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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청주 청원초 교사

아이들이 공부가 힘들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때는 3~4학년이다. 간단한 교과목과 놀이가 결합한 수업 방식, 4~5교시면 마치던 일과였던 1~2학년의 시기를 지나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크나큰 시련과 맞닥뜨리게 된다. 6교시까지 이어지는 수업, 늘어난 교과목 수, 분수 개념의 등장 등. 이때 가장 큰 시련은 바로 '사회'와 '과학'이다. 교과목 자체도 낯설지만 처음 보는 용어들로 인해 암기 과목이라는 생각이 드니 어려울 수밖에. 그래서 저학년 때 미리 준비해주면 좋은 과목이 '사회'와 '과학'이다. 선행학습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과학이 암기 과목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관해 탐구하는 과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 낯선 느낌을 없애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 좋다는 의미.

사회와 과학의 줄기는 '과학'으로 같다. 과학이란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왜 그럴까 생각해보는 것, 그 이유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해보는 탐구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아이들은 사회와 과학을 재미있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과학이란 누구나 가져야 할 탐구 방식이자 세상을 향한 관심임을 알게 하기 위해 그림책 '과학자들은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할까?'를 읽었다. 이 책은 14군데 장소에서 일하는 110여 개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과학자' 하면 어떤 직업이 떠오르는지 먼저 생각한 후 책을 읽어 보면 추측한 직업 외에도 교사, 큐레이터, 터빈 기술자,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등장하고,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도대체 이 직업이 왜 과학자인가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그 직업들이 모두 과학자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과학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알게 된다.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다른 책과 다르게 '과학'을 원래 의미의 과학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실험실에서 실험하고 그 결과로 알게 된 자연의 법칙을 말하는 좁은 의미의 과학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 실험 과정, 실험 결과를 외우는 교과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과학이 세상에 관한 탐구라는 것을 그대로 느끼도록 돕는다. 어린 시절 아이들은 모두 과학자였다.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왜 그럴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어느샌가 아이들의 마음에서는 질문이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은 세상에 관한 호기심을 다시 돌려준다.

둘째, 넓게 이해한 과학의 의미 덕에 '진로'에 관한 생각도 함께 커진다. 과학자가 실험실 안에만 존재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다양한 장소에서 과학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과학자가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과학을 사랑하고 꿈꾸는 아이들이 마음껏 진로를 넓혀 가도록 돕는다. 더불어 직업 나열식 단편적인 지식 그림책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누가 함께 일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모든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며 해 나가야 한다는 것까지 알 수 있다.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라는 막연한 꿈을 넘어 '나는 과학을 배워서 이런 장소에서 이런 사람들과 일을 하며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어!' 와 같은 진짜 진로를 꿈 꿀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을 읽은 후 과학과 사회를 왜 배워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교과는 아이들에 따라 여전히 힘들지라도 탐구 과정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과학을 암기 교과로 영원히 멀어지게 할지 세상에 관한 질문으로 맞이할지, 이 순간은 앞으로의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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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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