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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숙

진천여중 행정실장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의 주인공 그리자벨라 고양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미모를 갖고 태어났다. 더 크고 화려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 정든 고향과 친구를 뒤로하고 떠나지만, 초라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친구들은 실패하고 돌아온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는다. 외톨이가 된 그리자벨라는 힘든 시간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바로 'Memory'다. 이 곡은 세계의 여러 가수가 꼭 한 번쯤은 녹음하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뮤지컬 삽입곡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았다. 수많은 기억과 추억을 간직하고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채우는 시작점에 있다. 좋은 기억도 아픈 기억도 있을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기억도, 지우고 싶은 기억도 있을 것이다.

50여 년을 농부로 살아온 분이 매일의 농사기록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보내주셨다. 자녀를 대하듯 따스한 시선으로 곡식들을 보듬으며 키워낸 이야기들이 정겹다.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치신 분께서도 때론 소소하고, 때론 위태했던 여러 기억을 모으고 기록해 회고록을 내셨다. 이분들의 기억들이 모두 순풍이지는 않았기에 더 가슴에 와닿는다. 알고는 가지 못했을 위기와 고난의 기록들이 이제 긴 여정을 마친 후의 소회라 여유롭고 의연하다.

고된 농사였지만 온 식구들의 협동이 있었기에 견뎌내셨다고 한다. 저 집은 왜 풀도 없고 알곡도 꽉 차는지 신기하다고 하지만, 그냥 조금 더 부지런했을 뿐이라고 한다. 실패한 작물, 성공한 작물, 각각의 날씨와 계절, 퇴비와 비료들을 꼼꼼히 기록하여 다음 해에 실수를 줄여 나갔다고 한다. 매일 새벽엔 아내와 1시간씩 논밭을 산책하듯 돌아보셨다고 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큰다는 말이 맞는 듯 작물들은 다른 집보다 더 빛깔도 좋고 열매도 잘 맺었다고 한다.

성공한 공직자의 모습은 참 부럽다. 관운이 타고났을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해본다. 그러나 회고록 속엔 그만두고 싶을 만큼의 시련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도 많이 담겨있다. 왜 나만 승진이 늦는 건지, 발령은 왜 매번 원치 않는 곳, 숙원사업이 산적한 곳으로만 보내지는 건지 서운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도대체 물은 언제 끓는 것인지, 도대체 물이 끓기는 하는 것이지 의심도 원망도 많았다고 한다.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는 늘 흔들린다. 지나고 보면 고지가 바로였는데, 그 순간은 참 마음이 조급하다. 외롭고 적막하기 그지없다. 그 막막함의 시간을, 끝을 알 수 없는 그 기다림을, 아프고 불안했던 조각조각의 그 기억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소중히 정성스럽게 기록하고 다듬어 후배들에게 작은 등댓불이 되고자 한 수고로움이 존경스럽고 가치롭다.

올 한해, 좋은 사람들과 엮을 좋은 기억만 가득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일상의 모든 기억(memory)은 훗날 나의 소중한 이야기(story)가 될 것이고, 그 이야기들은 나의 빛나는 역사(history)가 될 테니까….

우리가 일상의 행복을 깨닫는다면, 새로운 날들이 시작될 거라고 노래하는 '메모리'의 일부를 옮겨본다.

Memory(추억이여)

turn your face to the moonlight(당신의 얼굴이 달빛을 향하고)

Let your memory lead you(추억이 당신을 이끄네요)

Open up, enter in(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들어가요)

If you find there the meaning of what happiness is(거기서 당신이 행복의 의미를 찾게 되면)

Then a new life will begin(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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