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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14 14:47:52
  • 최종수정2024.02.14 14:47:52

송준호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책 한 권을 다시 읽었다. <비밀정원>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이다. 4회 혼불문학상 당선작인 이 작품은 '노관'이라는 이름의 유서 깊은 종갓집을 배경으로 가문의 질서를 거역할 수 없어서 끝내 이루지 못하고 만 남녀의 올곧고 강렬해서 더욱 안타까운 모습으로 다가온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교훈과 미적·언어적 감흥 두 가지를 동시에 얻게 된다는 걸 아주 오래전 <문학개론> 강의시간에 배웠다. 그 가운데 소설은 작가가 그려낸 인물의 독특한 성격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의 힘을 빌려서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비밀정원>에도 그런 게 있었다.

"젊었을 때 경계해야 할 것은 무지와 천박이란다. 부지런히 학문에 힘쓰고 예절을 익히렴. 예절이란 단순한 생활 범절을 넘어서 세상을 예우함을 말하는 거란다. 사람은 물론이고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온순한 마음가짐이 바로 예절이지." 나는 그의 조카 요와 함께 주인공 율이 삼촌이 건넨 이 말에 귀를 기울이며 거기 적힌 활자에 눈길을 잠시 멈추었다.

특히 내 마음의 눈길을 붙든 말은 '세상을 예우함'하고 '온순한 마음가짐'이라는 두 구절이었다. 세상을 예우할 줄 아는 온순한 마음가짐을 몸에 배도록 익히라는 것, 그처럼 낮은 자세로 사물과 사람을 대하라는 것. 그 대목을 속으로 몇 번 더 읽다가 나는 책을 잠시 내려놓았다.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말씀' 하나가 어제 일인 듯 생생하게 되살아나서였다.

지금 일하고 있는 대학의 전임교수 발령을 앞두고 나는 학과의 어른이신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그분이 사시는 아파트를 방문했다. 시골집 골방처럼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서재로 내 손목을 이끄신 선생께서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다면서 교수가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덕담부터 꺼내셨다. 그런 다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선생 특유의 굵고 낮은 소리로 내게 이런 당부 말씀을 들려주셨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사회적으로 대접을 비교적 높게 받는 편이라고, 누릴 수 있는 게 참 많은 직업이라고, 그럴수록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머리를 꺼낸 선생께서는 이렇게 덧붙이시는 것이었다.

"오로지 혼자만의 노력으로 교수가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해요. 그 어려운 공부를 해낼 수 있는 재능을 부모님께서 물려주셨지 않습니까. 앞으로 교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시게 될 오늘이 있기까지 옆에서 희생하고 도움을 준 사람들의 정성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는 교수가 가진 역량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참 많지요. 그들에게 더욱 낮은 자세로 다가가도록 하세요.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눠 쓰는 일이야말로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이고 예의가 아닐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돌이켜보니 그날 그 어른이 내게 들려주신 말씀도 '세상을 예우하는 온순한 마음'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바로 교수이기에 앞서 더불어 살아가는 한 개인이자 사회인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예의'와 '범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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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