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은 매월 첫 번째 월요일과 주말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이다.

/ 취재 윤기윤 팀장, 김수미 기자,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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