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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감정의 배후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 웹출고시간2015.04.01 14:04:35
  • 최종수정2015.04.01 14:04:33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철학은 일종의 파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면서부터 철학적 상상력이 발휘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철학적 시각으로 보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사람들은 다음처럼 말한다. 내가 슬프다. 내가 사랑한다. 철학적으로 물어보자. 내가 사랑한다고? 과연 사랑하는 건 '나'일까? 이렇게 묻고 나서 아닐 가능성을 찾기 위해 철학적 상상력을 발동한다. 사랑이 성공하면 애를 낳는다. 애를 낳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애를 낳았다고 하자. 애를 낳자마자 부모, 특히 엄마는 경제활동에 타격을 받는다. 병원비, 분유 값, 기저귀 값, 옷 값 등등 출산과 양육에 드는 비용은 다 부모가 감당해야 한다. 애가 크면 교육비가 어마어마하게 든다. 수지타산만을 따져보면 애를 낳는 건 미친 짓이다.

애를 낳으면 자기의 삶도 없어진다. 애를 낳는 순간 자기중심의 삶, 부부중심의 삶은 어디로 갔는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부모의 삶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얽매인다. 아이가 울면 부모가 일어나야 하고 아이가 자면 틈틈이 조금씩 잠을 자 놓는다. 아이가 웃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고 아이가 울면 하늘이 무너진다. 애가 공부를 잘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공부를 못하게 되면 부부가 서로를 탓하면서 싸움을 한다.

아줌마들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밥을 짓기보다는 사랑하는 아이의 아버지니까 밥은 먹여야 한다고 말한다. 애를 낳는 순간 애정 전선에서도 부부는 변방으로 물러앉게 된다. 곧 아이를 매개로 하는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그럼 태어난 애들은 내 맘대로 될까? 자식은 절대로 내 맘대로 안 된다. 오죽하면 부모의 천적은 자식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학생들에게 '부모님들에게 원수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저 웬수!'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다.

이렇게 분석하고 나서 정리를 해보면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 결과로 애를 낳았다. 애를 낳고 보니 나에게 엄청난 손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사랑하는) 건 나에게 손해나는 일이다. 감정의 배후에 나를 위치시켜 놓고 나면 다음과 같은 이상한 등식이 성립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나에게 손해나는 일. 그럼 나는 나에게 해가 되는 걸 원하는(좋아하는) 존재라는 말이 성립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주체를 '나'로 놓고 보면 정말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결론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설을 세워봐야 한다. 곧 (사랑이라는) 감정의 주체가 '내'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곧 감정의 배후에는 내가 있는 것이 아닐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분노, 사랑, 슬픔 등의) 감정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다. 화가 나면 이성이 마비되고, 사랑을 해도 이성이 마비되며, 또한 슬픔은 우리로 하여금 정상적(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감정들이 발현되면 세찬 파도에 돛단배가 휩쓸려가는 것처럼 '나'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서 제어(통제) 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감정의 배후에는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떤 힘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배후에서 작동하고 있는 미지의 힘에 의해 '나'는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곧 나도 어쩔 수 없는 힘에 의하여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결과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는 내 의지대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아이는 삼신할머니가 점지해준 것이고, 나와 아이 사이에는 내 의지대로 끊을 수 없는 하늘이 맺어주는 관계가 형성이 된다. 이를 옛날 사람들은 천륜이라고 말해 왔다.

이렇게 철학적으로 분석을 하고 나니 요즘 사람들의 생각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결론에 도달한다. 옛날 어른들의 생각이 이와 같은 배경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만도 상당한 수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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