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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요즘 연일 쏟아지는 뉴스 중에서 유독 '갈등'과 '반목'에 대한 것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탄핵 찬반을 두고 이념을 둘러싼 시민 사회와 정치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과 각종 자산을 둘러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중이다. 최근 '대치 맘'을 풍자한 유튜브 영상이 논란의 대상으로 부상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연관되어 있다. 여기에 세대 간 갈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집단의 갈등과 반목 등을 더하면 그야말로 2025년 현재 우리 사회는 '갈등', '반목'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비단 최근에 갑작스럽게 돌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늘 그래 왔던 일이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 또한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누적되어 현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선진국 진입과 함께 국민의 삶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과연 우리가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속에서 인간답게 살고 있느냐 질문한다면 명쾌하게 그렇다고 말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최근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또다시 불거졌다. 가족의 인맥을 통해 자녀가 쉽게 공공기관에 채용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경기 침체로 인해 사회 초년생들의 취업 관문이 더욱 좁아지고 저출산의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 채용 비리의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과 불신, 반목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부와 인맥 등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게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심각한 회의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대치 맘' 패러디가 가져온 파장 또한 성격이 다르지 않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를 수단으로 차곡차곡 학벌과 스펙, 인맥을 쌓음으로써 최종적으로 사회의 주요 분야로 진출하는 지름길을 만드는 과정, 바로 그 기원과 현실을 풍자적으로 잘 보여 준다. 공존과 관계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독점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선별 집단이 되도록 하는 것이 현재 한국 사회 입시 문화에서 지향하는 목표가 되었다. 이러한 입시 문화 또한 오랜 역사를 거쳐 오면서 늘 사회 문제로 제기되었으나 근본적 해결책 없이 현재에 이르러 이제는 '7세 고시'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 되었다.

최근에 나온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작품 안에 가득한 알레고리 속에서 바로 이러한 문제를 특유의 풍자적 시선으로 재현한다. 특히 감독은 현실의 부조리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 그리고 그로부터 가장 취약해진 존재들에 관심을 가진다. 이것은 그가 초기작 <플란다스의 개>(2000)에서부터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파고들었던 주제이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작품마다 각각의 특색이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 내가 본 것은 통렬한 스펙터클과 서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건네는 감독 특유의 위로와 공존에 대한 물음이었다. 현실의 삶이 비록 불공정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을지라도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에게는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존엄성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 감독이 작품에 처음으로 녹여냈다고 밝힌 '사랑'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 인간적 다름과 존엄을 인식하고 인정하면서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삭막한 현실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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