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07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 - 양평 두물머리 물래길

은빛비늘 밟으며 걸어가는 길

  • 웹출고시간2019.10.20 15:33:49
  • 최종수정2019.10.20 17:27:32

두 물 합친 푸른 물빛이 영롱하게 빛난다. 어느 새 흐름이 느릿느릿 여유를 부린다. 움푹한 웅덩이에 괸 물처럼 한참을 머문다. 한층 깊어진 고요가 가을 한낮과 어울린다. 따뜻한 숨결이 강 길을 따라 바람으로 인다. 반짝이는 윤슬이 물결 따라 소리를 낸다. 이랑이랑 만드는 작은 물방울이 새 풍경을 만든다. 구름 뒤로 숨은 햇살이 하늘을 더 새롭게 한다. 도당 할배나무도 가을빛의 옷을 입는다.

[충북일보 함우석기자] 습자지에 먹물 스미듯 안개가 밀려온다. 물안개가 두 강에서 몸을 일으킨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좌우로 길을 낸다. 원근 화법으로 안개 자욱한 수묵화 한 장을 그려낸다. 이즈음 아침마다 두물머리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느림보 강물 둘이 하나로 흐른다. 낮게 더 낮게 유유히 흘러간다. 두 물이 함께 상선약수의 미덕을 실천하며 간다. 하늘의 구름을 비추고, 들과 산, 온갖 사물을 담아낸다. 두물머리가 선물하는 미덕이다.

2019년 10월19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를 찾는다. 고민 없이 물래길 1코스를 걷기로 한다. 물소리길로 불리는 길이다. 기존의 산책로를 연장해 만들었다.

용늪

클마 회원들이 양수역 주차장에서 내린다. 잠깐 준비운동을 마친 뒤 발걸음을 내딛는다. 주차장 오른쪽으로 데크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간다. 길 왼쪽으로 커다란 저수지 같은 게 있다. 용늪이다. 용이 살았다는 전설의 장소다. 용늪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한여름의 화려한 연꽃 군락은 보이지 않는다.

연꽃들은 지금 목을 부러트린 채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대신 갈대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는다. 용늪을 나오면 6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세미원(洗美苑) 입구다. 물과 꽃의 정원이다.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이다. 하지만 입장료가 있으니 선택해야 한다. 클마 회원들은 세미원 관람을 포기하고 완주를 선택한다.

두물머리 할배느티나무

두물머리로 가는 길은 연인들의 길이다. 손잡고 걷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다. 강변 풍광과 어우러져 기분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얼마 가지 않아 두물머리 느티나무에 닿는다. 수령이 400년을 넘는다고 한다. 높이 30m, 둘레 8m로 우뚝하다. 도당 할아버지 나무다. 옆에 할머니 나무도 있었다고 한다.

강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조금 더 가니 사각의 큰 액자 포토존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차례가 되니 너나없이 그 속에 앉아 갖가지 포즈를 취한다. 추억으로 남길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두물머리를 배경으로 추억 하나 만들기에 충분하다. 기꺼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하다. 몇 분 정도 기다림이 되레 즐거움이다.

두물경

조금 더 길을 이어 간다. 반짝이는 잔물결이 보석처럼 빛난다. 허우룩하고 텅 빈 고독이 낮게 깔린다. 큰 돌비석이 보인다. 잔잔한 길을 따르면 얼마 안 돼 두물경에 닿는다. 두물경에 가 봐야 진짜 두물머리를 알게 된다. 좌측은 남한강, 우측은 북한강이다. 말 그대로 두 물이 만나 하나의 커다란 거울이 된 곳이다.

두물경이 북한강과 남한강의 진짜 합수 장소다. 새벽이면 합류된 강물이 물안개를 만든다. 마치 커다란 거울처럼 보인다. 해가 뜨면 두 물이 윤슬로 반짝인다. 햇빛에 일렁이는 잔물결이 아름답다. 느린 걸음과 어울리는 풍경이다. 두물경 앞의 섬은 철새들의 서식지다. 클마 회원들의 방문을 반기듯 까막까치가 울어댄다.

걷고 보기만 해도 특별해 진다. 천천히 산책 하듯 걷는다. 물 위에 뜬 철새가 새로운 경치로 와 닿는다. 이국적인 그림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흙냄새 물 냄새로 가을이 되살아난다. 두 물이 마음을 다해 등을 토닥여준다. 강물의 숨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가 위안이다. 적어도 오늘만은 삶의 카타르시스 공간이다.

북한강 철교 자전거길

두물머리가 시간을 멈추게 한다. 안개처럼 흐릿한 내면과 만남을 주선한다. 흐르는 강물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든다. 크로노스의 통사적 시간 개념이 아니다. 강물의 속삭임이 마음속 혼란을 잠재운다. 추억을 만들어 기쁨을 선물한다. 흐르지 않고 멈춰 선 시간이다. 나만의 고유성을 갖게 한다. 치유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삼거리를 만난다. '←두물머리 물래길' 이정표를 따른다. 한강물환경연구소 간판이 보인다. 삼익아파트 담벼락을 지나 양수교 앞에 도착한다. 도로를 건넌다. 양서우체국 앞에서 다시 강변 쪽으로 간다. 갑자기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다. 북한강 철교가 나타난다. 마침 중앙선전철이 지나며 운치를 더한다.

