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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 마시는 자리에 가도 마시지 않는다. 어쩌면 아직도 술이 주는 맛을 모른다. 술이 주는 위로, 술이 주는 힘, 술이 주는 멋을 느낄 줄도 모른다. 아주 가끔 술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아직은 술과 친해지지 못했다.

한때는 술과 친해지려 노력도 했는데 술은 늘 나를 거부했다. 가끔은 나도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 잔을 마시며 삶의 애환도 나누며 허물을 벗듯 속내를 후련하게 드러내고도 싶었지만 술을 통해서는 아니었다.

지금은 어린아이에게 술 심부름을 시킬 수 없지만 어릴 적 모내기를 하거나 집안일이 있을 때 어머니는 양은 주전자를 주며 동네 초입에 있는 주막거리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하셨다. 막걸리를 받아 집으로 돌아오다 호기심에 홀짝홀짝 두어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마루에 누웠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머니가 웃으며 괜찮냐고 하셨다.

어머니가 포도를 따서 포도주를 담근 적도 있었는데 포도주를 거르고 난 뒤 포도 몇 알을 집어 먹고 또 기절했다. 포도알에 남은 알콜 성분이 어린아이에게는 술을 마신 것처럼 강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어머니는 너는 술이 안 받으니 어디서든 절대로 술은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셨고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 후 어른이 된 뒤 서울에서 만난 친구는 술을 좋아했다. 우리는 가끔 종로에 있는 생맥줏집에 가곤 했는데 어느 날은 친구가 조금만 마셔보라 권해서 생맥주 한 잔을 주문해서 삼분의 일 정도 마셨는데 나는 계단에서 그대로 몇 분간 의식을 잃었다.

그 이후로는 술을 거의 입에도 대지 않았다. 친구는 가끔 그 추억을 떠올리며 술맛을 모르는 나하고는 인생을 논할 수 없다며 깔깔댔다. 장조(張潮)라는 중국 문인은 '술은 차(茶)를 대신할 수 있지만 차는 술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술 대신에 차(茶) 마시기를 좋아했고 술 마시듯 차 마시기를 즐겼다.

술은 말 그대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친구였는데 요즘 술을 가까이할 기회가 자주 생겼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중국 칭다오에 가서 남은 평생 맛볼 맥주를 다 마셔본 것 같다. 맥주 축제에 갔으니 맥주 박물관에 가서 맥주 원액을 맛보기도 했고 식사 때마다 조금씩 마시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지역 수제 맥주 공장 견학을 가서 맥주 제조 과정을 둘러보며 여과하지 않는 귀한 맥주를 시음하기도 했다. 여전히 술맛을 모르는 나지만 애주가인 동생을 위해 맥주 몇 캔을 구입해 갔더니 한 모금 마신 동생은 수제 맥주가 맞다며 바로 알아서 술꾼임을 인정했다.

남편은 소주를 좋아했었다. 주량이 센 편은 아니어서 소주 한 병이면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싫어했다. 남편이 떠나고 없는 지금 조금은 후회스럽다. 누군가 술 마시는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술 마시는 시간은 마음도 쉬는 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걸 이해 못했지만 모든 게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지금 남편이 다시금 내 곁에서 술을 마신다면 이젠 곁에서 친근한 말동무를 하며 같이 술 한 잔을 마셔보고 싶다. 왜 깨달음은 늘 뒤늦게 찾아와서 아쉬움과 회한만 크게 하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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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