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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16 15:10:49
  • 최종수정2015.09.16 15:10:41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고백하건대, 나는 박치(拍癡)다. 다시 말해 노래를 부를 때 리듬을 타지 못한다는 소리다. 원래는 음치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노래방 가기를 싫어했다. 술좌석이 무르익어 흥이 나 2차로 노래방을 가자고 하면 노래방에 취미 없는 사람을 모아서 노래방 간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술을 마셨다.

노래방에 안 가면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노래 연습을 부지런히 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음은 대충 맞출 수 있게 되었고 십여 곡이 넘는 18번 곡을 갖추게 되었다. 요즘에는 가사를 가슴에 새기면서 제법 정서도 실어서 때로는 애잔하게 또 때로는 발랄하게 부르는 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해도 박치는 극복이 안 된다. 노랫말이나 음정을 따라가다 보면 배후에서 울리는 쿵딱 쿵딱 꿍따닥 쿵딱하는 리듬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래서 노래방에 가면 나는 탬버린을 잡지 않고, 춤도 추지 않는다. 가사를 보면서 음 길이를 맞출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서 리듬을 위주로 하는 곡은 선곡을 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노래는 부르질 못한다. 자연히 발라드풍의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신명이 있는 동료와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나는 조용한 노래에 정서를 실어서 분위기 있는 노래 위주로 선곡을 하면서 놀았다. 그 친구는 흥이 나서 탬버린을 흔들고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한껏 띄우면서 놀았다. 내가 조용한 노래만 선곡을 하며 차분하게 놀자, 그 친구는 '망가지지 못하고 고상한 척한다'고 핀잔을 준다. 나는 속으로 '네가 박치의 비애를 어찌 알겠니' 하면서 빙긋이 웃어넘긴다.

박치는 일종의 결함이다. 시(詩)에는 운율(韻律)이 있지만 곡조가 없다. 곧 음의 높낮이, 강약, 장단은 있지만 멜로디는 없다. 시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주로 머리로 이해하는 편이다. 음악의 멜로디는 정서를 자극하여 사람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는 시보다 한 수 위이다. 청각이 시각보다 사람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어서 가사의 내용에 곡조가 더해지면 머리뿐만 아니라 감정적 호소력이 짙어진다.

가사와 곡조에 리듬감이 더해지면 머리와 감정에 더불어 몸이 따라 움직이게 된다. 행위가 뒷받침 되는 온몸의 놀이가 되어 그야말로 흥이 완성되는 것이다. 심금을 울리는 가사와 정서적 감흥을 이끌어내는 곡조, 흥에 겨운 몸짓을 이끌어내는 박자(리듬)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놀이가 완성되는 것이다. 흥에 겨운 몸짓을 이끌어내지도 못하고 또 리듬에 맞춰 춤을 추지 못하는 박치는 완성된 놀이를 즐길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박치는 일종의 결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술과 노래, 춤이 어우러지는 완성된 놀이마당에서 서로 한바탕 어울리다 보면 평상 시 쌓였던 원한, 분노, 미움과 같은 감정적 앙금이 말끔히 씻겨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이 된다. 서양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시비, 호오를 따져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일단 어울려서 한바탕 놀면서 머리뿐만 아니라 몸을 동반한 화해의 마당을 펼친다.

우리 사회는 외국에서 보면 엄청나게 역동적이다. 다이내믹한 사회는 정적(靜的)인 사회보다 갈등의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시위 현장이나 몸싸움을 동반한 국회에서의 정쟁 등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화해 불가능한 갈등으로 시달리는 나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들의 머리로는 어제까지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얼마 후에는 서를 부둥켜안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의 장을 펼치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 이게 머리의 한계다.

우리는 서양인들에게는 없는 몸을 동반한 갈등 해소방식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음주가무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박치는 몸(춤)을 통해서 한바탕 어울리는 장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게 박치의 한계이자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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