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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7.16 14:10:56
  • 최종수정2024.07.16 14:10:56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우리의 일상이 평화롭게 흘러가는 듯 해도 때때로 주변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회적 참사들은 개인의 삶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트라우마를 초래하기도 한다. 얼마 전 경기도 화성 리튬 베터리 제조 공장 화재로 직원 23명이 희생되었는가 하면 시청역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로 인해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상자의 규모에서 보자면 이전에 발생했던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개인이 예기치 못한 끔찍한 참사에 의해 희생된다는 점에서 위의 사건들은 비슷한 성격을 드러낸다.

사회적 참사의 가장 심각한 사례로 국가와 사회 전체의 파국과 혼란을 초래하는 테러나 전쟁 등을 들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내전 등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참사가 가져오는 국가와 사회의 끔찍한 파국이 무엇인지를 실감케 해 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거나 희생되고 난민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보도나 기사로 접하게 되면 분단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착잡해질 수밖에 없다. 나를 포함하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국민 또한 이러한 예기치 못한 사회적 참사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남과 북은 여전히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로 갈라져 있다. 언제든 전쟁은 예기치 못한 파국과 함께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 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저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2017)에서 분단 이후 '전쟁'이라는 이미지는 한 번도 한반도에서 떠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다시 돌아와 우리의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죽음과 파국에 대한 사회적 불안과 두려움을 촉발한다고 말한다.

최근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과 전쟁의 양상을 보면 그것이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또다른 판본 내지 확장판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다른 국가의 상황일 뿐이라고 외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혹자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대한민국의 강력한 국방력을 근거로 전쟁과 같은 대형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방어력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전쟁과 내전을 비롯한 사회적 참사는 필연적으로 인적·물적 희생과 파괴를 수반한다.

올해로 대한민국은 휴전 71년을 맞이했다. 얼마 전 6월 25일은 한국전쟁 발발일이었지만 휴전의 역사가 긴 만큼 전쟁에 대한 감각이나 인식 또한 세대가 젊어질수록 무뎌지고 있는 듯 하다. '오물 풍선' 같은 분단 관련 이슈들이 등장할 때마다 간혹 우리가 여전히 전쟁 위험 국가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인지할 뿐이다.

그런데 전쟁과 내전 혹은 테러 등의 사회적 참사가 반복 재생산되는 데는 우리가 일상에서 다양하게 마주하는 사회적 참사와 파국에 대한 무심한 태도 및 미흡한 성찰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은 파국의 성격과 특징을 서술한 저서 『가스 냄새를 감지하다』(2023)에서 파국은 일반적으로 너무 늦게, 일이 벌어졌을 때에야 보이며 그것이 바로 '파국의 잔인성'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는 파국을 미리 감지하기 위한 예민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사회의 이슈와 의미 등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참사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는 태도는 우리의 평온하고 안정된 일상을 유지하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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