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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밤늦은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거동이 쉽지 않은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 것이 불안해서 친정집에 카메라를 달았다. 매일 여동생이 가서 어머니를 돌보지만 저녁이나 밤으론 불안해서 동생들과 의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카메라를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답답함은 덜한데 반대로 카메라를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짠하고 울컥해진다.

친정어머니는 올해 여든여섯이신데 문밖으로 외출이 쉽지 않다. 원래부터도 위가 좋지 않아 식사를 많이 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연세가 드실수록 식사량은 더 줄어드니 지금은 앙상하게 뼈만 남았다. 가끔 두 딸 집에 며칠이라도 가시자고 권하지만 당신이 평생 살아온 집을 쉽게 떠나려 하지도 않으신다.

어머니는 조용한 성품이었는데 십수 년 전 아버지가 먼저 떠나신 후 정신적인 구심점을 잃으신 듯 심신이 약해지셨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반대로 매우 불같고 급한 성격이라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께 순종하며 살았다. 늘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야 했고 어머니와 자식들은 아버지가 두 번 이상 말씀한 적이 없을 정도로 무조건 복종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좀 편해지시려나 했는데 어머니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이면에 그리움도 있었나 보다. 아버지는 강한 분이지만 꼼꼼한 성격이라 집안의 중심이고 기둥이었다. 친정집에는 아버지의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뭐든 아버지가 시작하고 아버지가 끝냈다.

그런 든든한 바람벽이 사라지니 어머니는 심적으로 약해지신 것 같다. 자식 사 남매가 크게 모나지 않은 성격이라 어머니께 한다고 해도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빈자리가 허전하신 듯했다.

어머니는 매일 누워만 계시고 잘 보던 텔레비전도 안 보신다. 더이상 마를 수 없을 정도로 뼈만 남은 갸날픈 몸으로 간신히 화장실을 다녀오신 후 잠깐 5분 정도 앉아 계시기도 하는데 애잔한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 돈다.

우리 사 남매는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음을 뼈저리게 후회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는 어디를 갈 수도 없고 맛있는 것을 맛있다고 드실 수도 없는 어머니는 멍한 눈으로 허공만 응시한다.

그런 모습에 가슴이 저리지만 지금 하는 후회는 아무 쓸모도 없다. 삶의 여정이 길지 않아 보이는 어머니와 마지막 남은 날들을 가능하면 더 함께 보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다 접고 어머니의 곁에만 있어 주지 못하는 불효를 알면서도 저지르고 있다.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어느 집이나 홀로 계신 부모님들이 다 걱정이다. 요즘은 좋은 시설도 많다지만 다수의 노인은 시설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집에서 살다가 생의 마지막을 조용히 맞이하는 것이 나은 거라는데 이마저도 하늘이 허락해야 한다.

굽은 등으로 힘없이 앉아 계신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드리고 싶다.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하루하루가 참 소중하다고 느끼며 어머니의 기척이 반갑기만 한 날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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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