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배현숙

진천여중 행정실장

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어요? 그곳에 산 지는? 서로 알고 지낸 지는? 배운지는? 처럼 우리는 늘 지내온 세월을, 감당한 시간을 궁금해한다. 6개월, 3년, 5년…. 그러다 '10년 되었어요'라고 답하면 '아! 그래요∼' 라며 조금은 묵직한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10년이라는 시간이 갖는 무게감은 다른듯하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 동안 그 사람이 견뎌냈을 흔들림, 좌절, 인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리라. 특정 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일주일 20시간씩 계산하면 약 10년이 된다.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성실한 노력과 꾸준함이 있으면 누구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이론이기도 하다.

한 방과 후 골프강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10년 전 친구와 똑같이 골프를 시작했는데 본인은 지금 골프강사를 하고 있고, 친구는 아직도 초보자란다. 아마도 맨 처음엔 서로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단지 포기했는지 안 했는지, 쉬었는지 쉬지 않았는지의 차이일 것이다. 2021년 4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로서 최초인 여우조연상 수상의 쾌거를 이루었고, 미국 전역의 시상식에서 40여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66년 데뷔하여 이혼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단역과 보조출연도 마다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려온 결과이다. 계속 일터로 내몰아준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그녀는, 생계를 책임져야 할 엄마로서 일을 멈추지 않은 결과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1991년 연극으로 데뷔해 오랜 무명 생활과 단역 전문 배우를 거쳐 2019년 전 세계를 뒤흔든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사에 남을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은 배우 이정은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스크린 단독주연을 맡았다. 이미 6개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다고 한다. 10년 전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가 재상영되자 "나는 못 가, 내가 그 영화를 망쳐놓았잖니"라고 말하니, "너는 그 영화를 망칠 만큼 분량이 많지 않아"라며 친구가 답했다는 웃픈 일화가 있다.

악기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생초보 단원이 연주 무대에 서기까지 최소 3년의 쉼 없는 개인지도와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입단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오직 한 가지만 묻고 약속받는다. 일요일 5시! 합주 연습에 개근할 자신이 있는지! 개인이 부담하고 감내해야 할 비용과 시간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 출산, 육아, 건강, 근무지 등 이런저런 사정이 많겠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답할 수 있는 단원을 나는 원한다. '끝까지 하면 주인이 된다'라는 말처럼 출석은 끈기와 책임과 믿음의 잣대이고 발전과 안착의 동력이다. 코로나가 덮친 2년 동안은 비대면 연습, 무관중 연주회를 했다. 한 단원이 "올해는 정기연주회를 쉬는 게 어때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매해마다 멈추어야 할 이유는 백 가지도 넘었다. 재정이 열악해서, 단원이 부족해서, 공연장이 없어서, 지휘자를 구하지 못해서….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12번째의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멈출 이유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극복하며 단단해지고, 참아내며 끈끈해질 테니까. 나는 확신한다. '멈추지 않는 것이 성장하는 것'임을…. 그리고 알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멈추지 않는 용기가 성공하려는 열망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