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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공항으로 가는 길을 달린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다.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몇 년간 우리 생활 곳곳으로 파고들어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전 일상으로 복귀했고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난 기억들이 아스라이 멀어져 간다.

직장 동료의 제안으로 갑작스럽게 장자제 여행을 결정했다. 동료는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라며 청주공항에서 6월 첫 주부터 운항을 시작하는 첫 비행편을 예약했다. 청주공항에서 국제선 항공을 이용한 경험이 없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니 오가는 시간도 줄일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웃고 떠들며 기다리다가 출국 수속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출국 불가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비자 발급도 문제없었는데 출국이 안 된다고 해서 당황했지만 항공사가 여권의 영문 이름 철자를 잘못 기재해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한숨 돌린 후 비행기가 이륙해 구름 속을 날자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장자제 허화공항에는 '장가계 여행을 환영합니다'란 현수막이 한글로 걸려 있었고 여성분들이 환한 미소로 다가와 우리 팀 23명에게 일일이 꽃다발을 안겼다. 입국한 공항에서 꽃다발을 받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꽃다발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장자제는 중국 내 수많은 관광지 중에서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 3년간 막혔던 하늘길이 처음 열린 날이라 여행사에서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장자제는 중국 후난성 북서부에 위치한 지역인데 한국식 독음으로 장가계라 불린다. 한족보다는 토가족, 바이족 등 주로 소수민족이 거주한다. 많이 가는 곳은 천자산, 천문산 코스인데 험한 산세지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 앞에 서면 경이로움에 할 말을 잊을 정도다.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 유명한 원가계 일대는 비경이 특히 더 신비롭다. 아름다운 절경에 정신을 잃는다는 미혼대를 비롯해 발길 가는 곳마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중국에도 "사람이 태어나 장자제에 가 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옛말에 나오는 무릉도원이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도 할 정도로 최고의 경관을 보여줬다. 365일 중 200일 이상이 눈, 비, 안개가 심한 곳이라는데 우리 일행은 맑은 날씨 덕분에 환상적인 경치를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 곳은 대협곡의 계곡을 걷는 코스와 천문산 정상을 걷는 동선 코스였다. 대협곡은 유리 다리를 지나 내려간 후 계곡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다. 울창한 산림, 시원한 계곡 물소리, 초록의 이국적인 나무 숲길 사이를 걷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들과 예쁜 꽃들, 우거진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절경을 보며 먼 이국에서 더위도 잊고 걸었다.

천문산 동선 코스는 산 정상을 한 바퀴 걸어서 돈다. 정상에서 보이는 산 능선도 아름답고 웅장한 기암괴석 절벽 옆으로 걷다 보면 드넓은 자연 속에서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진다. 그렇게 걸으며 내가 집착했던 삶의 부질없는 것들을 허공으로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내 머릿속 가득했던 잡념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진다.

모든 날, 모든 것이 다 좋았던 여행이었다. 대협곡은 계곡 아래를 걷고, 천문산은 하늘 가까운 산 정상을 걷는다. 걷고 또 걸었지만 온갖 시름을 다 털어낸 듯 마음은 가벼웠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비우려 떠나지만 나 자신을 새롭게 채워 돌아오는 것이라고. 짧은 여행이었지만 꿈결 속을 거닐 듯 웅장한 대자연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당분간은 오묘한 자연을 감상하며 걷고 또 걸었던 장자제에서의 소중했던 추억을 꺼내 보며 지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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