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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태안 해변길 6구간(샛별길)

수만 년의 시간과 바다, 바람이 만들어낸 길
푸른 솔숲 끝에서 다시 푸른 소리 품은 바다

  • 웹출고시간2019.03.17 15:48:16
  • 최종수정2019.03.17 15:48:16

황포항 전경.

[충북일보] 101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은 충남 태안 해변길 6구간이다. '샛별길'로 더 잘 알려진 길이다. 태안 해변길 6코스는 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다. 대부분 도보여행객들도 그렇게 걷고 있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은 거꾸로 걷는다.

계절은 이미 겨울을 버리고 봄을 맞는다. 어느새 경칩을 지나 춘분을 향해 달린다. 시시각각 봄 바다의 서정이 아련하다. 고요한 샛별해변에 상큼한 봄바람이 분다. 아름다운 해변이 봄 채비를 서두른다.
오전 10시 황포항을 떠난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미지의 길로 들어선다. 썰물 때라 포구가 바닥을 드러낸다. 고깃배의 들고남이 없어 한가하다. 뱃머리에 줄지어 앉은 새들의 인사가 계속된다.

방파제를 따라 조용하고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솔숲에 닿기 전 한참동안 비슷한 풍경이 계속된다. 시간을 정리하며 천천히 걷는다. 바람을 타고 온 솔 향이 싱그럽다. 마침내 솔숲을 따라 걷는다. 사거리를 만난다. 길옆 샛길로 들어선다.
'쌀 썩은 여'란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표지판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얼마가지 않아 데크로 잘 만들어진 전망대 위로 오른다.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 앞으로 망대섬이 아름답다. 멀리 밀려나간 바다가 서정을 자극한다.

'쌀 썩은 여'란 이름은 조곡미를 싣고 가던 배들이 자주 좌초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물론 지금도 만조 때면 이곳 조류는 빠르고 거세다. 물론 배가 좌초한 건 바다가 거칠었기 때문은 아니란다. 나쁜 정치가 만든 슬픈 결과였다.

벼슬아치들은 세곡을 거두고 옮기는 과정에서 너나없이 조곡미를 빼돌렸다. 조곡선이 이곳에 이를 땐 이미 배 안이 텅 비기 일쑤였다. 결국 선주들은 일부러 배를 침몰시키곤 조정에 거짓 보고를 했다. 현실 정치가 오버랩 되며 가슴을 후벼 판다.

하지만 잠시 뿐이다. 전망대 앞으로 드러난 풍경이 아픔을 잊게 한다. 망재 등 주변 섬 풍경이 아늑하다. '쌀 썩은 여' 갯바위가 드러난다. 잘 발라놓은 생선뼈 같다. 그 옆으로 작은 섬 망재가 봉긋 솟아 있다. 썰물 때면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사거리로 다시 나와 길을 잇는다. 얼마 가지 않아 해변에 닿는다. 상큼하고 산뜻한 바닷바람이 회원들을 맞는다. '샛별해변'이다. 시름과 번민을 찬 바다에 내던진다. 하지만 이름에서 느낀 낭만적 감상은 금방 깨져버린다.

샛별은 해안 사이에 뻘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란다. '샛뻘'을 마을 주민들이 '샛별'이라 불렀을 뿐이다. 샛별은 자연방파제를 막아 만든 간척지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샛별이 아니다. 태안해변길 6코스의 이름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샛별은 새롭게 형성된 염전이다. 해변길 구간 중 찾는 이들이 가장 적다. 그래도 풍경만큼은 다른 구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적한 평화가 아름답다. 함께 한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기에 적당하다. 마음이 아름다우니 풍경도 예뻐진다.
썰물로 물이 빠진 바닷가를 조곤조곤 걸어간다. 거의 일직선의 해안을 따라 광활한 백사장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측으로 구부러지는 길을 따른다. 일렬로 늘어선 해송 숲을 지난다. 길이 조개 모양으로 둥그런 원을 그린다.

