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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숙

진천여중 행정실장

첫 만남의 첫 대화는 어렵다. 서로 간의 첫 이미지와 미래의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대화도 어렵다. 생각의 차이는 물론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그리도 멀고 깊을 수가 없다. 그 간격을 좁히려 다가서다가도 꼰대와 라떼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부부간의 대화도 어렵다. 황혼의 이혼이 늘어나는 큰 이유 중 하나도 대화의 실패라고 한다. 동료와의 대화도 조심스러운 순간이 있다. 특히 이성의 동료 간에는 외모에 대한 칭찬도 오해와 불쾌감을 줄 수 있기에 늘 신중해진다. 한 국가의 지도자 간 대화는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엄청난 국가경제의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어 수많은 정보와 전략과 국제정세의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10초만에 호감얻는 대화 기술, 사람을 움직이는 대화기술, 우리 아이의 마음을 읽는 대화기술, 상처주지 않는 대화기술 등 대화 기술서가 즐비하다. 그 만큼 우리 삶에서 대화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연주 활동을 하면서 주로 농산촌 학교와 복지관 등 음악 소외 지역을 찾아간다. 처음으로 유치원 연주요청을 받아 곡을 선정하고 연습하면서, 아이들이 공연 도중 잘 수도 있으니 당황하지 말라고 걱정 섞인 농담을 주고 받았다. 40여 분의 연주를 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일찍 도착해 리허설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허리에 손을 얹고는 한 줄로 들어선다. 아무런 안내도 연습도 없었지만 리허설중이던 동요를 반사적으로 따라 부른다. 공연이 시작되고 연주가 막바지에 다다르니 아이들의 흥도 한껏 고조되어 떼창을 하기 시작했다. 연주를 모두 마쳤는데도 만 3~5세 150여 명의 관객들이 앵콜을 외치고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요청한 세곡의 연주를 더 듣고나서도 선생님들에게 끌려 나가다시피 자리를 떠나갔다. 악기를 싸고 뒷정리를 하고 나오는데, 요정처럼 예쁜 아이 하나가 선생님과 복도에서 기다린다. 살포시 안아주었더니 눈물을 글썽인다. 그 요정에게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음성의 한 장애인단체에서 촉박하게 연주요청이 왔다. 처음 개최되는 "장애인들의 대축제"라는 관장님의 간곡한 부탁에 무리를 해보기로 했다. 하천변에서 열리려던 행사는 때아닌 우천으로 공연 직전에 예식장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업무를 마친 밤시간의 이동이라 단원 모두가 지쳐있었다. 도착하니 삐까번쩍 트로트 가수 공연이 한창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이 먹힐까요? 악기 싸서 가야할듯요." 단원들의 푸념 속에 약속한 시각보다 한없이 지체되는 트로트 가수를 간신히 퇴장시키고, 한 손엔 악기를 한 손엔 의자를 세팅하며 숨가쁘게 무대에 앉았다. 첫 곡을 마친 후부터 관객의 집중이 느껴지더니, 어느새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파도타기를 하신다. 마지막 연주곡을 마치니, 모두가 기립해 성악가 이름을 부르며 앵콜을 외치신다. 성악가는 운동화 차림으로 다시 무대로 불려 나와 감격의 앵콜곡을 선사했다.

음악을 '말 없는 대화'라고 한다. 음악속에는 존대도 하대도 없고, 남녀도 없으며, 어리고 나이 듦도 없다. 국경도, 이념도, 인종도, 언어 장벽도 뛰어 넘는다. 모두에게 공정하고 따스하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너그럽다. 그래서 남북관계의 대화 물골을 틀 때면 예술단 교류 공연을 하곤 한다. 음악이 주는 무장해제 마법을 기대하면서….

정든 동료들이 떠나고, 새로운 동료들이 다가온다. 직장에서 가장 큰 복지는 좋은 동료라고 할 만큼 조직력(캐미)은 중요하다. 이별의 대화, 첫 만남의 대화가 오고 가는 순간들이다. 이별의 대화가 서툴다면 엄지척을 해주면 어떨까? 첫 대화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따뜻한 차 한잔을 내놓으면 어떨까? 대화가 반드시 '말 있는 대화'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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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