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11.10 15:34:34
  • 최종수정2013.12.08 14:02:25

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노을이 지는 황금빛 들판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소박한 농촌 부부의 모습이 정겨운 밀레의 만종은 농촌의 평화로움을 담은 그림으로 유명하다. 발 밑에 감자바구니와 캐다 만 감자가 흩어져있고 멀리 교회당서 종소리가 은은히 들리는 듯한 그림은 어릴 적에는 미술책에도, 거실 달력에도 있었고 즐겨 다니던 이발소 벽면에도 걸려있었다. 어릴 적 무심히 보아 넘겼던 만종이 내가 부모가 되고, 가을걷이를 끝낸 이즈음엔 어김없이 기억나는 추억이 되어있다. 평화로운 전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밀레의 만종은 이번에 유럽을 순방중인 박 대통령의 발걸음마저 멈추게 만들었다고 한다.

밀레의 만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보며 자연에 대한 감사와 위안을 삼았던 것과는 다르게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밀레의 그림에서 알 수 없는 슬픔과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밀레의 만종을 관찰하고 '밀레의 만종에 관한 비극적 신화'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수 십 년이 지난 후 달리의 놀라운 투시력은 사실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밀레의 만종은 1932년 즈음 정신이상자에 의해 그림이 훼손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복원작업을 거치게 된다. 복원 팀은 X선 촬영을 하는 과정 중에 감자바구니가 그려진 부분의 밑그림에서 아기용 관처럼 생긴 나무상자가 그려진 사실을 발견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밀레가 당시 프랑스 농민들의 가난한 삶과 배고픔으로 사망한 아기와 비통에 빠진 부모를 그리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밀레가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약속했던 가난한 부부의 아기가 굶주림에 숨지자 죽은 아기를 묻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고 지금처럼 수정했다는 것이다. 즉 사회비판적인 밀레의 그림이 혹평 받을 것을 우려해 아기의 관을 감자바구니로 바꿔 그렸다는 것이다. 사실적 자연주의자 화가인 밀레와 천재적인 초현실주의의 대가이며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달리의 감성이 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밀레의 만종은 인상파 화가로 유명한 고흐도 무척 좋아했던 그림이었다. 그 때문인지 고흐도 가난한 농부를 주제로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을 그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풍요를 잉태한 곳의 편안한 쉼과 빈 들판의 쓸쓸함과 적막이 동시에 느껴진다. 밀레의 그림에서 풍요와 슬픈 정적의 삶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이런 것 아니었나 싶다.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도 며칠 전 지났다. 입동 즈음이면 어김없이 김장이 생각난다. 김장은 서리를 맞고 밭에서 갓 뽑은 채소들이 맛있는 입동 전후에 해야 제 맛이 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요즈음 지구온난화로 김장이 많이 늦어지는 추세지만 11월에 접어들면서 이미 소리 없이 겨울채비가 시작되었다. 올해 배추가 풍작이어서 김장 비용이 줄어들어 주부들의 걱정은 줄었다지만 농가의 손해가 커질까 우려가 많이 된다. 농가의 고민을 덜기 위해 집집마다 한두 포기씩 더 담그는 마음의 여유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손끝이 시려오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던 김장 날, 잘 절여진 배추에 맛깔스럽게 버무린 김치 속을 얹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와 싸서 한 입 가득 먹던 행복한 입맛이 기다려진다. 늦가을비가 겨울을 재촉하고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였던 단풍이 길가를 덮은 도심을 벗어나 촉촉한 시골길을 걸었는데 수확이 끝난 감나무들마다 드문드문 감들이 매달려 있었다. 겨울을 보낼 산새들 먹이 하라고 일부러 몇 개씩 남겨놓는 거라고 한다. 자연 속에서 가꾼 열매를 수확하고 그 일부를 자연에 보답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참 따뜻하단 생각이 든다. 이 손길들의 겨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