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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5.08 14:31:24
  • 최종수정2025.05.08 14:31:24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얼마 전 공원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오랜만에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휴일 낮이라 정말 많은 사람이 내 앞을 지나갔다. 그 사람들을 무심코 지켜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들 대부분이 거북목이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은 뚜렷할 정도로 티가 났다. 그 순간 예전에 미래의 진화된 인간형을 보도하는 기사가 머리를 스쳤다. 기사에 나온 인간형은 스크린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를 가진 새로운 인류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기사에서 본 미래형 인류는 머지않아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루를 스마트폰, 노트북 테블릿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함께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다. 특히 2030 세대의 평균 스크린 타임은 하루 7시간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업무, 소통, 여가의 대부분이 디지털 스크린 앞에서 이뤄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느새 '스크린 타임 인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친구들과 밥 먹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 꽤 어려운 도전으로 인식되는 이 시대에 스크린 타임 인간형은 곧 거북목형 인간을 일컫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일상적으로 취하는 고개를 숙인 자세는 단순한 일시적 피로를 넘어서 신체 구조 자체의 변형을 유도한다.

스크린 타임 증가가 불러오는 정신적 문제가 요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피로, 주의력 결핍, 감정 소진, 우울증 등의 현상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을 지탱하는 몸의 중요성에도 주목해야 할 때이다. 똑바로 서는 일,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자세 교정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한 진화 방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게다가 똑바로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는 일은 자기 앞에 놓인 세계를 직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스크린 속의 가공된 세계에서 벗어나 잠시 내가 놓여 있는 현실, 즉 나를 둘러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신체적 활동이자 정신적 활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현실에는 인간과 자연, 사물 등이 총체적으로 구축한 다채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산책을 위해 공원을 찾았으나 눈과 정신이 스크린으로 향해 있다면 공원에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을 누구나 오감으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이 대부분 귀에는 이어폰을 하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과연 이것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산책의 만족감과 위안을 줄까.

우리는 지금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며 신체가 변형되어 가는 기로에 서 있다. 기술은 인간을 변화시키지만 그것이 건강한 방향이 되도록 조절할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고 걷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스크린 타임 인간이 아닌 주체적 인간으로 되돌리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스스로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 없다면 한 번쯤 스크린 인간형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검색해서 찾아보길 바란다. 그 모습이 바로 나의 미래라면 과연 만족스러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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