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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숙

진천여중 행정실장

연고도 없는 지역에 6년을 넘게 근무하며 과분한 대우를 받았다. 지역과 연계된 여러 문화예술 및 교육 관련 위원으로 활동하며, 제안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음은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함께 근무하며 맺은 소중한 인연으로 떠날 때 인사해주고, 잊지 않고 또 찾아주는 후배들의 마음들이 가장 큰 감동이었다.

이제 근무지를 옮겨야 할 때가 되어 전보내신 순위가 공개되다 보니, 이런저런 안부 인사와 관심들을 전해온다. 감사하기도 쑥스럽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요즘은 소소하거나 특별한 자기의 모든 일상과 신상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관심받기를 즐기는 이른바 '관종족'들도 많다고 하지만, 나는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이기에 관심은 늘 낯설고 조심스럽다. 세상은 결코 내 맘 같지 않고, 내가 생각한 시선과 방향으로만 읽혀지고 해석되지는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다. 오래 머물면 익숙함과 능숙함이 있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3년에 한 번씩은 겪어야 할 변화와 이동이지만 잘 적응할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인연으로 엮어질지에 대한 염려도 깊어진다. 심란한 시기에 어제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같은 지역 내에 있었을 뿐 함께 근무한 적도 없는 직원이지만, 야무지고 똑똑하여 탐나는 직원이었다. 언젠가는 꼭 함께 근무했으면 했지만,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끝끝내 근무의 연을 맺지는 못했다. '늘 마음으로 챙겨주셔서 감사했다고, 발령받아 떠나시기 전 꼭 한번 뵈러 오겠다'라는 정갈한 5줄의 안부 글이었다. 관심이 부담스럽다던 내가 이 정스런 몇 줄 글에 싱그런 풀 향기를 맡은 듯, 맑은 산소를 가득 들이킨 듯 마음이 청량해졌다.

지역청에 근무할 때 활기찬 직장문화 확산을 위한 '생활협약문'을 공모하여 채택된 적이 있다. 따스히 말함(예의와 존중을 갖고 말하기), 따스히 귀 기울임(관심과 겸손함을 갖고 듣기), 따스히 토닥임(위로와 용기를 주기), 따스히 나눔(서로 돕고 나누기), 따스히 어울림(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기) 등 총 5개 덕목(Virtue)이었다. 매서운 바람은 나그네 옷을 벗기지 못하지만, 따스한 햇볕은 나그네 옷을 벗긴다는 이솝우화의 '햇님과 나그네' 이야기를 난 늘 신념처럼 믿으며 실천하려 노력했다. 따스함은 사람의 냉기를 녹이고, 마음의 간격을 줄이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서로 돕고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고…. 그래서 늘 언제나 친절하고 따스한 사람이 되자고….

우리는 모두 외롭고, 연약하다. 그래서 작은 공감에 행복해지고, 한마디 응원에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다. 스치듯 던진 친절한 한마디로, 따스한 눈짓만으로도 속절없이 든든해진다. 그런 위안 속에서 인생의 거센 파도도 넘고, 어두운 터널도 헤쳐나온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어도,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도 잔잔한 온기와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여럿 있을수록 행운이고 축복이다.

나 또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리는 함박눈이 되고 싶고, 누군가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새살이 돋게 하는 온기 가득한 사람이고 싶다. 때론 내가 내민 따스한 손에 냉랭한 메아리만 되돌아올지라도….

여름의 길목에서 유독 겨울의 이 시가 깊이 와 닿는 걸 보니, 나도 여전히 온기가 고픈 사람인가 보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따스한 인사글로 나의 마음에 온기를 채워준 그 직원에게 감사함으로 이 시를 전하고 싶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고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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