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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2)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08.06 15:25:20
  • 최종수정2023.08.06 15:25:20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청주에서 상당산성은 적당한 여행지다. 청주시민의 휴식처로 제 역할을 다한다. 자연으로 드나드는 천국의 문인 셈이다. 전형적인 포곡식 석축 산성이라 더 좋다. 여름날에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한 바퀴 걸을 만하다. 산행을 마치면 마을에서 식사도 편하다. 저수지 옆의 나무그늘에서 쉬기도 좋다. 부부이든, 연인이든, 친구이든 찾기 좋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산성마을 호숫길

ⓒ 함우석주필
2,상당산(491m)

청주지역에 연일 폭염이 내려쬐고 있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절대 과장이 아니다. 8월 초 나무 그늘 속에서도 땀이 흐른다. 등줄기 타고 내린 땀이 허벅지를 적신다. 산에 가려고 사람을 모아도 반응이 없다. 기온이 35도를 넘는 한낮에 누가 가겠나. 그럼에도 한 여름날 미친 짓을 감행한다. 일찍부터 달아오른 공기가 점점 뜨거워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 준비를 한다. 그 사이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열치열 숲의 힘으로 치열하게 걷는다. 나무계단을 따라 백화산 숲으로 들어선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여 자라 울창하다. 피톤치드가 적당히 긴장감을 풀어준다. 지친 산객에게 안성맞춤의 쉼 공간이다. 생명력 넘치는 청주 상당산성 아래 숲이다.

분주하게 햇살 스며드는 아침 시간이다. 자연이 내는 여름 산의 초록 음악을 듣는다. 시원한 바람이 나무들과 즐거이 춤춘다. 푸른빛을 띤 이파리가 햇볕에 빛나 예쁘다. 숲에 비친 햇살 하나로 충분히 아름답다. 행복을 실어와 산객에게 기꺼이 나눈다. 녹음 속 순한 길이 삶을 이어가게 한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여름산행이 즐겁다.

진동문(남문)성벽

ⓒ 함우석 주필
백화산서 상당산성까지 느리게 걷는다. 산길이 능선을 타고 완만하게 연결된다. 여름날 산속 숲길 따라 공기가 시원하다. 능선에 올라서자 시원한 바람이 몰려온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며 한결 시원하다. 산길을 걷는 산객들의 얼굴이 여유롭다. 해발 300m 능선서 느끼는 만족감이다. 눈부신 초록 그림자가 물결로 흘러간다.

더위 꺾는 입추의 흐름에 가속이 붙는다. 숲 색감이 하도 푸르러 옷을 적시려한다. 서늘해진 나무 밑동까지 살포시 스민다. 숲이 고요하니 그늘진 숲이 더 적막하다. 점점 넓어진 초록그늘이 온 산에 퍼진다. 백화산의 옛길을 따라 고즈넉이 예쁘다. 붓으로 그린 그림에 비할 바 아닌 산수다. 내수권 조망이 넓고 시원하면서도 좋다.

백화산에 들면 자랑거리가 여럿 보인다. 계절별 다양한 종 다양성이 으뜸이었다. 갖가지 식물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곱다. 어디를 가보든 다채로운 향기가 풍긴다. 북방과 남방식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교적 여러 종 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물론 환경 흐름 따라 변화 양상도 보인다. 식물 천이과정을 똑똑히 관찰 할 수 있다.

풀 냄새와 나무 향기가 훅하고 파고든다. 순식간에 익숙한 행복감이 흘러내린다. 느릿느릿 오르막을 기분 좋게 올라선다. 산행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걷기다. 파란 하늘과 곧은 성벽이 산객을 맞는다. 하얀 개망초 떼가 묘한 설렘을 유발한다. 정말 새로운 풍경으로 예쁘게 다가온다. 숲 지대를 지나 비밀의 문으로 들어선다.

미호문(서문)

ⓒ 함우석 주필
상당산성까지 산행은 비교적 순조롭다. 숲 구경하며 걷는 사이 산성이 코앞이다. 능선 막판의 가파른 바위 구간이 좀 되다. 멀리 성곽 하나가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단단하게 쌓은 성벽이 또렷이 나타난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며 성곽에 닿는다. 성곽에 올라온 사람들의 웅성거림이다. 어렵지 않게 미호문(서문) 성곽에 오른다.

발아래로 지나온 백화산길이 이어진다. 산성이 넓고 풍성해서 숲과 잘 어울린다. 산성 위에서 청주의 너른 풍경을 즐긴다. 촘촘한 성벽이 성 본연의 임무를 잊는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람을 즐겁게 한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린다. 상당산의 초록세력이 성 넘어 밖으로 간다. 녹음 하나로 청주의 장악력을 보여 준다.

이제부턴 지금까지와 달리 탄탄대로다. 두발로 구불구불 여름산성 길을 삼킨다. 성벽 위 길은 푹신하고 경치는 시원하다. 성벽 위 경치가 시원하고 길은 푹신하다. 점점 더 살아 있는 과거에 깊이 빠져 든다. 수많은 역사 이야기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딘가에 남아 흔적으로 과거를 웅변한다. 누군가의 추억이 내게 기억으로 남는다.

