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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29 17:46:30
  • 최종수정2023.06.29 17:46:30
ⓒ 함우석 주필
청정도량 운문사 솔바람길을 따라 간다. 터널을 이룬 솔밭 사이를 느리게 걷는다. 소나무 숲을 걷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솔숲에선 맥문동이 꽃 피울 준비를 한다. 울창한 솔숲길에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노송들이 시원스레 뻗어 오른 솔숲이다. 수백 년 나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길옆 운문천에 물소리가 한가득 흐른다. 운문사 솔숲은 앉아 쉬는 곳이 휴식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살짝 땀 흘리면 사리암 주차장에 닿는다.
[충북일보] 하지 지나니 날씨가 부쩍 여름 티를 낸다. 30도 오르내리는 기온이 온몸을 감싼다. 이럴 때는 그냥 무조건 도시를 떠나야 한다. 깊은 산속 계곡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북 청도는 산과 들, 물이 맑고 아름답다. 큰 길이 사방으로 통해 정말로 시원하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운문사로 간다. 때맞춰·솔 향 머금은 바람이 천천히 분다. 시원한 상쾌함이 기분 좋게 뺨을 스친다.

청도의 사계는 색의 향연, 보색의 잔치다. 봄엔 벚꽃과 복사꽃이 예쁘게 어울린다. 여름은 짙어진 녹색의 푸르름에 빛난다. 초록의 대지에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진다. 가을엔 붉어진 감나무와 파란 하늘이다. 그래도 운문사는 겨울이 가장 아름답다. 어쨌거나 푸르름 가득한 여름날도 좋다. 안개 낀 날 아침 솔밭에 들면 더 없이 좋다.

솔바람길 이정표

ⓒ 함우석 주필
운문사 솔바람길은 운문사가 배경이다. 찾을 때마다 운문사 탐방이 필수적이다. 운문사는 평평하고 너른 대지 위에 있다. 수십 채의 기와집이 즐비하게 들어선다. 고찰 구조에서 삼국시대 평지가람이다. 남쪽 운문산이, 북동쪽 호거산이 지킨다. 서쪽의 억산과 장군봉 등이 절을 감싼다. 특이한 앉음새로 건물 전체가 돌아앉는다.

청정도량 운문사 솔바람길을 따라 간다. 여러 여름 꽃이 길가에 도열해 반겨준다. 자연의 순리 따라 자신을 한껏 드러낸다. 솔숲에선 맥문동이 꽃 피울 준비를 한다. 소나무 울창한 피톤치드 숲길이 반긴다. 노송들이 시원스레 뻗어 오른 솔숲이다. 수백 년 나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터널을 이룬 솔밭 사이를 느리게 걷는다.

소나무 숲을 걷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길옆 운문천에 물소리가 한가득 흐른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물소리 풀벌레 소리가 천천히 합쳐진다. 운문사 숲길은 사람 길과 찻길이 다르다. 다니는 길이 따로 따로 더불어 살아간다. 상생 공존의 좋은 점을 보여주는 길이다. 솔숲 여기저기 앉아 쉬는 곳이 휴식처다.

운문사 주차장에서 솔숲을 따라 나간다. 청정한 솔바람에 낮은 소리가 실려 온다. 염불 소리가 차분히 가라앉아 반겨준다. 굵은 소나무의 줄기가 하늘로 치솟는다. 그 중 한 가지가 하늘로 뻗지 않고 눕는다. 몇 번 굽고 틀어지며 사람 마음을 훔친다. 무거울 것도 없는 가지를 아래로 뻗는다. 하늘을 우러르지 않고 땅으로 내려간다.

사리암 관음전

ⓒ 함우석 주필
더운 여름날의 운문사 솔밭은 장관이다. 소나무 줄기에 습기 머금어 환상적이다. 발그레 피어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러나 노송들에게는 아픈 슬픔이 있다. 일제강점기의 수탈 흔적들은 끔찍하다. 아무리 세월 지나도 안타깝고 답답하다. 밑동마다 도끼에 찍힌 듯한 상처가 있다. 일제가 송진 공출을 위해 만든 자국이다.

그럼에도 당당한 자태 늠름히 드러낸다.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사철 푸르게 산다. 되레 하트모양으로 가꿔 사랑을 전한다. 당당한 모습이 자못 경건하게 다가온다. 법열에 빠진 스님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한참 들어가면 사리암 주차장이 나온다. 살짝 땀 흘리면 사리암 관음전에 닿는다. 된 비알 산길을 30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콘크리트 포장길이라 고졸미가 별로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면 사리암이다. 길을 따라 놓인 계단이 1008개에 달한다. 신도들이 줄지어 오르는 이유는 하나다. 한 가지 소원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새로 조성한 휴게실에서 다리쉼을 한다. 더위에 지친 마음 위로하기 좋은 공간이다. 화장실 앞서 내려다본 풍경이 기막히다.

힘들게 올라간 노고를 충분히 보상한다.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서서히 맑아진다. 오르내리는 길에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평일에도 신도들이 많이 찾아 기도한다. 이른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 모여든다. 나는 산신각에 들러 안전산행을 청한다. 사리암을 내려와 다시 운문사로 향한다. 운문사 입구까지 가는 길이 사랑스럽다.

