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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9.16 17:29:50
  • 최종수정2018.09.16 17:29:50

나무 사이로 스며든 아침안개가 신비의 숲을 만든다. 들꽃들이 숲길 양쪽에서 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개가 촘촘히 이어져 동화 같은 숲 풍경을 펼쳐놓는다. 시선 하나를 고즈넉이 보태니 숲길이 천천히 열린다. 흐린 날마저 숲이 초록 절정으로 달려 새 풍경을 만든다. 길옆 들꽃들도 화려하게 응답하며 가을을 수놓는다.

ⓒ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천지가 개벽했다. 지천에 널렸던 검은 탄가루가 없다. 언제까지나 검을 것 같던 곳이 녹색지대로 탈바꿈 했다. 정선의 산골짝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산자락을 따라 스키 슬로프와 대형 숙박시설, 카지노가 웅장하다. 처절했던 삶의 현장은 그저 옛 사람들의 기억일 뿐이다. 거친 삶을 살던 광부들은 추억 속의 인물들이 됐다. 아픈 상처도 그대로 그 공간에 남아 역사가 됐다.

2018년 9월15일 가을날이 흐리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정선 하이원 하늘길을 찾았다.

하늘길 표지판

오전 9시40분 하이원 호텔을 등지고 주차장 뒤편으로 간다. 하늘길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조용한 길로 들어선다. 가을꽃들이 화려하게 인사한다. 좀 가파른 길을 이어간다. 계단을 지나 언덕길을 오른다.

새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백운산 등성이 너머의 화려한 조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내린 가을비 덕에 하늘빛이 흐리다. 그래도 바람이 더해지니 정취가 신선하다. 뙤약볕에 시들던 그날들은 벌써 옛일이다.

하이원호텔 입구에서부터 전망대까지는 처녀치마길로 불린다. 1.2km다. 이 길을 지나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시간의 흐름이 세월 속으로 지워져 간다. 가을 초입에 들어선 숲에 서늘한 눅눅함이 완연하다.

안개 낀 낙엽송길

백운산 가는 길과 낙엽송길로 갈라진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은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버린다. 이어 낙엽송길로 들어선다. 운탄고도(運炭高道)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다. 중간 중간 석탄잿빛 길이 보인다. 옛 운탄고도임을 알린다.

60년대로 돌아가 여러 상념이 교차한다. 떠나버린 사람들과 시간 속에 남아있는 자연을 생각한다.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을 정취를 담뿍 담고 있다. 이미 치유의 길이다. 양탄자처럼 평평하게 펼쳐져 편안하다. 폭신한 안정감을 준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안개가 더 짙어진다. 짙은 안개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얀 안개바다가 신비로운 신령의 세계를 만든다. 가을이 주는 계절적 분위기가 최고다. 차가운 공기에 밀려온 선선한 바람은 선물이다.

가을 오는 소리가 완연하게 들린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툭툭 이어진다. 가을이 안개를 뚫고 들어와 익는다. 나무와 어우러진 들꽃들의 향연은 안개 속에 더 화려하다. 쑥부쟁이와 이질풀꽃이 길가에 즐비하다.

작은개망초꽃들이 별처럼 핀다. 과남풀은 깊은 숲 속에서 가을을 알린다. 연보라색 꽃망울을 피운다. 하늘길에 가을 소식을 전하며 자태를 뽐낸다. 사진기를 들이댄다. '한 장의 사진은 역사적인 드라마와 동의어다'란 말을 떠올린다.

가을 소식 전하는 과남풀꽃

걷다 보니 숲길에 시원한 바람이 가득 찬다. 바람이 숲의 냄새를 전해준다. 솔솔 바람을 타고 가을꽃 냄새가 살랑거린다. 하얀 데이지 꽃들이 순결해 보인다. 청명한 하늘과 어울리는 풍경이다. 홍자색 참싸리는 서서히 꽃망울을 지우는 중이다.

낙엽송길 중간에 압도적인 테일러스 지형이 나타난다. 엄청난 크기와 규모에 놀란다. 일정 거리마다 쉴 수 있는 평상은 작은 감동을 준다. 연인과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낙엽송 길이 끝나는 지점에 마운틴 탑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오후 11시40분께 세 갈래 길에 선다. 마운틴 탑 전망대(1340m)와 도롱이연못으로 갈라지는 길이다. 회원들과 함께 30여분을 힘차게 오른다. 마침내 다다른 마운틴 탑에선 곤돌라 소리만 들린다. 짙은 안개가 사위를 가려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

점심 식사를 마운틴 탑에서 한다. 마치 하늘 정원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참의 식사 수다를 마치고 일어선다. 신선한 공기를 한껏 가슴에 담는다. 다시 세 갈래 길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산죽길이다.

