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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화약 대리점들, "대기업 갑질" 집단반발

한화그룹 폭약 직접 판매 늘리며 갈등 이어져
대리점주들, "생계 잃을 처지 고사해 죽으라는 얘기"

  • 웹출고시간2023.07.23 13:52:43
  • 최종수정2023.07.23 13:52:43

인제화약 이영희 대표가 제천시 송학면 시곡리 한화 충북영서지사 앞에서 한화의 화약 직판에 반발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 이형수기자
[충북일보] 한화그룹이 산업용 폭약의 직접 판매를 확대하며 대리점들과의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북지역 대리점주들도 생계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반발하며 시위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 같은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대리점주들의 주장에 한화 측은 대리점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항의가 잇따르는 등 계약사를 보고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강원 인제화약 이영희(65) 대표는 최근 제천시 송학면 한화 충북영서지사 입구에 플래카드를 걸고 1인 시위에 나섰다.

플래카드에는 "㈜한화는 영세대리점 다 죽이고 짓밟는 화약 직판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는 "한화가 대리점들과 아무런 설명이나 협의도 없이 업체를 상대로 직접 판매에 나선 것은 결국 우리 보고 고사해 죽으라는 얘기"라며 서울 한화 본사와 여의도 국회,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 18일 한 일간지에는 전남서부화약, 충북 청원화약 임직원, 한화 화약 직판저지 충청·호남 대책위원회 명의로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 산업용 화약류 직판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길게는 수십 년 간 한화와 거래를 이어온 대리점들이 이처럼 반발하고 있는 것은 한화가 최근 산업용 화약류의 직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 10월부터 제천지역 현장을 시작으로 경기, 강원, 전남 등 대형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직판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급순위 상위권의 1군 토공전문건설업체들과 단기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계약업체수를 배 이상 확대하며 직판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한화 측이 지역 거점 역할을 해 온 대리점들을 무시하고 사전 협의 없이 직판에 나서면서 영세한 대리점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화의 폭약을 건설·토목 현장 등에 판매하는 대리점은 전국 50여 곳으로 충북의 경우 제천·단양지역은 강원지사, 나머지 시·군은 서부지사가 관할한다.

도내 대리점 관계자는 "일부 거래처의 경우 지역업체 상생을 이유로 한때 계약을 되찾아오기도 했지만 계약 문제 언급 등 협박성 발언에 결국 다시 거래처를 내줘야 했다"고 했다.

대리점들은 직판이 확대되면 지역의 영세 대리점은 휴·폐업하거나 보유했던 저장소를 한화에 매각 또는 임차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폭약은 이동과정에서 사고 발생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화의 직판은 장거리 운반이 불가피해 안전사고 위험성도 커진다는 주장이다.

대리점들의 이러한 주장에 한화 측은 일부 대리점들이 화약 가격을 높이거나 별도의 웃돈을 받는 등의 항의가 수 차례 접수돼 계약 공사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판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일부 지역 대리점의 경우 현장 독점 공급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 판매가를 과도하게 높이거나 운반비를 별도로 책정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이 같은 민원이 회사로 접수되고 있어 기본계약에 따라 직접 공급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한화 계약업체가 아닌 비계약 업체의 현장이 공장도가의 130% 이상 폭리를 취하는 예도 있으며 판매가를 높이지 못하는 현장에는 운반비를 별도로 받는 등 대리점 이익만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

안전사고 우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대리점들보다 한화가 안전 부문에 더 많이 투자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동 거리를 가지고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한화도, 대리점도 사실상 시장경제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라며 "한화가 직판하면서 중소 건설업체와 영세 발파업체들은 더욱 합리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사회적인 효과와 이익도 더 크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한화 측의 이런 해명에 대해 대리점들은 "화약 특성상 안전 관리나 운반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건 한화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영세 업체들의 밥그릇을 빼앗아가려는 명분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제천 / 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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