하늘의 시간 속으로 한 발 걸어 들어간다. 성곽 길과 숲길이 나란히 산성을 잇는다. 성곽은 산세 따라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깔끔하게 복원된 원형의 선이 부드럽다. 본래와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펼친다. 온전하게 자연의 품 안에 깊이 빠져든다. 밝은 색채감이 고요한 숲에 멋을 더한다. 빛이 색을 만들어내 신비감을 조성한다.

상당산 정상표지석

ⓒ 함우석 주필
백화산에서 나온 산길이 서문을 지난다. 상당산성 서문은 미호문으로도 불린다.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번듯한 성문이다. 지형이 활의 시위를 묶는 곳처럼 생겼다. 호랑이가 활을 당기는 형상의 성문이다. 상당산 정상이나 산성마을로 갈 수 있다. 성곽길을 따라 남암문 쪽으로 가도 된다. 고민 없이 상당산 정상 쪽으로 향해 간다.

황토색 콘크리트 포장길이 군데군데다. 성곽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다. 산길과 성곽을 위한 양수겸장 보강 조치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옛 사람의 길에서 지금 나의 길을 만난다. 사색을 하게 하는 혼자 걷기 좋은 길이다. 가슴을 열고 피톤치드 향을 들이마신다. 상당산성 숲길이 짙은 녹음으로 덮인다.

무심코 지날법한 상당산 정상에 오른다. 나무에 둘러싸여 표지석과 삼각점만 있다. 조망도 아예 없고 아는 이들로 별로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간 놓치기 십상이다. 산정서 내려오면 북동쪽 암문을 만난다. 암문 나와 한남금북정맥길과 조우한다. 정맥길 따라가면 이티봉과 구녀산이다. 정맥에서도 가장 높은 좌구산도 만난다.

상당산성은 상당산 산줄기를 따라간다. 한남금북정맥의 줄기가 방어선을 친다. 청주지역 삶의 터전을 지켜낸 공간이다. 미호평야 미호천을 지킨 위대한 보루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연결된다. 사시사철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상당산성은 이제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청주 역사문화의 교육 장소이자 쉼터다.
ⓒ 함우석 주필
8월 이즈음 제 맛을 내는 길은 어디일까. 성곽 따라 걷는 상당산성길이 그만이다. 능선 따라 유연히 오르내리며 휘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톡 치면 쨍하고 금이 갈 것 같은 풍경이다. 모름지기 걷는 길에도 다 다른 맛이 있다. 거친 돌길과 부드러운 흙길은 참 다르다. 가파른 길과 넉넉한 평지의 길이 다르다.

청주 사람들은 이곳에서 건강을 챙긴다. 스트레스 푸는 휴식처 겸 체력충전소다. 무엇보다 시원한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오송 오창 쪽으로 너른 평원을 볼 수 있다. 시야 가리는 높은 산이 없어 일망무제다. 도심과 들판 풍광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국동리와 내수방향의 조망도 아주 좋다. 일몰 뒤 펼쳐지는 도심 야경은 장관이다.

보름달이라도 뜨는 날이면 환상적이다. 서문과 남문 사이서 보는 월경이 멋지다. 남암문 쪽 공간에선 쉬면서 즐기기 좋다. 넓고 평탄하면서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고도가 높고 성 양쪽으로 시야가 터진다. 상당산성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장소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시간 흐름을 느낀다. 해가 지면 도시에 불꽃이 피고 밤이 온다.

진동문(남문) 전경

ⓒ 함우석 주필
상당산성은 청주근교의 대표 산행지다. 높지는 않아도 산줄기가 복잡하고 길다. 이티재에서 상당산성 구간도 그 일부다. 초정 이티봉을 거쳐 산성까지 이어진다. 부드러운 숲길이 이어져 아주 포근하다. 경사가 완만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조망이 시원치 않아 볼거리는 별로 없다. 노래 몇 마디 흥얼거리며 걷기에 알맞다.

상당산성 자연휴양림서 시작해도 좋다.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 꽤 호젓하다. 성곽까지 오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경사도 완만해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성곽에 다다르면 우회전해 가는 게 좋다. 서문을 거쳐 남문까지 조망이 훌륭하다. 암문 위 공터에 서면 청주 시내가 훤하다.

우암산과 망산을 거쳐 오르기도 즐겁다. 상리에서 방죽을 지나 오르는 길도 있다. 우암어린회관은 이미 일반적인 코스다. 다만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가 늘 문제다. 무수한 산길이 동네 동네로 거미줄 같다. 어느 동네에서 오르든 시간은 비슷하다. 상당산성 한 바퀴를 다 돌면 4.4km다. 둘러보는 데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성일주 백미는 남문과 서문 성곽이다. 역사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여기서 바라보는 청주 풍경이 압권이다. 백화산 아래 오송 오창 들판이 굽이친다. 미호평야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동문 지나 동장대서도 전경이 시원하다. 군사를 지휘·조련하는 위엄이 드러난다. 서장대와 마주보며 옛 역사를 기억한다.

보수와 복원 공사 중인 동장대를 지난다. 남문 넘어 산성길이 기품 있고 아름답다. 성곽을 내려가니 안내문과 돌비가 있다. 무서운 모습의 성문 그림이 참 예스럽다. 문에는 포효로 일갈하는 장수가 서 있다. 젊은 연인의 깔깔거림과 대비를 이룬다. 누각으로 다시 올라 산성마을로 향한다. 평소 찾던 식당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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