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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간다. 베란다 창가에 가지런한 제라늄 화분들을 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내게는 힐링의 시간이다. 올해는 산수유, 벚꽃 등 봄꽃들이 이르게 개화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 베란다에는 제라늄꽃들이 다채로운 색상을 뽐내며 더할 수 없이 만개했다.

지난해에는 제대로 키우지 못해 꽃을 보기 힘들었고 키만 쑥쑥 자랐는데 일 년을 넘기며 제라늄 키우기가 조금 익숙해졌는지 순집기도 해주고 때맞춰 분갈이도 해줬더니 제라늄들이 풍성하게 자라 예쁜 꽃 볼들이 둥글둥글하게 피어났다.

품종에 따라 꽃 모양도 다양하고 색깔도 종류별로 다르다.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에 구입해서 키우기 시작한 거라 제라늄 화분 하나하나가 내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그렇기에 시간 날 때마다 누렇게 떠버린 잎을 따내고 시든 꽃도 따주며 대화하는 반려 식물이었다.

요즘은 '꽃 멍'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아무 생각 없이 꽃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꽃 멍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을 때 멍때린다고 하는데 멍하니 있는 잠시의 시간은 우리의 뇌에도 쉴 틈을 주기에 좋다고 한다. 멍하니 있는 잠시의 쉼은 긴장감이나 피로가 줄어 맥박과 심박수가 감소하고 뇌 부위는 오히려 활성화 된다고 한다.

식물이나 꽃이 주는 효과 중에는 스트레스 지수 완화와 피로 회복 등이 있고 꽃의 색상이 주는 고유한 파장과 진동수에 의해 신진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서 꽃이 있는 공간 속에 있으면 긴장감, 우울감, 분노, 피로감 등이 감소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계절마다 꽃구경하며 힐링하는 것은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다.

나 역시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며 우연히 제라늄을 알게 됐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어린 제라늄을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어린 삽목이들이 하루 빨리 성장해서 꽃이 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식집사의 길로 접어들며 기다림이란 것을 배웠다. 마음과 달리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때가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 날 갑자기 예쁜 꽃봉오리가 생겨 놀라움과 기쁨을 준다. 제라늄을 키우며 꽃을 기다리는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코로나라는 때아닌 불청객이 우리의 삶을 변하게 한 시기가 있었다. 장기간 밖으로의 활동이 조심스러워 우울감을 겪을 때 식물을 키우며 치유한 사람들이 많았다. 식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의 치유 효과를 많은 사람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초록의 나뭇잎을 보며 느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다. 예쁜 꽃들을 보면 일상의 힘듦은 잠시 잊고 꽃 멍에 빠지게 된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꽃구경은 더없이 좋겠지만 바쁜 삶 속에서 매일 매일 베란다의 꽃들을 보며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받으며 소소하지만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베란다 가득한 제라늄들을 키우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새로운 꽃을 볼 욕심에 계속해서 다른 종류의 제라늄 구입에 욕심을 내기도 하고 삽목도 하게 되니 개체 수가 늘어난다. 늘어난 화분 숫자만큼 손볼 것들이 많아진다. 단순히 꽃을 볼 욕심에 시작했지만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는 예쁜 제라늄꽃을 보는 순간에 눈 녹듯 사라진다. 꽃이 주는 힐링이고 치유다.

산다는 것이 늘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정신적 회복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원예 활동을 통해 치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물을 이용하여 사람의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원예 치유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베란다에 꽃 화분이 반려 식물로 내 일상을 함께 하며 내게는 정신적 치유를 해 주는 원예 치료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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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달인, 김문식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장

[충북일보] "남 돕는 일이 좋아 시작했는데 벌써 봉사시간만 1만 시간이 넘었네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전국협의회 김문식(63·사진) 회장은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말보단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5일 대한적십자사봉사회 19대 전국협의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은 '봉사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00년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남들봉사회원을 시작으로 23년간 재난 및 취약계층 구호, 이산가족 지원, 위기가정 구호 등의 분야에서 약 1만10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간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충북도지사 표창, 적십자 봉사원 대장,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대한적십자사 충북협의회 회장, 전국협의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김 회장이 봉사활동을 수십년간 이어온 계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김 회장은 "시계방을 운영하며 열심히 일하시던 아버지의 뒷모습과 남을 돕고 사는 선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며 자랐다"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낮에는 금은방을 운영하며 밤과 주말에는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