북한강 철교로 올라선다. 남한강 자전거길이 시원하다.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지난다. 걷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철교 아래 강물이 가을 햇살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가을날의 푸른 물빛은 충분히 감탄스럽다. 햇빛을 받아 풍경의 일부가 된다. 나른한 햇살이 철교에 내려앉아 핀다.

한 발 건너마다 숨겨둔 보물이 널린다. 대자연의 은혜가 끊이지 않고 내린다. 양수교에 닿으니 물새들의 수런거림에 생명을 느낀다. 마법 같은 놀랄 일이 무시로 일어난다. 물빛에 감탄하며 몽환의 세계로 간다. 강물이 은빛비늘로 반짝인다. 참 절묘하게 빛나는 윤슬이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있을까.

<취재후기>두물머리 예찬…사랑의 마법이 펼쳐지는 곳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단체사진

두물머리는 언제나 애절하고 순정하다. 그 곳에 서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비춰볼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찾으면 좋다. 한국인 정서에 딱 들어맞는 명소다.

이름부터 참 예쁘다. 길도 강물만큼 착하다. 풍광은 당연히 뛰어나다. 이즈음 가을향기를 담고 있어 연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침이면 강물의 잔주름이 애잔한 윤슬로 빛난다. 오래전부터 데이트 코스와 출사 장소로 인기가 높다.

두물머리는 온전한 한강의 시작점이다. 남한강은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해 양수리 서북쪽으로 흐른다. 북한강은 남으로 흐른다. 두물머리에서 두 강이 만나 비로소 한 몸이 된다. 팔당댐을 만든 국토의 중요한 동맥이다.

국토의 절반 정도 물이 여기서 부둥켜 앉는다. 그 위에서 날마다 사랑의 마법을 펼친다. 정다운 만남으로 새 생명을 만든다. 머나먼 지평선이 아름다운 환희로 그려지는 곳이다. 바다처럼 넓은 풍경이 한 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물안개와 일출, 황포돛배,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유명하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풍경 투과형 액자 포토존은 인기 만점이다. 액자 안에서 보는 두물머리 풍을 감상할 수 있다.

두물머리는 어디서 봐도 그윽하다. 풍성해진 물이 다양한 풍경을 만든다. 노을이 지는 저녁엔 금빛 물결로 반짝인다. 눈부신 석양이 수면 위로 일렁인다. 낭만과 사랑이 흐르는 무한한 힘의 원천이다. 생명의 태동 공간이다.

두물머리 연꽃은 이미 지고 없다. 꽃대는 연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저 400년 된 느티나무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 나무 아래서 연인들은 사랑을 맹세한다. 할배 나무가 할매 나무를 그리워하듯 말이다.

연인들에게 명소 중의 명소로 꼽힌다. 사랑에 행복해 하고 이별에 슬퍼한다. 사랑이 무너지기 직전 다시 찾아 사랑을 되찾는다.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금빛 시월이다. 문득 서늘한 바람 불더니 가을이다. 두물머리가 고요히 마음을 잡는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 떠간다. 고추잠자리가 떼 지어 들녘에 난다. 금빛 게으른 울음이 해설피 퍼진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적한 풍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비감을 더한다. 찬찬히 듣고 보고 읽으며 걸어간다.

두물머리 생태공원 숲은 이즈음 가을빛으로 수채화를 그린다. 숲길은 추억을 훌쩍 뛰어넘는다. 더 먼 태고로 아득하게 인도한다. 옛 생명들을 만나게 해준다. 그 사이 강물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흘러간다. 흐르고 흘러 큰 뜻을 이룬다.

남한강과 북한강은 수많은 애환을 품고 흐른다. 오늘도 두물머리서 몸을 합쳐 비로소 큰 강을 만든다. 한강은 그렇게 태어나고 또 태어난다. 강 옆엔 언제나 아름다운 숲과 길이 있다. 생존과 실존을 새소리와 물소리가 애틋하게 증명한다.

새벽 물안개는 두물머리 절경을 만들어낸다. 수려한 경치로 아픈 상처를 보듬는다. 자정의 노력으로 맑은 물이 되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화해하고 배려하는 것과 같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세상을 가꾸는 일이다. 새로운 생명이다.

두물머리의 행복이 아름답게 흘러간다. 걸을수록 아름다운 풍경이 와 닿는다. 지친 몸과 마음을 뒤섞는다. 두 물 같은 마음으로 더 낮게 걸어간다. 풍경이 주는 감동의 힘이 멀리 퍼진다. 시원한 쾌감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