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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규

시인·화가

지난봄은 나무를 심느라 바람, 햇살, 흙과 함께 보냈다. 아버지께서 반세기 넘도록 가꾸시던 땅이었는데, 이제 연로하시니 내가 농사를 짓는다. 어쩌면 농사를 짓는다기보다 농사일을 하나씩 배워가는 중이다.

500평 정도의 땅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나무나 채소 등의 경작을 해야 할지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다. 시골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농사는 처음 하는 일이고 경험이 없어서이다. 젊은 시절부터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죽마고우와 선·후배들에게서 귀 동냥도 하고 유튜브 영상도 보면서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감나무를 심기로 했다.

물 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고랑을 만들고 감나무 심을 간격과 위치를 정하고 나무 심을 만큼의 땅 파기를 하였다. 감나무의 생육 과정과 식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부한 후에 이원 묘목 시장에서 3가지 종류(둥시, 차량 단감, 대봉)의 감나무를 구매하여 55그루의 감나무 식재를 마치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멀칭까지 하였으니 이제 그럴듯한 하나의 감나무 밭이 완성되었다.
ⓒ 양선규
무슨 일을 할 때 안다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알았다. 나무마다 생육 과정의 특성이 있다. 감나무는 물기나 습기를 싫어하고 냉해를 입기 쉬운 나무여서 물 빠짐이 좋고 산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아래쪽으로 흐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동해 방지를 위해 습기가 차지 않도록 볏짚이나 신문지 등을 이용해 감나무 기둥에 쌓아 주어야 얼어 죽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감나무 심은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초록의 잎사귀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 집중 호우에 감나무 밭 옆 농수로가 범람하여 둑이 무너지고 밭이 침수가 되고 토사가 유입되어 복구하느라 한 일주일 고생을 했다. 이것은 아마도 시작에 불과하리라, 앞으로 다가올 잡초와 태풍, 가뭄과 홍수, 폭설, 냉해 등의 시련이 예상되기도 한다. 잘 자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처음 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농사일, 쉽지 않은 일이다. 한 평생, 농사꾼으로 사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땅의 소중함을 조금 알 것 같고 농부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금년에는 감나무 심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우리 가족이 즐겨 먹는 채소를 심지 못했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내년 봄에는 감나무 사이에다 가지, 호박, 고추, 상추 등 평소 즐겨 먹는 채소를 심을 생각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잘 자란 싱그러운 녹색 채소와 잘 익은 주황색 감을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겠는가.

옛 어르신 말씀에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던가, 자주 밭에 가서 나무를 살펴보고 잡초도 뽑고 나무가 커가는 것을 지켜볼 생각이다. 농사짓는 일은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결실은 아무나 보는 게 아닌 것 같다. 나무를 키운다는 것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아주 나중의 일이겠지만 큰 수확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흘린 땀방울만큼이라도 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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