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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 - 순창·임실 섬진강길

거북이길~장구목~구담마을

  • 웹출고시간2018.04.22 15:58:04
  • 최종수정2018.04.22 15:58:04

편집자

4월 중순, 섬진강 가는 길은 그대로 만춘이다. 화사한 봄날이 무르익어 화창하다. 산수유와 매화가 진지도 오래다. 벚꽃은 이미 꽃눈으로 날렸다. 버드나무엔 파란 기운이 밀고 올라온다. 나무마다 물이 올라 푸른빛이 완연하다.

섬진강에 봄기운이 탱탱하다. 생명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맥동의 기운이 넘쳐난다. 순정한 물빛에도 생기가 돈다. 강마을 서정이 굽이 따라 펼쳐진다. 섬진강에 부드러운 봄바람이 스친다. 아름다운 무공해 풍경이 펼쳐진다.

섬진강이 신이 내린 축복으로 파랗게 물든다. 곳곳에 찬란한 무공해 풍경들이 즐비하다. 재잘대는 새소리는 청량감을 배가시킨다. 걷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행복을 선물한다. 하루 종일 욜로와 휘게, 오캄을 맘껏 느끼게 한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봄은 예외 없이 온다. 섬진강엔 조금 더 짙게 밴 봄이 있다. 자연과 생명의 감수성이 더불어 깃든 봄이다.

2018년 4월21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섬진강 길을 따라 걷는다. 그림 같은 물의 근원을 따라 간다. 4월의 바람이 부드럽고 상큼하다. 회원들의 기분도 봄바람 속에 가뿐하다. 걸음과 걸음 사이에 지루할 틈이 없다.

지금 섬진강은 봄 그 자체다. 생동하는 봄의 에너지가 절정이다. 섬진강 길이 초록으로 바뀐다. 겨울을 겪고 피워낸 연록 이파리에 초록의 힘이 들어간다. 화장기 없는 여자의 순정한 풍경이다. 신이 내린 파란 축복이다.
ⓒ 함우석 주필
순창에서 출발하는 거북이길을 들머리로 삼는다. '귀주마을 버스정류장'이 들머리다. 버스에서 내리면 열녀 '이씨비'가 있다. 마을 끝엔 머리 없는 거북바위가 있다. 구암정으로 불리는 정자도 있다.

봄기운이 팍팍 용솟음친다. 걷기 전에 숨 고르기를 한다. 간단한 몸 풀기도 한다. 신발 끈도 고쳐 맨다. 오른쪽으로 강을 두고 걷는다. 강물은 그리 깊지 않다. 수면에 하늘빛이 그대로 비친다. 상쾌함이 밀려온다.

강 건너로 초록 색상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굽어 흐르는 섬진강의 청류를 맘껏 바라본다. 섬진강은 순창 땅에 여러 명소를 만들어내며 흘러간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곳이 장군목(장구목)이다. 순창과 임실의 경계쯤에서 만난다.

장군목 요강바위

ⓒ 함우석 주필
강물이 바위를 휘감아 흐른다. 돌개구멍이 나 있는 너럭바위들이 펼쳐진다. 기기묘묘하게 움푹 파인 바위들이 일품이다. 그 풍경 하나가 모든 걸 압도한다. 도둑맞았다가 되찾았다는 요강바위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물살이 바위에 뚫은 구멍 형상이 오묘하다. 마치 요강 같다. 바위에 새겨진 흔적이 곧 시간의 흐름이었다. 세월과 강물이 서로 힘을 보탰다. 1억2천300년의 시간이 바위를 움푹움푹 패 놓았다. 아름답고 독특한 자태를 선물했다.

얕아 보이지만 아주 깊다. 클마 회원들이 군데군데 기념사진을 찍는다. 요강바위 주변에서 순서를 기다리기도 한다. 굳이 요강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잠깐 한가로움을 즐긴다. 출렁다리 위를 지나는 라이더와 손 인사도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회원들의 진지한 모습.

ⓒ 함우석 주필
섬진강 길은 자전거 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자전거길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라이더들의 종주 코스이기도 하다. 섬진강길 자전거 종주 인증센터도 있다. 순창과 임실, 그 경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섬진강을 따라갈 뿐이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유명해진 구담마을로 향한다. 굽이굽이 물줄기와 잘 어울린다. 한참을 걸어내려 오니 구담마을이다. 신발을 벗고 징검다리를 건넌다. 회원들의 행복감이 절정에 달한다. 가파른 길을 따라 둔덕을 오른다.

