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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11 18:26:32
  • 최종수정2015.11.11 18:26:34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불가(佛家)에 중생(衆生)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을 총칭하는 말로서 생사윤회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깨닫지 못한 생명체들을 일컫는다. 아마도 대부분 한 번씩은 들어본 말일 것인데, 말뜻을 곰씹어보면 그 의미가 오묘하다.

살아 있는 것에는 인간은 물론이고 개, 소, 말, 돼지와 같은 포유류뿐만 아니라 거미, 벌, 개미 등과 같은 곤충, 지렁이, 뱀, 물고기, 나는 새 등이 다 포함된다. 불가에서 중생은 제도(濟度)의 대상이다. 불가에서는 인간만이 아니라 중생, 곧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제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중생이라는 단어는 인간에게 특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인간은 생사윤회의 수레바퀴에 빠져서 나고 죽음을 반복하는 생명체 중의 하나일 뿐이다. 다시 말해 해탈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간은 개미, 거미, 뱀, 물고기와 같은 미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깨닫지 못하면 미물인 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자존심 상하지만 중생이라는 말은 그런 뜻을 담고 있다.

중생이라는 단어는 깨달음의 긴박함을 알려주기도 한다. 인간이 뭔가 특수한 대우를 받고 싶으면 다른 생명체들처럼 사는데 급급하지 말고 생사윤회의 틀을 벗어나야한다(깨달아야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는 것이다.

불가에서도 인간으로 태어나기는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건 그야말로 복 받은 일인데, 그게 복인 이유는 깨달음을 추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체에 비해 깨닫기 위한 노력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간은 복 받은 존재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욱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생으로서의 처지를 벗어나기 훨씬 어려운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아상(我相)을 갖고 있다. 곧 내가 옳고 정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동물들에게 내가 옳고 정당하다는 생각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동물들은 생존에 급급하기 때문에 나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고급스러운 주체가 생길 겨를이 없다. 일단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벌고 위험으로부터 도망하는 일이 급선무라서 아상(我相)이 있을 수 없다.

아상은 생사윤회를 벗어나는데 가장 큰 장애이다. '나'로 태어나 산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생사윤회를 벗어나는 첫걸음인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문제제기의 가능성이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를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나 생각이 항상 옳다고 하는 사람은 깨달음의 길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제도(濟度)가 불가능한 인간이다. 아상이 강한 인간, 곧 아집이 센 인간은 구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 고집을 버리면 될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고집(아집, 아상, 내가 옳다는 생각)은 버리기가 쉽지가 않다.

주변을 둘러보자.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있을 수 있는데 한 가지 올바른 생각만이 있다고 믿는 위정자, 99.9%의 생각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0.01%의 올바른 생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고위공직자,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기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여야의 싸움 등을 보면 고집 버리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고집을 갖고 있어야만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중생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이 세상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고집이 정말 깨기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깨기가 어려운 것이 인간의 고집이다.

고집 센 인간과는 안 어울리는 게 최선이다. 어차피 제도가 불가능한 인간이니 대대로 중생으로 머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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