운문, 말 그대로 활짝 연 구름 대문이다. 구름으로 들어가는 산문을 거쳐 나간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는 솔숲이다. 부녀와 모녀, 연인과 친구가 걷는 길이다. 느릿느릿 걸어야 그윽한 솔 향을 느낀다.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 소리도 듣게 된다. 그 덕에 길을 걷는 이들 표정이 맑아진다. 그 때쯤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운문사 범종

ⓒ 함우석 주필
운문사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멈칫한다. 거대한 처진 소나무가 눈길을 붙잡는다. 만세루에선 세월과 기품이 확 느껴진다. 만세루 너머 오래된 대웅전은 아담하다. 신축한 대웅보전의 절반도 안돼 보인다. 보물 제385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다. 대웅전 뒤쪽 가꿔놓은 정원도 정갈하다. 정원 한쪽에는 거대한 비석이 자리한다.

2층으로 된 운문사 범종루 앞에 닿는다. 비구니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이 보인다. 운문사 경내 처진 소나무가 수행자 같다. 가부좌를 튼 듯 꼿꼿하게 앉아 기다린다. 운문사 만세루 마루에 앉아 경내를 본다. 처진 소나무를 보며 잠시 다리쉼을 한다. 물 한 모금 마신 뒤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절 안쪽 강학의 공간으로는 출입금지다.

절집 입구에는 일주문도 천왕문도 없다. 만세루 마루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들어올 때 보았던 돌담길 담장 따라 간다. 운문사 솔바람길에 깊은 초록 맛이 든다. 기회 오면 운문사 새벽예불에 가고 싶다. 범종과 법고, 운판, 목어 소리를 듣고 싶다. 비구니 스님들과 예불합창 올리고 싶다. 목탁소리 들으며 조용히 울음 울고 싶다.

운문사 숲은 역사를 품은 천년의 숲이다. 여름날 고즈넉해서 기억에 남는 길이다.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다닌다. 오솔길로 들어서는 순간 풍광에 반한다. 소나무가 수묵채색으로 그려낸 듯하다. 절반 이상은 눈부신 자연과의 협업이다. 아름드리 노송이 드리운 그늘도 최고다. 자연과 조화된 풍경 자체로도 특별하다.

청정 기운 가슴에 담아 청주로 돌아온다. 솔바람길 솔숲의 현장은 정겹고 뜻 깊다. 운문사 처진 소나무는 겸양의 교훈이다. 스스로 몸을 낮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긍정의 자세로 자리이타를 행하려 한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웃는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 함우석 주필

<취재후기>운문사 이야기

운문사, 비구니 도량답게 아주 단아하다. 청정한 법고와 범종이 울림을 설파한다. 학승들과 함께 예불 올리는 듯 장엄하다. 처진 소나무는 수령이 400년을 넘는다. 천연기념물 180호 지정돼 보호받는다. 사방으로 뻗은 가지를 지지대가 받힌다. 그 덕에 늘 둥글고 낮게 가지를 드리운다. 400년의 세월 동안 운문사를 대표한다.

다른 절집과 달리 산을 보며 등을 보인다. 방문객들은 운문사의 뒷모습부터 본다. 풍수적으로 풀면 이유 있는 가람 배치다. 호거산을 볼 때 재앙을 피하기 위함이다. 호거산은 범이 쭈그리고 앉은 모습이다. 머리를 운문사로 향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런 터에 절이 들어선 게 천년도 넘는다. 한참 멀리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운문사의 첫 번째 중창자는 원광 법사다. 화랑들에게 '세속오계'를 내린 스님이다. 운문사는 오랫동안 속세와 멀리해 산다. 후삼국 시대 전란 속에서 다시 떠오른다. 두 번째 중창자는 개산조 보양스님이다. '삼국유사'가 그 전설적인 얘기를 전한다. 나라의 500선찰 가운데 2선찰이 된다. 그 후로 운문사는 중흥의 길을 걷게 된다.

운문사는 잊을 수 없는 스님을 맞게 된다.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스님이 바로 그다. 몽골의 간섭기가 시작되는 1277년이다. 4년 동안 머물며 '삼국유사'를 집필한다. 72세 노스님이 남긴 민족 문화유산이다. 운문사의 내력은 그다지 알려진 게 없다. 임진왜란의 병화도 끝내 면하지 못했다. 그 뒤 몇 차례의 중창과 중수를 거쳤다.

20세기를 맞고 일제강점기를 넘겼다. 1958년 비구니 전문강원을 개설했다. 한국전쟁 이후 불교정화운동이 일 때다. 지금은 비구니 요람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명 이상의 학인들이 공부하고 있다. 운문사에는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다. 범종루가 정문이고 첫 문 마지막 문이다. 절 동쪽 길게 이어진 담장의 중간쯤이다.

대사찰 규모에 문이 하나인 게 이상하다. 앞뒤도 아닌 중간에 있는 것도 의아하다. 문을 들어서면 곧게 뻗은 길이 이어진다. 절 서쪽을 감돌아 흐르는 계곡까지 간다. 오른편 건물이 새로 지은 대웅보전이다. 그 옆으로 비로전과 만세루가 도열한다. 왼편으로는 석탑 2기와 오백전이 있다. 작압전과 관음전, 전각 몇 채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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