하얀 자갈이 해변을 점령한다. 병술만이다.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한참을 따라 걷는다. 밀려온 굴 껍질들이 그림을 그린다. 화사한 빛에 작은 파도가 부서진다. 내륙 깊숙이 밀고 들어온 바다가 마치 호수처럼 펼쳐진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만들며 오간다. 바다와 하늘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낸다. 한낮 해변엔 발자국 몇 개 없는 고요함이 흐른다. 여행객을 차분하게 만든다. 바람 속에 낡은 것을 비워버린다. 싱싱하고 맑은 새것으로 채워 넣는다.
병술만 해변 갯골에 평화가 흐른다. 봄을 준비하는 해당화 군락지가 보인다. 병술만 전망대가 우뚝하다. 캠핑장에서 점심을 한다. 편안함을 품고 있는 솔밭이다. 1시간여 지나 솔숲을 빠져 나간다. 도로 옆으로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을 뒤로 하고 언덕을 넘는다. 꽃지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는 길이 한가롭게 이어진다. 자잘한 모래 알갱이들이 사구를 만든다. 해변 위로 색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파도가 오가며 만든 예쁜 모레무늬가 줄지어 선다.

저 멀리 할미바위 할아비바위가 보인다. 백사장 너머로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가 우뚝 서 있다. 호젓한 해변을 따라 고적한 시간을 이어간다. 물도 맑고 모래도 맑은 샛별길이다. 이름만으로도 새로움이 밀려올 듯하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샛별길, 초봄에 더 찾고 싶은 새길

태안(泰安)은 평안함이 깃든 고장이다. 동쪽을 제외하고 3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사철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조붓한 해안길이 파도소리와 어울린다.

샛별길은 지난 2016년 새로 놓은 길이다. 외지인들이 미처 보지 못한 너른 해변이 많다. 맑은 햇살 내리면 바다가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해변 정취도 어느 바다풍경보다 그윽하다. 혼자 걷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황포항에서 병술만을 지나 꽃지해변에 이르는 코스다. 도상거리 13㎞다. 밀물과 썰물이 너른 백사장을 교대하며 정교한 무늬를 만든다. 바닷바람이 쓸고 간 모래언덕에는 아름다운 물결무늬가 선명하다. 해변 백사장은 더 다양하다.

샛별길엔 해변과 해송숲, 바닷가 마을이 고루 교차한다. 지루할 틈 없이 섞여 바다를 즐기기에 딱 좋다. 굽이굽이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이 이어진다. 독특한 생태계는 도보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맛을 제공한다.

솔잎이 깔린 숲을 지나면 푸른 바다가 길을 내준다. 이른 아침 아무도 딛지 않은 백사장은 온통 예술품으로 넘친다. 오후 햇살 쏟아지면 바닷물이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저녁이면 황홀한 낙조가 바다를 태울 듯 달군다.

이렇게 길은 안면도에서 가장 이름난 꽃지해변에 이른다. 샛별길의 끝이다. 밀물 때보단 썰물 때가 아름다운 곳이다. 자갈길이 드러나면 감동이 배가된다. 뭍에서 두 바위로 연결되는 갯길은 장관이다. 해질 무렵 썰물 때 찾으면 좋다.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바다는 시적(詩的)이다. 샛별해변이나 병술만 풍경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감동적이다. 바다와 해변, 숲과 항구가 해안선을 넘나든다. 여기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화가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봄을 맞는 샛별해변의 풍경은 줄 곳 파랗게 달린다. 기습을 당하듯 놀란 광경과 마주할 수 있다. 손을 타지 않은 병술만의 풍광들은 고스란히 남아 신선하다. 맑은 날 밝은 햇살을 받으면 더 환히 빛나는 공간으로 변한다.

비밀스러운 숲속 산책길도 많다. 오래된 해송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그대로 생명의 향이다. 숨겨두고 오래오래 오롯이 혼자 봄 햇살과 놀고 싶어지는 곳이 많다. 샛별해변에서 병술만을 거쳐 꽃지해변 가는 길은 이렇게 시처럼 아름답다.

꽃지해변에 닿으면 감동은 더 커진다. 썰물 땐 갯골이 드러나 좋다. 밀물 땐 바위 사이로 드러난 수평선을 볼 수 있어 좋다. 그래도 해질녘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 노을빛을 받아 장관을 이룬다. 붉게 물드는 모습이 압권이다.

샛별길에선 도보여행객들이 걷는 내내 그리움의 수평선을 그릴 수 있다. 마음을 정갈히 하고 봄을 맞을 수 있다. 안녕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오늘도 바다와 산, 포구와 섬들이 서로 부둥켜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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