장군목 현수교(출렁다리)

ⓒ 함우석 주필
당산나무 아래 전망대 풍경이 아름답다. 섬진강을 품은 산과 길이 제대로 보인다. 왼쪽이 임실, 오른쪽이 순창이다. 영화 제목처럼 아름다운 시절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구구절절 섬진강이 품은 쓰라린 역사도 알려준다.

사연이야 어쨌든 구담마을은 신비롭다. 계절마다 풍경을 바꾸는 요술을 부린다. 고목에 둘러싸인 둔덕 위의 공터마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래도 변함없는 건 당산나무의 위엄이다. 당산나무는 지금도 마을 사람들의 쉼터요 광장이다.

클마 회원들도 잠시 다리쉼을 하며 수다도 떨어본다. 다시 강가로 내려가고 싶어진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 오늘도 섬진강의 물굽이가 예술적이다. 나무와 풀이 푸르게 짙어간다. 섬진상의 위대한 봄은 계속된다.

92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단체사진

ⓒ 함우석 주필

취재후기 - 구담마을과 장군목

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진다. 광양만에서 바다를 만날 때까지 200km를 넘게 흐른다. 산과 마을과 도시를 끼고 돌고 돈다.

섬진강 상류는 지금 한적하다. 풍경만으로 마음이 상쾌하다. 흘러가는 강물위로 봄 소리가 가득하다. 연록에서 진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아직 미진하지만 수려하다. 멀리 보이던 구담마을이 점점 가까워진다.

하얀 매화와 벚꽃 대신 푸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사계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강물이 굽이굽이 휘돌아 간다. 물줄기가 굽이치고 강변길은 아늑하다. 행복한 평화가 이어진다. 고적한 한가함이 그윽하다.

구담마을은 외진 산골마을 풍경을 그대로 전한다. 산과 강을 기대고 사는 작은 마을이다. 느티나무 당산에서 조망은 섬진강을 가장 아름답게 한다. 굽이치는 풍광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걸음을 멈추고 바라봐야만 한다.

구담마을 당산나무 아래가 더 없이 좋다. 앉아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마을 아래 강물이 산을 만나 돌고 돈다.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피해 간다. 굽이굽이 흘러 절경을 만든다. 흐르는 강물마저 은은한 감동이다.

장군목 풍경 또한 놓치기 아까운 진경(眞景)이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희한한 풍경을 보게 된다. 강바닥에 넓게 형성된 구멍바위지대가 있다. 장군목 계곡이다. 수만 년 동안 굽이치며 흘러온 강물이 빚은 예술작품이다.

다양한 무늬는 마치 용틀임을 하는 듯하다. 살아 움직이는 듯 바위에 새겨져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요강모양으로 독특하게 생긴 바위도 있다. 마을사람들의 영원한 자랑거리인 요강바위다. 무게가 20t이 넘는다.

커다란 요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사 온 외지인이 마을 주민을 단체관광 보내준 뒤 일을 저질렀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중장비를 끌고 와 싣고 갔다.

한참 만에 경기도 광주의 한 야산에서 되찾았다. 하지만 바위는 증거품으로 전주지검 남원지청의 앞마당에 놓이게 됐다. 남원지청 역사상 가장 무거운 압류품이었다. 다시 장군목으로 옮기는 일도 만만찮았다. 3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장군목 요강바위는 오랜 세월이 빚어낸 최고의 자연조형물이다. 둘레 약 1.6m, 깊이 2m 가량의 구멍이 뚫려 있다.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 요강바위에 들어가 기도를 하면 아이를 얻는다는 전설도 품고 있다.

아무튼 마을사람들이 매우 신성시 여기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주민 5명의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도 있다. 요강바위 속에 몸을 숨긴 덕이라고 한다. 여전히 섬진강의 대표 명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장군목은 섬진강 물줄기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원시적이다. 마을사람들은 장구의 목처럼 좁아진다고 하여 장구목이라 불렀다. 하지만 공식 안내 표지판에는 '장군목'으로 표시돼 있다. 물론 아직도 '장구목'으로 표현된 곳도 있다.

섬진강물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른다. 상류의 거친 물살이 산을 휘감아 돈다. 창조적으로 힘을 보탠다. 그 힘으로 곳곳에 비경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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