하늘길 날머리(출구)

오를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완만한 내리막의 우거진 나무 숲길 사이를 걷는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낙엽의 폭신함이 전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이다. 마침내 다시 세 갈래 길에 선다. 도롱이연못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하늘길 마지막 구간인 하늘마중길이다. 3.8km의 내리막길이다. 걷기에 아주 좋다. 온전히 숲을 관통하는 구간이다. 온전한 흙길이 주는 느낌이 좋다. 바닥에 깔린 솔잎 덕에 폭신하다. 가끔씩 산 짐승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오후 3시30분 시야에 하늘길 산문이 보인다. 회색빛 아스팔트 주차장도 들어온다. 마침내 산길을 빠져나온다. 가까이로 마운틴 콘도가 보인다. 머리 위로 마운틴 탑으로 향하는 곤돌라가 보인다. 급하게 내려오는 모노레일이 인상적이다.

11.4km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클마 회원들의 얼굴빛이 밝아진다. 강물 같은 마음으로 낮게 걸어간 길이다. 서로 길동무임을 확인한 하루였다.

취재후기 - 운탄고도(運炭高道)가 운탄고도(雲坦高道)로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정선 하이원 하늘길은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과거 석탄을 운반했던 백운산 능선의 운탄고도(運炭高道)가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정취로 다시 태어난 운탄고도(雲坦高道)다.

운탄고도는 1950년 후반부터 석탄을 나르던 높은 길이었다. 산업화의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힐링의 길이 됐다. 해발 1000m 높이에 능선 따라 완만하게 만들어졌다.

하늘길은 탄광산업의 역사를 토대로 만든 호젓한 산길이다. 발아래 펼쳐진 운무를 양탄자 삼을 수 있다. 고산준령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풍광이 빼어난 곳이 많다.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풍경이 곳곳에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그만큼 평탄하게 만들어졌다. 물론 3시간 이상 숲을 체험 할 수 있는 등산코스도 있다. 이 곳에선 수백 종 들꽃들과 희귀 고산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함께 호흡하며 걸을 수 있다.

걷는 게 좀 불편하다면 곤돌라를 타고 즐길 수 있다. 곤돌라는 하루 종일 1340m 고도의 마운틴 탑을 오르내린다. 거기서 바라보는 산 아래 풍경은 일품이다. 하이원 호텔과 마운틴 콘도, 백운산 풍경이 제대로 된 선물을 한다.

발 아래로 펼쳐진 초록 세상은 신비롭다. 이즈음 가을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진초록은 경이롭다. 백두대간의 웅장함은 장엄하다. 한 폭의 수채화로 진경산수화다. 구름을 탄 신선의 경지 같다. 유럽의 한 알프스 마을을 연상시킨다.

하늘길은 새로운 빛깔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됐다. 그래서 두 발로 쭉 걸을 수 있으면 더 좋다. 길은 대부분 완만하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생태계를 접하게 된다. 다양한 들꽃 감상은 되레 덤이다.

봄에는 얼레지와 오랑캐꽃, 둥근털제비꽃이 잔치를 벌인다. 여름엔 개쑥부쟁이, 노루오줌, 개망초가 이름을 알린다. 초가을엔 과남풀이 자태를 자랑한다. 용담은 가을 찬 서리를 맞아 더욱 선명해진단다. 겨울이면 순백의 설화가 대신한다.

하늘길의 색은 시시각각 변한다. 채광이 좋으니 색도 좋다. 사방에 절경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하늘길은 10여개 다양한 코스를 갖추고 있다. 그중 '하늘마중길'과 '낙엽송길'이 뛰어나다. 운탄고도의 빼어난 풍광과 각종 들꽃 감상을 할 수 있다.

하늘길엔 사시사철 신선한 공기가 가득 찬다. 숲 속을 가득 메운다. 지난여름 나무 사이로 불어온 청색바람은 청량제였다. 숲은 이제 본격적인 단풍 채색을 준비 중이다. 이 가을, 하늘길 걷기는 그대로 치유다.

하늘길에서 자연이 선사하는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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