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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24 15:31:25
  • 최종수정2025.02.24 15:31:25

이철호

소월문학관 이사장

십자군 전쟁 때 영국의 한 젊은 기사가 십자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이집트군에게 포로로 붙잡힌 적이 있었다.

이때 이 영국의 젊은 기사를 붙잡은 살라딘이라고 하는 이집트군의 높은 장수가 장난삼아 이렇게 말했다.

"살고 싶지 않은가? 만일 네 아내가 자신의 오른쪽 손을 잘라서 보내 주면 난 자네를 살려 주겠다. 뿐만 아니라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약속하겠다. 그러니 지금 당장 자네 아내에게 편지를 쓰게."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영국의 젊은 기사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설령 이 자리에서 당장 목이 잘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는 못한다며 끝까지 버텼다.

그런데 영국에 있는 그의 아내는 어떻게 해서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그리고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이를 악물더니 스스로 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잘라 이 살라딘이라고 하는 이집트군 장수에게 보냈다.

이것을 받게 된 이집트군 장수 살라딘은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약속대로 영국군 기사를 풀어 주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지금도 영국의 어느 작은 성당에는 오른손이 잘려진 이 여인의 동상이 서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그것도 젊은 여인에게 있어서 손 하나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그 소중한 것을 기꺼이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사랑이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가장 줄 수 없는 것을 남을 위해 기꺼이 주는 것이다. 또 어떠한 처지에서도 마음이 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괴테도 그의 시 『사계(四季)』에서 이렇게 읊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것이다.

일체가 주어져도

일체가 거부당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얼핏 생각하면 자신의 남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팔 하나를 불구로 만든 그 여인의 삶은 그 후 불행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비록 팔 하나가 없는 불편한 삶이기는 했어도 마음만은 오히려 행복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 사랑하는 남편이 살아서 돌아와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된 것도 그 이유가 된다. 이와 함께 자신의 희생이 한 생명, 그것도 자기가 사랑하는 남편을 살렸다는 보람과 기쁨, 그리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도 더 기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헤르만 헤세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아름다우며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고 했다.

이기적·계산적·자기중심적 세태가 만연된 작금의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심지어 부모와 자식간이나 부부관계에서 마저 이런 현상들이 커져 가고 있는 오늘의 세태를 보면서, 지금도 영국의 어느 작은 성당 안에 오른손이 잘려진 채 서 있는 이 여인의 동상 모습이 문득 떠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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