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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숙

진천여중 행정실장

애완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 가구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람보다 1∼2도 높은 체온과 포근한 털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안 공기 정화 및 기분 전환을 위해 반려 식물을 기르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사계절을 집안으로 들여놓음으로써 집콕의 피로감을 줄이고, 공간의 생명력을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식물의 돌봄 과정을 통해 서로 교감함으로써 정서적 면역성과 회복 탄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분양받은지 20년이 넘은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사용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5센티 정도의 아기였는데 수없이 닥친 추위를 잘 견디며 이젠 제법 자랐으나 꽃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하나 보다. 오죽을 키운 적이 있다. 분명 줄기가 검어야 하는데 새로 나오는 줄기는 초록색이라 잘라버리곤 했다. 시간이 지나야 줄기가 검은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은 베란다에 개구리가 뛰어다녀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수생식물인 어리연, 방동사니, 솔이끼를 농원서 구입했는데 개구리알이 딸려온 것이다. 꼬리와 앞다리가 나오기 시작한 올챙이가 물항아리에 가득이었다. 겨울 찬 서리 속에 꽃봉오리를 맺어 채 봄이 오기 전에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은 5년이 다 되어서야 우리 집 베란다에 적응을 했다. 이제는 방문객이 탐낼 정도로 겹겹이 꽃을 피우는데, 싱싱하고 아름다울 때 툭! 하고 떨어지며 지는 모습이 도도하고 결기있다. 행운의 식물 페페는 반그늘을 좋아하고, 가시가 달박달박한 기린 꽃과 남아프리카가 고향인 제라늄은 따스한 햇볕만 있으면 일년 내내 꽃을 피워낸다. 여리디여린 줄기에서 털보송이 붉은 꼬리를 만들어내는 여우꼬리 풀꽃은 봐도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떡갈 고무나무는 아랫잎을 계속 따주면서 줄기를 길게 키워야 자태가 고고해진다. 늘 싱그런 초록을 품고 있는 몬스테리아는 실내 정화 식물로 좋은데, 어느 정도 크고 나면 잎에 구멍이 나며 갈라지는 독특한 아이다. 무심한 중에도 이른 봄, 젤 먼저 향기 가득한 꽃을 피워내는 천리향은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성실한 아이다. 레몬 구아바는 노란 금귤 같은 열매를 맺는데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찔레 장미는 햇빛과 바람을 많이 쐬줘야 병치레를 안한다. 미니 라일락은 잎새 한장 남기지 않고 다 떨구고는 죽은 듯이 겨울잠을 잔다. 조바심하며 생사를 여러 번 확인하게 만들다가 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지마다 꽃을 가득 피워낸다. 다육이는 너무나 작고 앙증맞아 핀셋으로 떡잎을 따주고 아이처럼 수저로 물을 떠먹어야 한다. 한 잎 따서 흙에 얹어놓기만 해도 뿌리를 내려서 식구 늘리는 기쁨이 있다.

처음엔 크고 넓은 화분이 좋은 줄 알았다. 겨울이면 그저 따뜻한 실내로 들여놓기 바빴다. 화분이 크면 뿌리만 키운다는 것을, 식물들도 겨울잠을 자야 봄에 건강한 꽃을 피운다는 것을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배웠다. 이젠 겨울에 아무런 대답이 없어도 살아있음을 알게 되었고, 봄에 어김없이 새순을 틔울땐 "너도 쉬지 않았구나, 부지런히 움직였구나' 인사할 줄 알게 되었다. 물도 이슬비처럼 사뿐히 오래 주어야 뿌리 깊이 스며들고, 가지도 때론 과감히 잘라줘야 이듬해 더 튼실하게 자람을 배웠다. 어제의 햇빛과 오늘이 바람이 다름을 알게 되었고, 계절이 오고 감을 한걸음 먼저 느끼게 되었다. 어떤 꽃도 거저 피는 꽃이 없기에 피어나는 모든 꽃이 귀하고 감사하다. 그렇게 치열하게 핀 "꽃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이 봄을 또 새롭게 배운다. 식목일이 다가온다.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가꾼다는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나눌 '반려자'를 만드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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