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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대학원 시절, 담배와 술을 하지 않던 교수는 담배는 몸을 망가뜨리고 술은 정신을 손상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몽롱하여 알코올성 치매 걱정을 하고 산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자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모두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사는 사회는 살 만할까?

위스키하면 스코틀랜드산을 으뜸으로 친다. 이른바 스카치위스키가 그것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스코틀랜드 철학자들은 철학사에서 가장 부정적인 사람들로 정평이 나 있다. 어떠한 주장이나 이론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다. 끝까지 철저히 따져서 흠을 찾아낸다. 따져서 의심하고 회의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기나 남의 이야기를 냉정하게 듣고 따지는 사람들인 것이다. 철학사에서도 인간이 만들어낸 이론이나 체계의 흠을 찾아 까부시는 사람들은 대체로 스코틀랜드사람(Scottish)이며, 그 대표적인 인물이 흄(D. Hume)이다. 그는 철학사에서 세운 이론체계의 근간을 철저하게 따져서 회의하고 부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스코틀랜드 사람(Scottish)이라는 단어는 깍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같이 어울려서 놀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친구끼리 만나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서로가 상대 이야기를 끝까지 따져서 지적하기만 한다면 어울림이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서로 어울리기 위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스카치위스키가 유명해졌다. 술 문화가 발달한 덕분인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지금도 어울려서 잘 살고 있다. 어느 정도는 정신을 놓고 살아야 어울림이 가능하다는 말이니, 이렇게 생각하면 술을 마시는 일도 필요하긴 하다.

우리는 어떨까?

우리에게도 술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들일을 할 때 막걸리를 마시지 않으면 뭔가가 빠진 듯하고, 퇴근 후에 동료들과 상사에 대한 험담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여야 직장생활의 재미가 쏠쏠해지는 듯하다. 덕분에 아내들의 이마에 주름살이 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술을 마셔댄다.

지금은 정년을 한 선배 교수가 술을 권하면서 하는 말이 있었다. 놀 줄 알아야 일을 잘하고, 잘 놀려면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술을 잘 마셔야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조금은 해괴한 논리이다. 상식적 합리성에 따라서 생각하면 이상한 말이긴 하지만 실제 사회생활에서 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면 퇴근 후의 사회생활이라 할 수 있는 술좌석에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실, 퇴근 후의 술좌석은 대낮에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정보교환의 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각하면 술을 잘 먹어야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선배교수의 말은 조금은 지나친 감이 없진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이성적인 냉정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술을 마신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좌석은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자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친한 사람들끼리 마시는 술은 이성적인 동의보다는 감정적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서로 감정이 상해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 사람들은 술 한 잔하면서 풀라고 권고한다. 그리고 이런 권고에 따라 술자리 한 번 하고나면 관계가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감정적 앙금은 술 한 잔에 봄눈 녹듯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 사회는 술을 권한다. 기왕에 먹어야 할 술이라면 운치 있게 먹을 일이다.

鍾鼎玉帛不足貴 보배니 부귀가 뭐 그리 귀하겠는가

但願長醉不願醒 그저 오래 취해 깨지 않고 싶을 뿐

古來賢達皆寂莫 예부터 현자 달인 모두가 적막한 삶을 살았거늘

惟有飮者留其名 마시는 자만이 이름을 남기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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