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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 강사

지난봄 분갈이한 제라늄들을 베란다로 내놓았다. 꾸준히 예쁜 꽃을 피우며 눈을 즐겁게 했는데 여름에는 잦은 비로 햇볕이 부족했는지 앙상하게 줄기만 남아 뼈라늄이 되고 말았다. 한동안은 내게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고 소중하게 갈무리하던 반려 식물들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겨울이 오기 전 분갈이 상토와 화분을 준비했다. 그리고 햇볕이 좋은 날 새 화분으로 옮겨줬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의 싱그러움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늘 전원주택을 동경했지만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좁은 베란다는 손바닥만 한 뜰이었지만, 여유롭게 화초를 가꾸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화분을 돌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베란다의 화분들도 애정을 갖고 가꾸어야 한다. 식물들은 주인의 정성과 손길만큼 자라기 때문이다.

타샤 튜더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마츠타니 미츠에가 감독한 영화로 타샤 튜더가 주인공이었고 그녀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줬다. 타샤 튜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작가이자 화가다. 자연 속에서 자신이 원하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며 살았다. 그녀는 옛사람들이 살아왔던 방식을 좋아했고 자신의 생활 속 모습을 그대로 동화 속 그림에 담았다. 손녀가 뛰어노는 모습, 그녀가 좋아하던 코기 강아지와 추운 겨울에 토끼가 눈밭을 뛰어다니는 모습, 숄을 걸치고 장작불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 등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삶을 원했고 그렇게 살았다.

영화 속에서 타샤 튜더는 자기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경제적으로는 무능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사남매를 키우며 집안일도 하고 정원도 가꾸어야 했지만 그런 것들은 일이 아니고 자기 삶의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한다. 생계를 위해 밤에는 촛불을 켜고 그림을 그렸지만 노동이 아니고 즐거움이었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바쁜 일상에서도 정원에 나가 산책하며 자신이 심었던 꽃과 나무들과 이야기하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다는 그녀의 인생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나지막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내가 정말로 원했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 봤다. 나는 늘 스스로 원했던 꿈들을 실천은 못 하고 생각에서만 머물렀다.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삶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생활의 질이 달라짐을 알지만 아쉽게도 창의적으로 각도를 돌리지 못했다.

타샤 튜더는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 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라고 한 헨리 소로우의 말대로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다.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평생을 노력하며 살다 보니 보상이 따라왔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행복해지는 비결을 묻는 말에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기 삶을 살라고 말했다. 매 순간을 놓치지 말고 즐기라는 그녀의 말이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을 타샤 튜더처럼 즐기면서 담담하게 견디기는 쉽지 않다. 누구보다 고단한 삶이었지만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타인들에게 멋진 정원 속에서 여유롭게 생활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현재의 내 삶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그녀의 말을 다시금 되새기며 나도 우리 집의 작은 정원 베란다에서 꽃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본다. 분갈이하고 영양제를 주며 급하게 서두른다고 꽃이 빨리 피지 않는다. 꽃들이 내게 하는 말은 늘 참고 기다리라는 것인데 그 기다림이 쉽지 않아서 조급해하며 재촉한다. 찻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꽃들이 하는 말에 다시금 귀를 기울인다. 꽃들이 다시 말한다. 기다리다 보면 행복도 찾아오고 또 기다리다 보면 슬픔은 떠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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