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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1.09 15:32:00
  • 최종수정2025.01.09 17:21:44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2025년 신년이 밝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참사로 국민의 마음은 애통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희망과 기대로 맞이해야 하지만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참사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 그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죄송할 따름이다. 참사 이후 일주일 동안 국가 애도 기간을 가졌으나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애도는 기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도의 마음은 유가족들이 충분히 사건의 진상을 알고 어렵더라도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힘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마음이 이토록 저린 것은 아마도 개인적으로 작년 부친상을 겪은 탓일 수도 있다. 부친은 오랜 병환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만신창이 상태가 되어 있었으나 끝까지 생의 의지를 놓지 않으셨다. 병마와 싸우는 인간의 삶에 대한 끈질긴 의지와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모두 그럴 것이다. 상실의 아픔과 상처를 생각할 때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족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된다. 그러나 끝내 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고 의료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걸 알고 가족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아버지는 조용히 죽음을 맞으셨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임에도 가족의 슬픔과 고통은 깊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유독 사랑했던 손자는 입관식에서 할아버지 몸에 엎드려 한없이 오열했다. 아버지는 오랜 병원 생활로 인해 마지막까지도 신체의 여러 곳이 멍들고 벗겨진 상태였다. 깨끗하고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시지 못했다는 생각은 더욱 가족을 힘들게 하는 상처가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친상을 치르고 난 뒤 아버지가 꿈에 두 번 찾아와 건장하고 밝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시며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경험을 하고 난 뒤 상실과 상처를 많이 씻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원히 떠나간 이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상실감 그리고 마지막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는 상처는 근본적으로 치유될 수 없는 상흔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꿈을 통해서라도 떠난 자와 재회하고 그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잠시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비록 현실이 아닌 바람과 희망의 무의식적 발현이라 하더라도 일상을 유지하고 삶을 이어 나가는 데 큰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상실과 상처를 경험한 자신을 위한 애도의 실천 행위와도 같다.

얼마 전 무안 공항의 참사는 예기치 못한 큰 희생을 낳았다. 당연히 다시 한국에 돌아와 재회할 것이라고 믿었던 가족을 일순간에 잃는다는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남긴다. 어떤 것으로도 그 고통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남겨진 유가족들에게 충분히 애도하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영원히 떠나간 가족이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와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 주는 재회의 꿈이 남겨진 유가족분들에게도 찾아오기를 희망해 본다. 그렇게 조금씩 깊은 상실과 슬픔의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이끌어 내면서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신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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