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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03 21:29:44
  • 최종수정2023.08.03 21:29:44
[충북일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무차별적으로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됐다. 선거 현수막뿐만이 아니다. 향우회나 동창회 등 단체모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기한 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은 탓이다. 전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으로 현수막 공해 상태다. 이런 와중에 또 다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 및 광고물 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년 안에 보완하라는 조건도 달았다. 국회는 지난달 말까지 입법 보완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정쟁만 일삼다가 그냥 방치해둔 느낌이 짙다. 물론 정치적 실익에 따라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최근 6개월 동안 눈살을 찌푸리는 현수막 홍수 속에서 살았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가 옥외광고물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시행령엔 정당 활동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정당 현수막 신고 절차 및 설치 장소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결국 전국 어디에서나 무차별적인 현수막 설치가 이뤄졌다. 대부분의 현수막엔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게재됐다. 급기야 이런 현수막은 많은 민원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지자체는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자발적으로 철거했다. 하지만 국회가 지난달까지 보완 입법을 하지 않는 바람에 다시 현수막 홍수시대를 맞게 됐다. 기가 찰 노릇이다. 내년이면 국회의원 선거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저주에 가까운 내용의 정당 현수막 난립이 눈에 선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70여 년 전 해방 후 내걸린 현수막은 이념투쟁에 가까운 용어로 도배됐다. 어느 곳에 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 현수막을 다시 보게 될 걸 생각한다면 끔찍하다. 역사가 돌 듯 이념투쟁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양이어서 걱정이다. 더 이상 혼란을 막기 위해 선거법 관련 조항들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 아무 때나 현수막을 걸고 유인물을 뿌리게 되면 사회는 혼란 상태에 놓일 게 뻔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자발적으로 나서 신호등 기둥과 폐쇄회로(CC)TV 지지대에 매달린 정당현수막 철거를 시작했다. 인천시의 경우 아예 조례를 개정했다. 개정 조례는 지정 게시대에 설치할 수 있는 정당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했다. 혐오·비방 내용도 금지했다. 대구시는 '현수막 제로 구역'을 지정해 운영키로 했다. 광주시는 다섯 개 자치구 불법 광고물 합동 점검을 통해 모두 2만 5천570건을 철거했다. 시민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 박수를 쳤다. 정당 현수막 사태는 도시미관 문제를 넘어섰다.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현수막은 국민 정신건강까지 위협한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서로 싸움질하고 본인 잘했다고 생색내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막말 잔치로 얼룩진 현수막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만 키운다.·국회가 조금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정당 현수막을 스스로 철거해야 한다. 관련법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초당적 자세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국회가 또 다시 책임을 미루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국가와 국민의 국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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