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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규

시인·화가

초등학교 때는 보물처럼 생각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오래된 화폐나 연말이면 발행되는 크리스마스실, 평소 놀이 도구였던 딱지, 구슬 등을 모으고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에서도 취미를 살려주기라도 하듯 여름 방학 때는 식물이나 곤충 채집 같은 것을 과제로 내주었고 겨울 방학 때는 우표나 상표 수집을 과제로 내준 적이 있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우표 수집이었다. 요즘처럼 우체국이나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전지나 시트 같은 전문적인 우표 수집이 아니라 편지 봉투에 붙어 있는 우체국 도장이 찍혀있는 우표 수집이었다.

유년 시절 내가 살던 곳은 호롱 불이나 양초를 켜고 살던 곳이었는데, 1972년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전기가 들어온 외진 시골 마을이었다. 우체부 역시 비포장 신작로 따라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편지를 배달하는 시절이었는데, 정오 오포(午砲) 소리가 지나서 우리 집에 우편물을 전달하고 갔는데, 때로는 점심시간이어서 대청에 앉아 함께 식사하는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동치미에 삶은 고구마를 먹기도 했다. 그때마다 KBS 라디오에서는 김삿갓 북한 방랑기가 흘러나왔다.
우표 수집은 초등학교 겨울 방학 숙제를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는데, 편지 봉투에 우표가 붙어 있는 자리에 침을 발라 살살 때네 밥풀을 발라 두꺼운 표지에 붙여 모으던 일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우표 수집을 하면서부터 큰 가방에 검정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쓴 우체부 아저씨를 은근히 기다리던 때도 있었는데, 우리 동네 아이들과 함께 큰 가방 아저씨라는 별명을 지어 부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가끔 우체국에서 전지나 시트로 된 기념우표를 구매하곤 했는데, 군 복무와 대학 졸업 후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아주 특별한 기념식에 때맞추어 나오는 중요한 우표나 화폐를 필요에 따라 구매를 해왔다.

놀 거리가 풍족하지 않은 농촌에 살면서 우표를 비롯해 수집이나 채집과 관련된 방학 과제는 호기심을 자극해 취미 생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듯하다. 간절하다가도 시들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 좋아하는 것을 적절히 활용해 지나치지 않게 취미 생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우표나 화폐 수집도 그때그때 생각을 하고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취미 생활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지만 기념우표가 발행되는 정보를 알아서 때맞추어 구매를 하고 시대별, 종류별로 우표첩에 정리를 하면서 오랜 세월 관심과 지속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표 수집은 시간이 지나면 희귀성이 있고 가치가 배가 되는 기쁨도 누리게 된다

우표 수집은 공부와 정리하는 습관까지 있으면서 수집한 오래된 우표를 펼쳐 보면 아득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마법 같은 매력이 있다. 우표 수집은 유년기나 청소년 시기에 시작하면 좋겠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나이와 관계없이 이제부터라도 우체국이나 온라인 쇼핑물에서 한 점, 두 점 모으는 각별한 취미를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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