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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2.22 14:36:48
  • 최종수정2013.12.23 15:57:12

사동민

충북대학교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항상 내일이 있는 것처럼 살다가도 마지막이 되면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인 듯싶다. 나도 예외 없이 대충대충 일하고 지나간 시간들을 반성 내지는 후회 모드로 뒤돌아보며 며칠 남지 않은 연말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묵은 해를 새해로 가져가지 않으려 몸도 마음도 분주한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지· 새 연구실로 이사 와서 정리를 하면서 오랜 된 책들과 서류들을 방 한쪽 구석에 쌓아 논 지가 꽤 되었는데 선뜻 버릴 수가 없다. 내 손 때 묻은 정든 것들이어서 아쉬움이 남아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아쉬워도 붙잡을 수 없이 매일 새롭게 오는 시간을 너무 쉽게 보내버렸다.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간 1년 - 주마등은 중국에서 명절이나 행사가 있을 때 거리에 내걸던 등불이다. 등 위에 둥근 원반을 올려놓고 원반의 가장자리를 따라 말이 달리는 그림을 그려서 붙여놓았다. 등에 불을 밝히면 원반이 등불을 돌면서 마치 영화의 필름처럼 말이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말이 휙휙 질주하는 모습의 주마등은 세월의 빠름에 빗대어왔다. 지금은 흔적도 없는 주마등대신 차창 밖 가로등이 말 달리듯 스쳐 지나간다.

서양 연극 중에 생명이 1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재로 한 오직 15분이란 연극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똑똑한 주인공은 우수한 성적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위 받을 날을 기다리던 어느 날 남은 시간 15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게 되었다. 병실에 누워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5분이 걸렸다. 10분이 남은 순간 한 통의 전보를 받게 되는데 그 내용은 억만장자였던 친지가 죽고 그 유일한 상속자가 주인공이라는 것이었다. 죽음 앞에 선 그에게 재산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분초를 다투며 다가오고 있을 때 또 하나의 축하전보가 그를 맞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최우수 논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도 그에게 아무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온 전보는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결혼 승낙을 받은 것이었다. 세 통의 전보를 손에 쥐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15분에 담은 인생이야기는 우리 인생 이야기이다. 꿈을 찾아 숨 가쁘게 달리다 지쳐 멈출 때면 어느 새 흰머리 날리는 내 모습을 돌아보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훌쩍 가버린 것을 깨닫는다.

연극의 주인공처럼 15분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12월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지만 해를 보내는 마무리도 중요하다. 커다란 병에 골프공과 작은 조약돌과 모래를 채워 넣으려면 제일 큰 것부터 작은 것의 순서로 넣어야 한다. 공을 넣고 조약돌을 넣고 마지막으로 모래를 넣어야 꽉 채울 수 있다. 커다란 병은 우리의 인생이고 공은 우리의 가족과 건강과 친구, 조약돌은 일과 취미이며 모래는 일상 속의 소소한 일들이다. 실제 생활에서는 나는 조약돌과 모래를 먼저 넣는 적이 종종 있었다.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미루었던 연락을 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연말을 만들어야겠다. 오랜만에 동네 산책도 하며 서점에 들러 책도 몇 권 사야겠다. 그리고 남아있는 연말에 될 수 있는 한 많이 행복한 나를 찾아야겠다. 최근에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대학가 대자보가 공감을 얻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별 탈없이 하루를 살기에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사회 문제에 조금 관심을 갖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겠다.

올 1월부터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새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유종의 미는 끝마무리를 잘해서 마지막까지 좋은 성과를 얻는다는 뜻이지만 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마무리를 하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떠나는 1년 간의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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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