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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원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이사

내가 근무하는 청주산업단지 입주업체인 ㈜삼영(옛 삼영화학) 창업자인 이종환 회장이 지난달 13일 향년 100세에 별세했다. 그는 1958년 삼영화학을 창업했고, 현재 삼영중공업 등 16개의 회사를 거느리는 삼영그룹으로 발전시켰다.

2002년 대한민국과 인류 발전을 위한 세계 1등 인재 육성을 목표로 자신의 아호를 딴 관정 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했다.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자산은 1조7천억 원에 달하여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이 되었다. 재단은 매년 국내외 장학생 1천명에게 총 150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 23년간 장학생 수는 1만2천여 명에 이르고 박사학위 취득자도 750명에 달한다. 총장학금 지급액은 2023년 현재 2천700억 원에 이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기업가인 그는 평소 "재산을 재단에 넣을 때마다 내 재산은 줄어들었지만 내 마음은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나를 바보라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베풂의 기쁨을 모르는 생각일 뿐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이다. 그것은 단순히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빈손으로 왔다가 손을 채운 다음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할 수 없어도 돈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아무 대가 없이 베풂을 실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이나 가족들에 대해서는 관심이나 물질을 베풀면서도 이해관계가 없는 이웃이나 남에 대한 기부나 봉사는 쉽지 않다. 이러한 세태에서 거의 전 재산을 교육재단에 기부한 고 이종환 회장의 베푸는 삶의 자세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인생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베풀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한 사람으로 찬양받을 만한 사람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 사람이다. 인간의 행복은 베풂에서 나오므로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남이 행복해지도록 도와야 한다. 대개는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사람이 더 행복하리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며 이것은 '베풂의 따뜻한 빛'이며 '돕는 사람의 희열'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모습은 아름답다. 한순간의 연출이 아니라 실천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관정 이종환교육재단의 베풂을 통한 인재 양성은 훌륭한 동량재를 키우는 커다란 밑거름이다.

현대는 정보산업(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로 대표되는 고도의 과학 기술과 지식에 의존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지식산업사회다. 지식의 창출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인재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르는 것임을 깊이 인식한 이종환 회장은 교육재단을 통해 대한민국 최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Challenge, Creativity, Contribution'이라는 3C 장학 이념에 충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연·이공계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간절히 소망했다고 한다.

알베르 카뮈는 "우리들 생애의 저녁에 이르면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 이종환 회장은 이타심을 가지고 "나라나 기업이나 살림은 사람이 키운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 환원과 인재 육성을 실천했다. 그는 평소 "관정교육재단이 내 사후에도 영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끝까지 뛰다가 하늘이 부르면 가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다"를 실행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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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날 특집 인터뷰 - 윤희근 경찰청장

[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 윤희근 23대 경찰청장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만 해도 여러 간부 경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맞았다. 더욱이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소회는. "경찰청장으로서 두 번째 맞는 경찰의 날인데, 작년과 달리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국민체감약속 1·2호로 '악성사기', '마약범죄' 척결을 천명하여 국민을 근심케 했던 범죄를 신속히 해결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같은 관행적 불법행위에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는 △공안직 수준 기본급 △복수직급제 등 숙원과제를 해결하며 여느 선진국과 같이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흉기난동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일흔여덟 번째 경찰의 날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