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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꽤 오래전부터 인터넷 쇼핑을 즐겨하는 편이다. 내가 쇼핑하는 품목은 의류, 과일, 채소, 생필품 등 다양하다. 인터넷 쇼핑은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직접 마트나 시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 또한 주위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도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 구매를 자주 하지 않았던 지인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별걸 다 인터넷으로 산다며 채소와 과일까지 온라인으로 사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젊은 세대에게는 당연한 쇼핑 방법이지만 나이 든 세대는 아직도 마트나 시장에 가서 직접 보고 사는 게 더 익숙하고 믿음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이 잠시만 안 돼도 답답하고 택배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인터넷과 우리 생활은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서 반가운 메시지를 받았다. 프레스티지 회원으로 선정되었다는 알림이다. 프레스티지 회원은 그 서점에서 구매 실적이 많은 차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몇 가지 혜택을 준다고 한다. 그중에서 프레스티지 고객을 위한 특별 선물을 준다며 신청하라기에 바로 클릭했다.

선물이란 단어는 늘 설렘을 동반한다. 처음으로 받는 프레스티지 키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늘 받던 택배 상자지만 받자마자 상자를 열었다. 구성품을 알고 있지만 직접 택배 상자를 뜯으며 확인하는 기쁨도 크다. 선물 박스라 그런지 포장이 고급스러운 박스를 보니 내용물과 관계없이 미소가 번진다. 프레스티지 에디션으로 제작했다는 책자와 회원 전용 문진, 디퓨저와 스틱, 디퓨저 데코 페이퍼, 그 서점 CEO의 메시지 카드가 구성품으로 소소하게 들어 있었다.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간간이 책을 주문하고 쌓아둔 채로 표지만 보며 내 지적 허영을 채울 때도 많다. 하지만 이번에 프레스티지 회원으로 선정돼 받은 특별 선물은 한국어 교재 주문 덕분이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줬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못다 한 책 읽기를 꾸준히 계속하라는 경고성 메시지 같기도 했다.

그중에 비매품으로 제작된 도서는 이우일 작가의 <낙서 인간>이다. 작가가 포스트잇에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해 놓은 낙서를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다. 책의 구성은 낙서가 그려진 포스트잇 한 장과 작가의 짤막한 글이 전부다. 가볍게 쓴 글들인데 넘기다 보면 묵직하게 울림이 전해지는 글도 있다.

나도 포스트잇을 애용하는 편이다. 메모도 하고 시장 갈 때 살 품목들을 적어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적어 놓은 포스트잇은 그대로 두고 마트에 가기도 했는데 작가도 그런 경험이 있음을 고백하니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구하기 쉽고 싸기에 자주 포스트잇을 구매하곤 했는데 요즘은 메모보다 수집품처럼 되어버렸다. 예쁜 포스트잇은 쓰기가 아까워 서랍 안에 넣어 놓기만 한다.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려고 휴대폰도 노트 시리즈만 사용했는데 정작 메모를 열심히 하지는 못했다. 작가의 기본 덕목이 메모를 많이 하는 거라는데 난 좋은 작가가 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록하지 않는 건 모두 사라져 버린다. 이제는 가물거리는 내 기억도 메모하지 않으면 흔적만 남고 다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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