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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특권을 원리원칙보다 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오래지 않아 모두를 잃게 된다."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남긴 말이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참혹했다. 잘못된 관행의 답습이 부른 참사였다.·

*** 충북지사 청주시장 어땠나

또 속았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오송 사고 발생 직전까지 위험을 알지 못했다. 이범석 청주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지사나 시장 모두 긴급사태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위와 책임을 엄정하게 가려내야 할 대목이다. 경찰도 다르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 가지도 않고 간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서류 조작 정황도 있다. 한 마디로 재난사고에 대처하는 공복들의 태도가 한심했다. 물론 아직 단정할 순 없다.

참 공교롭다. 한숨이 나온다. 사납고 긴 비가 세상을 할퀴었다. 사람 맘엔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가. 공복들이 보여준 태도가 너무 위험하다. 믿었던 민중의 최후 보루까지 가짜였다. 국민들은 큰비만 오면 가슴을 옥좨야 한다. 생명을 위협받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에선 엉겁결에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때마다 각자도생이라니 치솟는 분노를 누르기 어렵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 때마다 구조적인 문제가 함께 떠오른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인재'로 결말을 맺곤 한다. 매뉴얼이 재정비되고 새로운 대책도 마련된다. 문제는 언제나 또 예방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안일한 행정과 미흡한 대처가 비극을 부르곤 했다. 오늘도 신문지상엔 비 피해 소식이 가득하다. 국가와 지자체는 왜 존재하는가. 공직자의 존재 이유는 뭔가. 공복의 자세를 갖추긴 한 건가.

참 답답하고 속이 터진다. 김 지사나 이 시장은 참사직전까지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 경찰은 허위보고 의심을 받고 있다. 속된 말로 '개판 오분 전'이다. 공조직 재난대응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 기본 매뉴얼조차 망가진 모습이다.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녹봉은 국민을 지켜달라고 주는 국민혈세다. 그런데 모두 국민의 생명이 사그라질 때까지 방조했다. 너무나 소홀하게 대처했다.

현장 확인과 소통의 시대다. 공직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복무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어야 한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강도 높은 비가 더 예고돼 있다. 공직자들의 피로 정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공복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내가 책임지고, 내가 해결하려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공조직이 가장 빨리 지혜롭게 움직여야 재난도 슬기롭게 막을 수 있다.

*** 충북경찰청장은 상관없나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사고는 늘 공직자들의 무사안일 탓이었다. 공복의 자세로 임했는데도 그랬을까. 시민들의 간절하고 긴급한 신고 전화를 지나쳤을까.·위험보고를 소홀히 했을까. 공직자는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복이다. 정권이나 단체장의 하수인, 종이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심부름꾼일 뿐이다. 모든 공직자를 공복(公僕·public servant)으로 부르는 이유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충북 공직자들의 관할 떠넘기기와 무대응은 최악이었다. 충북지사는 충북도민의 수임자다. 언제든지 충북도민에 대해 책임을 지며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청주시장도 다르지 않다. 책임의 규모만 다를 뿐 똑같다. 충북경찰청장도 결코 다르다고 할 수 없다. 비극은 미시적 우연이 만든 거시적 필연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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