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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숙

진천여중 행정실장

'아베 마리아'는 슈베르트부터 부르크너까지 시대를 초월하여 여러 음악가가 작곡할 만큼 아름답고 성스러운 곡이다. 라틴어로 '안녕하세요? 마리아님!'이란 뜻으로 천사들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 할 때 건넨 첫인사였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작곡가들이 다양한 느낌과 색깔로 아베 마리아를 작곡했지만, 듣고 있으면 한결같이 마음이 차분해지고 영혼이 정화되는 듯하다. 그중 바흐의 곡에 구노가 가락을 붙인 '아베 마리아'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 신동이었던 구노는 같은 반에 넘지 못할 음악천재가 있었다. 둘은 친구였고 물러섬 없는 경쟁자였다. 훗날 친구는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됐고, 동양의 먼 나라 중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3년 후인 1845년, 김대건 신부와 함께 조선으로 향한다. 당시에 프랑스 신부가 조선에 간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구노의 친구인 바로 그 다블뤼 신부는 조선에 온 지 21년만인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돼 참수됐다. 21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안돈이(安敦伊)라는 한국명으로 선교활동을 하면서 제천에 한국 최초의 신학교를 세웠고, 여러 권의 신앙 서적도 발간했다. 친구의 순교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과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이 바로 '구노의 아베 마리아'이다.

친구란 무엇일까? 문득 생각나는 얼굴이며, 아무 때나 연락해도 괜찮은 사람이다. 함께 기뻐해 주고 함께 슬퍼해 줄 사람이며, 다 들켜도 부끄럽지 않고 다 보여줘도 안심되는 사람이다.

가족 돌봄 친구가 있다. 전업주부인 친구는 직장인 친구를 위해 김치며 반찬을 해서 나른다. 방과 후 학원가는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주고, 야근 날에는 늦게까지 자녀 돌봄을 해준다. 반대로 직장인 친구는 전업주부인 친구의 외유를 담당한다. 틈틈이 여행스케줄을 짜서 주부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친구의 애정 아이템을 기억했다가 서프라이즈 선물로 안겨준다. 서로의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주는 그들은 30년 전 중학교 동창으로 만났다.

자전거 친구가 있다. 주중엔 가벼운 코스로, 주말엔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나선다. 자전거를 탈 때도 만나고, 안 탈 때도 만난다. 가족들은 두 사람을 '부부'라고 부른단다.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의 업무 멘토가 되어주고, 승진의 긴 여정도 서로 격려하며 견뎌냈다고 한다, 두 분은 20년 전 단양의 한 중학교 동료 교사로 처음 만났다.

걷기 친구가 있다. 오랜 정치 생활로 지친 친구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와 일상에 안착하도록, 들로 산으로 동행하고 있다. 2박 3일 산행을 다녀오셨다기에 "여행 가서 깨지는 친구가 많다는데요" 했더니 "내 맘대로 하려면 혼자 가야지요, 상대에게 맞춰 주려 함께 가는 거죠"라는 배려심 가득한 답을 하신다. 두 분은 고향도 학교도 직장도 다른 성당 친구이다.

사춘기 시절 모든 게 뛰어난 친구를 만났다. 노래도, 운동도, 그림도 늘 나보다 앞섰고, 심지어 맏이인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똑똑한 언니들과 다감한 오빠까지 있었다. 부러움에 샐쭉하기도, 토라지기도 많이 했다. 40년이 흐른 지금, 그 친구의 재능과 빛남을 받아들이고 응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나 머나먼 타국에 살고 있어 바람결에 간혹 소식이 들려올 뿐이다.

새 학기, 새 학년 적응 주간이다. 아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같이 웃고, 같이 울기도 할 것이다. 때론 다투기도, 때론 소원해지기도 할 것이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인생의 긴 여정을 헤쳐 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정을 지키기 위해 존중과 배려가 필요함도 배울 것이다. 오늘 나는, 나의 친구들에게 고백하려 한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고, 덕분에 오늘도 따뜻하다'고…. 구노처럼 늦기 전에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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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