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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어릴 적부터 언어와 문학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언어는 늘 새롭고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외국어에 대한 갈망을 늘 품다가 더는 미루지 말자고 다짐한 뒤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가 많이 작용했다. 처음에는 여행을 갈 때 혹은 외국인을 만났을 때 좀더 원활한 소통을 하면 좋겠다는 단순하고 막연한 포부를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가 의사 전달을 넘어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얻는 기회라는 점을 점차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때로 일로 바쁠 때나 몸이 피로할 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힘든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서 지금까지 선생님과 함께 언어를 꾸준하게 공부해 오고 있다.

언어 공부를 하는 동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외국인과 대화를 하려면 통역가나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그마저도 어휘나 내용의 수준 등에서 한계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단 몇 년만에 AI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과 난관은 거의 극복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저번 학기 내 수업을 들은 학생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한 한국인 학생이 각각 있었다. 그 두 학생의 경우 언어 문제로 강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 경우 과제나 발표 등에서 결과물이 좋지 않은데 그 두 학생은 비교적 양호한 결과물을 제출했다. 실제로 수업에서 CHAT GPT와 같은 AI 앱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요즘 대학의 강의 현장에서 AI를 활용한 교수 학습법에 대한 이슈가 크게 부상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그동안 언어를 직접 배워본 경험에 따르면 AI 기술의 도움으로 사람들이 과연 언어를 둘러싼 다층적인 맥락과 깊이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인간 대 인간의 의사소통 관계 속에는 공감각적 접촉이 야기하는 특유의 감정과 리듬 등이 존재한다. 따라서 진실한 소통은 그러한 요소들을 포함한 언어를 잘 표현함으로써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만약 언어를 단순히 문법과 어휘에 맞게 내용을 전달하는 목표 자체에 둔다면 문장 자체는 완벽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의사소통에 개입된 인간의 특성과 관계의 맥락 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 언어를 통해 관련 문화와 역사의 특성 및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이러한 맥락과 연관된다.

수업에서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AI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필요하고 또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의 발전 속에서 언어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완벽한 문장의 형성과 명확한 내용의 전달 측면에서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칫 언어의 역할을 단순하게 축소하는 데 머무르지 않도록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의 학습은 인간다운 관계를 맺기 위한 종합적인 감각을 익히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의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라는 인식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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